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남자는 늙지 않는다 - 근엄한 남자보다 가슴 뛰는 남자가 오래 살 수밖에 없는 젊음의 비밀
와다 히데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참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철이 없다’는 것이다. 이젠 하도 들어서 그리 이상하지도 않은데, 다만 가끔 궁금했던 것은 과연 내 나이에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이 ‘철이 든’ 것일까였다. 궁금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 어떤 이의 글에서 불쑥 튀어난 온 이 책 제목은 그야말로 나에겐 ‘구원투수’와도 같았다. 단박에 “거봐, 내가 잘못 된 게 아니라니까!”라는 안심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며, 과연 내가 여기에 부합하는 것일지, 조금 다른 차원의 ‘철없음’이 아닌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열정, 호기심,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 하는 열정이 내게 과연 얼마나 남아 있는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젊어 보이려 한다. 애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젊음이라는 열정과 아름다움, 그 치열함 슬픔을 누구든 거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쉬운 것은 마음이 늙어가는 것은 모르고, 오직 겉모습, 육체의 젊음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성형과 온갖 시술로 얼굴이 어색하게 젊어버린 여성들, 남성들을 보게 된다. 자신의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려는 그 안쓰러운 몸부림이 처량하게 보인다. 늙으면 늙는 것, 나이를 먹으면 먹는 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이들. 그것을 자본의 힘으로, 돈의 힘으로 되돌리려는 이들의 안간힘. 참 이건 아니다 싶다.

 

하지만 동시에 언제나 청춘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다. 열정과 희망 그리고 타인에 대한 끊임없는 믿음으로 언제나 젊게 보이는 이들. 그들은 비록 육체적인 나이가 들었을지는 몰라도, 언제나 우리에게 젊음의 활기를 전해준다.

 

책은 오랜 시간동안 노인전문종합병원에서 근무하며 매일 다양한 질환의 중장년층 환자를 돌보며 고령자 의학에 매진해 온 저자의 경험이 이끌어낸 흥미로운 결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감정이 먼저 노화하여 의욕과 자발성, 호기심이 저하되면 육체 역시 움직이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늙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뇌에서 감정 기능과 자발성, 의욕을 담당하는 전두엽부터 두뇌의 노화가 진행됨을 알았고,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실제 자신의 나이보다 더 빠르게 노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감정 노화가 육체의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감정의 노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저자는 욕망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내 나이에 이건 영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다 싶어도, 그것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예 “나잇값 못 한다”는 말이 최고의 찬사라고 말한다.

 

아울러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며, 할 수 없었던 일이 아니라 할 수 있었던 일에 눈길을 돌리라고 말한다. 화를 내는 것이 무조건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말도 전한다. 그리고 기존의 상식과 정해진 룰에 대해 가끔은 의심을 품는 것도 정신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자칫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쉽게 풀이해 설명한다. 아울러 정신 노화가 가져다주는 여러가지 상황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번씩 생활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글을 읽다 약간은 찔리게 만든 부분이 있었다. 과거에 집착하고 과거의 영광에 대해 주절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정신적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내가 과연 그랬을까 생각해본다. 뭐 굳이 자랑할 만큼 영광스러웠던 기억이 없기에 대놓고 주접을 떤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스스로 냉정히 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나는 과연 내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떠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 이야기만 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것 역시 정신의 노화의 일부분은 아닐까.

 

내 자신에 관대하고, 타인에게 인색했던 것은 아닐까. 내 아집과 독단으로 타인을 난처하게 한 적은 없었나. 난 타인에 대한 존중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물론 이건 비단 정신의 노화와 상관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화는 두렵지 않다. 다만 잘못된 노화가 두려운 것이다.

 

책은 ‘근엄한 남자보다 가슴 뛰는 남자가 오래 살 수밖에 없는 젊음의 비밀’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그리고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는다. 관조하지 말고 반응하라. 매사 들뜨게 행동하라”는 문장도 보인다.

 

결국 매사 넋 놓고 있지 말고, 들뜬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몸과 마음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맞고 틀리고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들뜬 삶’에 대한 기대, 그 자체가 이미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들지 않을까.

 

젊고 싶은 이들, 늙기 싫은 이들. 나를 포함해 모든 이들의 바람일 것이다. w, 그렇다면 먼저 멋들어진 사고 한 번 치자~! 그리고 멋쩍게 웃어버리고 다시 들뜬 마음을 간직하자. 세상이 아무리 그대를 열받게 해도, 지지 말자. 부러우면 지는 것이 아니다. 외면하고 체념하는 순간, 패배하는 것이다.

 

재미있게 웃으며 살자.

 

“청춘은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용기, 안이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있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년보다 60세 노인에게 청춘이 존재한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었을 때 비로소 늙는다.”

 

- 사무엘 울만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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