나는 꿈 같은 거 없는데 정글짐어린이책 1
김이연 지음, 권혁주 그림 / 정글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소비문화가 팽배한 속에서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이 ‘저에게 표를 주신다면 더 적은 것들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라고 선거운동을 벌여서, 보란 듯이 당선되고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게 될 그날이 자유민주주의가 완연히 성숙하는 날일 것이다.”

- 데이비드 랜섬

 

완전히 속았다. 철학 동화라는 말에. 이건 동화가 아니다. 아니, 만약 동화라면 너무나 잔혹한 동화다. 마치 아무 생각 없는 기계처럼 살아온 기성세대들을 향해 아이들이 던지는 절규이자, 질문이다. 왜 그렇게 사느냐는.

 

꿈이 없는 세상. 꿈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세상. 상상하기 어려운가? 모른 척하지 말자. 이미 그런 세상인지 오래아닌가? 젊음이, 피가 끓어오르는 젊음이 매년 200-300명이 넘게 취업과 등록금 등으로 자살하는 시대. 이 시대가 꿈마저 돈으로 환산하는 시대가 아니면 무엇인가?

 

책은 어느 날 꿈을 공장에서 생산해 팔아보자는 아이디어를 가진 장 사장과 서 비서의 치밀한 계획으로부터 시작한다. 지금 온 방송 매체를 점령하고 있는, 정말 광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장 사장과 서 비서 역시 아이들을 공모해 꿈을 수집한다. 그리곤 아이들의 꿈을 상품화해 공장에서 찍어낸다. 온갖 캡슐이나 여러 형태의 물약 등으로.

 

아이들은 차츰 스스로 꿈꾸는 법을 잊게 된다. 그리곤 값비싼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와 저렴한 꿈을 가진 아이들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꿈마저 계급성을 띠게 된 것이다.

 

벌써부터 공포 영화의 분위기가 맴 돈다. 얼마 전 관람한 영화 《MB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호러 무비였다. 암튼 꿈꾸는 법을 잊은 아이들은 돈으로 꿈을 살 수밖에 없고, 점차 꿈의 ‘밑천’이 떨어져간 장 사장과 서 비서는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이 공포영화의 결말은 무엇일까.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위가 공무원인 시대에서 살고 있다. 이미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대통령도, 장군도, 과학자도 죽어버렸다. 오직 생존, 치열한 경쟁을 통한 생존만이 이 시대의 가치임을 알아버렸다. 누가 아이들을 철부지라 하는가. 이미 아이들을 정글의 법칙을 알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인가? 길거리에 나가면 온갖 상품들이 수없이 쌓여있는 상점들이 수두룩한데, 왜 우리들은 더 불안할까? 도대체가 가늠할 수 없는 GDP는 세계 10위권이라 떠들고, 후진국들이 부러워마지 않는 나라가 바로 우리라는데, 왜 우리는 불행할까?

 

같은 동포, 피를 나눈 북한 사람들을 악마로 묘사하고, 그들과 협력하고 공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여전히 지겹도록 환멸적인 단어, ‘빨갱이’로 몰아가고,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은 성조기를 흔들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 최선전에서 우리의 구세주를 위해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이 정치권을 선점하고 있다. 2013년에도 다시 권력을 잡겠다고 광기를 부리고 있다.

 

이런 우울한 세상에서 과연 아이들이 행복할까? 꿈을 꿀 수 있을까? 지금은 오직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공존과 화해, 배려와 나눔보다는 적과 나의 구분, 경쟁, 룰도 필요 없는 묻지마식 승리, 돈 만을 최고의 가치로 받드는 시대에서 아이들은 과연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2007년 대선이 떠오른다. 오직 돈에 환장한 인간들의 외침이 떠오른다.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돈만 벌어달라는 천박함이 떠오른다. 물론 서민들의 고통을 싸구려 표로 만들어버린 MB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묻지마 화풀이 투표를 한 이들 역시 자랑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너무도 힘들었던 5년이 지났다. 지겨운 정도로 힘들었던 5년이 지났다. 5년 동안 우리가 놓친 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면 그야말로 끝이 없겠지만, 잊지는 말아야 한다. 그 놓친 것들 중엔 우리 아이들의 꿈도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다.

 

끝내 곽노현 교육감이 구속되고, 이제 대선과 함께 새로운 교육감을 선출한다. 보수진영은 일찌감치 단일화에 성공해, 더 이상 진보진영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떠들고 있다.

 

얼마 전 인사동 거리에서 전교조를 ‘척결’하자는 무시무시한 구호를 외치며 서명을 받고 있는 이들을 보았다. 그 자리에서 난 이들과 함께 숨쉬고 있음이 너무도 괴로웠다. 원래 내가 4가지가 없으니 양해해달라. 아무런 논리도 근거도 없이, 전교조를 빨갱이로 표현하는 이들. 내가 보기엔 그들은 이성적 동물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긍정적인 일들이 보인다. 투표시간 연장이라는 다소 상식적인 이슈가 이제야 떠올랐고, 경제와 함께 복지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시 남과 북의 화해와 공존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정치인들의 말을 듣기 전에, 그들이 내세운 정책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의 ‘747 정책’과 같은 ‘공갈빵’을 우리는 또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질 사람도 누구여야 하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자. 그리고 투표하자. 정말 목이 터져라 외친다. 투표하자. 아이들에게 다시 아이들다운 꿈을 찾아주기 위해서는 투표해야 한다. 내 표를 던져야 한다. 소중하게 신중하게 던져야 한다.

 

박근혜 후보가 TV토론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자, 공영방송이라는 것이 대선후보 TV토론을 아예 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 이는 국민을 그야말로 ‘병신’으로 생각하는 행태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국민들은 대선 후보라는 이들에 대해 자세히 보고 듣고 평가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길 바란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토론은 공식 선서 운동 기간에만 3회 이상 개최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MB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국민에게 굽실거리는 흉내라도 냈는데, 박근혜는 아예 그조차도 하기 싫다는 모양새다. 아름답다. 너희와는 급이 다르다는 표현일까.

 

이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꿈이 되돌릴 수 있는 희망이 오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해야 아이들이 행복하고, 내 삶도 변할 수 있다. 좋은 게 좋은 것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함께 좋아야 좋은 것이다.

 

공존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사람답게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떳떳하게.

 

아이들을 위한 철학 동화라고 하지만, 일단 부모님들의 일독 후 아이들이 읽는 게 더욱 유익한 책이라 생각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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