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 ‘가카 빅엿’ 양심 판사, 사법개혁의 꿈을 안고 소통하다
서기호.김용국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개념법관, 서기호님. 당신은 촛불시민에 대한 대법관의 부당한 재판 개입에 항거하고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강력한 쫑코를 먹였으며 임용 탈락이라는 치졸한 법원 인사에 맞짱을 놓아 사법부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으므로 사법권 독립을 바라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쫄지 말라는 응원의 뜻을 모아 당신을 국민판사에 임명합니다.”

 

지난 2월 17일, 법복을 벗은 서기호 판사에게 네티즌들이 직접 마려한 ‘국민법복’을 주며 수여한 임명장의 내용이다. 그의 옷에는 法(법)자, 대신 正(정)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해냈다. 건국 이래 최대의 최단기 공사라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을 기적적(!)으로 이뤄냈고, 무수히 많은 탈법과 꼼수를 조장 혹은 몸소 실천하며 국정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아울러, ‘역대 대통령 중 최초’라는 찬사를 너무나 사랑하신 가카는 독도를 친히 방문하시고, 연평도 역시 최초로 방문하시어, 북이 도발하면 천배 백배 보복할 것이라는 으름장을 놓으셨다. 스스로 밝혔듯, 처음이다. 이렇게 대책 없는 대통령은.

 

서기호 판사가 법복을 벗고 이제 국회의원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 역시 따지고 보면 가카와 정부 덕분이다. 해외에서 본다면 토픽감이 확실한 SNS상에서의 멘트 하나로 꼬투리를 잡고, 결국 그것으로 멀쩡한 판사의 옷을 벗긴 정부 그리고 그것을 나몰라라 했던 동업자(!)들과 언론.

 

결국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유일한 집단인 국민들이 서 판사의 억울함과 현 정부의 치졸함을 과감 없이 비판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는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로서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다. 아, 지금은 무소속이다. 그의 탈당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조금 아쉽다는 말은 해야겠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다. 서기호 판사가 영웅이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는 평범한 법조인일 뿐이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심히 싫어하는 정부와 대통령으로 인해 그는 본의 아니게 ‘영웅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팔자에도 없었던, 아니 그건 본인의 마음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고, 암튼 국회의원이라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책은 《오마이뉴스》에 사법개혁 관련 글들을 꾸준히 올렸던 시민기자가 서기호 판사와 나눈 대화를 모았다. 요새 이런 콘셉이 유행이다. 책으로 내기에 큰 부담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대신 깊이가 부족하다는 단점은 어쩔 수 없다. 상대가 어느 정도 내공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말이다.

 

서기호 판사는 억울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해, 법복을 벗게 되었다. 때문에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나 열의가 강할 수밖에 없다. 책에서 그가 강조하고 있는 사법개혁은, 그러나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라 할 수밖에 없다. 상식적인 것이 ‘개혁적’이거나 ‘혁명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나라는 슬프다.

 

아무튼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웠던 관심으로 알 수 있듯, 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거의 전방위적이다. 국민들은 법 앞에 만인이 아니라, 오직 ‘만 명’만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하고 살고 있다.

 

사실 따지고 들어가자면 정부가 한 행동 중 불법과 탈법은 셀 수도 없다. 4대강사업도 탈법, 위법이 난무했고, 용산참사, 제주 강정기지, MBC 〈PD수첩〉판결, 논객 미네르바 구속, 정수장학회 등 헤아릴 수조차 없다. 하지만 번번이 사법부는 정의가 아닌 권력의 편에 섰다. 번번이. 과연 그 사실을 국민들이 잊을까. 정말 쉽게 잊으리라 생각하는가.

 

대통령이 부도덕하고 탈법을 일삼는 나라에선 국민들에게 정의와 상식을 강요할 어떠한 권리도 없다. 오히려 따귀 한 대 맞지 않으면 다행이다. 때문에 서기호 판사와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인물도, 때에 따라선 영웅으로 변신할 수 있다. 그걸 가지고 서 판사에게 비난이나 이의를 제기하면 안 된다. 번지수 잘못 찾았다.

 

내가 보기엔 서기호라는 인물이 과연 국회의원 ‘깜’인가를 두고 비난과 이의를 제기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그가 의원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돕고 감시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서 판사와 같은 억울 희생자를 대량 생산해온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비판과 이의를 제기함이 옳다. 이제 임기가 끝나간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어쩜 이명박 정부의 온갖 어처구니없는 일들의 결과는 다음 정부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난 인간 서기호를 잘 모른다. 국회의원 서기호 역시 아직 평가하기엔 이르다. 물론 판사 서기호도 당시엔 몰랐다. 때문에 앞으로는 그가 국회의원, 즉 국민들의 종이자,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잘 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서슬퍼런 권력과 자본 앞에 떳떳하게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지 볼 것이다. 그것을 확인한다면 그가 누구 말대로 ‘가카빅엿’말 한마디로 국회의원이 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의원의 자격이 있는지,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바른 평가와 그에 따른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현 정부가 잘한 일은 무엇인지,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명명백백히 따져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거짓말을 통해 권력을 잡았다고 게임 끝이 아님을 국민들이 보여줘야 한다. 혹자들은 말한다. 이제 BBK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참 지겹다만, 할 수 없지.

 

굳이 서기호가 아니더라도, 현 사법부가 개혁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하지만 그 막강한 권력에 개혁이란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국민들의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강력한 일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이번엔 좀 제대로, 아니 그나마 나은 사람으로 선출하자. 기권도 정치적 의사 표현이며, 권리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투표장에 나가야 할 일이다. 그리고 각 후보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지, 말도 안 되는 공약(예를 들어 MB의 747공약, 그 공약대로 되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최고의 경제강국이 되었을 걸)을 하지는 않는지, 주변 인물들은 어떤지, 친인척들은 대략 어떠한 인간들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 다시 ‘고향이 같아서, 왠지 아버지가 생각나서’ 등등 정말 창피한 이유로 투표한다면 이명박은 돌아올 것이다. 오! 상상해버렸어!

 

국민판사가 아닌, 국회의원 서기호의 건승을 빈다. 똑바로 일 안하면 바로 국민들이 쫑코 먹일 것이다.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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