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냐 문재인이냐 - 한국사회가 나아갈 길을 생각한다
홍성식.박현수.고성국 외 지음, 방민호 엮음 / 예옥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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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운동가 비케이 안 교수, 시사평론가 고성국, 황상민 교수, 진보주의 이론가 조정환, 박현수 교수, 홍성식 기자, 김영경 청년유니온 전 위원장. 이들이 바라보는 안철수와 문재인 이야기다.

 

왜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등은 빠졌는지, 왜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여타 야권의 정치인들이 빠졌는지 항의하고 싶은 이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책을 엮은이는 안철수와 문재인을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선정하고 집중 탐구했다.

 

엮은이는 온정 없는 진보, 외면하는 진보, 패권을 추구하는 진보와는 다른 길을 안철수에게서 봤다고 털어놓는다. 그가 말하는 온정 없는 진보가, 외면하고 패권을 추구하는 진보가 정확히 어떤 세력, 인물들을 말하는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으나, 최근의 통합진보당의 진통과 민주당의 무력함을 빗대어 말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안철수가 그러한 인물임이 확실한가? 과연 엮은이가 예로 제시한 재산 사회환원과 탈북자에 대한 발언, 특정한 정치집단으로 용해되지 않으려는 태도 등이 안철수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인가. 물론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닐 것이라 믿는다.

 

문재인과, 이 책에서는 거론되지 않지만 박근혜에 대한 간략한 평가에 있어서도 나는 엮은이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박근혜가 아버지와 같지 않다는 것, 새로운 길을 보여줄 수 없다 해도 적어도 무원칙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판단도 아직은 자신할 수 없어 보인다.

 

아무튼 엮은이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책은 안철수, 문재인 두 인물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분석과 평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자 홍성식은 두 사람의 출생과 성장과정을 통해 리더십을 평가했고, 황상민 교수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했다.

 

박현수 교수는 486세대의 관점에서 두 인물을 분석했고, 김영경은 청년의 입장에서, 청년이 바라는 것들을 소개했다. 아울러 고성국은 박근혜라는 강적 앞에 두 인물이 어느 정도로 맞설 수 있을지 분석했고, 비케이 안 교수는 미국의 정치 풍토, 정치인들과 비교하며 한국이 진정 필요로 하는 지도자상을 소개했다.

 

덧붙여 조정환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불러온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이를 극대화시킨 이명박 정부를 돌아보고, 진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고, 다시 홍성식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정치의 진보와 보수를 살펴봤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두 사람의 강연과 토크 콘서트를 담았다.

 

책의 미덕은 다양한 관점에서 두 사람을 분석하고 평가했다는 점일 것이다. 아울러 두 사람을 통해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다시 확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유익하다.

 

아울러 두 인물의 약점, 미흡한 점들도 과감히 지적하고 있다. 안철수가 결국은 다른 이를 돕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문재인이 노무현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노무현 시대의 과오를 철저히 반성하지 않는다면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충고도 들린다. 모두 가볍게 흘려 들을 이야기는 아닌 듯 싶다.

 

최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선관련 도서 중 그나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어딘가 산만하고, 약간은 일정한 가치에 기울어져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순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 자체가 두 정치인(안철수도 이미 정치인이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독자들의 판단을 돕는 것에서 만족하는 것이기에, 더 많은 비판은 무의미해 보인다.

 

이른 바 진보진영, 야권진영이 조급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모습이다.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라는 강력한 상대를 이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열풍이 불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박근혜는 부동의 대통령 후보 1위다. 10년 민주정부의 공과를 넘어 5년 이명박 정부의 참혹한 결과를 온 몸으로 느낀 진보는 이제 박근혜를 상대로 힘겨운 대결을 펼쳐야 한다.

 

그 와중에 통합진보당은 스스로, 그리고 그들의 몰락을 염원해온 보수 언론과 ‘진보에게 더 가혹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진보언론들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다. 정치적으로 다시 회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혹자는 미국과 같은 양당체제가 굳혀지는 계기로 이번 대선이 일정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한다. 통합진보당이 몰락으로 새누리당-민주당과 더불어 정치적 다양성을 가져야 할 제3세력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진단이다.

 

물론 섣부른 포기와 절망은 금물이지만, 상황이 최악인 것은 분명하다. 이제 모든 진보를 아우르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탄생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자주파, 평등파를 넘어 다시금 민주파, 정의파의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자, 상황은 좋지 않다. 이대로 가면 영영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질 수도 있다. 박근혜의 최근 행보는 진보와의 화해 혹은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진정 진보적 입장을 취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움을 꿈꾸고 있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박근혜를 단순히 독재자의 딸 정도로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것처럼, 동시에 진보는 박근혜에 대한 무력함도 느낄 필요가 없다. 진보는 단순히 유력한 정치인 몇 명의 도약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보적 대통령 한 명이 이룰 수 있는 꿈도 아니다. 모두가 염원해야 가능한 ‘기적’이다.

 

유력한 대선후보들에 대한 다양한 개인적 평가가 중요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조정환이 책에서 강조한 것처럼 결국 진짜 대권은 우리가, 수많은 ‘나’가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잃지 말고 보다 냉철히 미래를 보는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승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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