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전쟁
이경식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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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다. 그가 2012년 대선의 단연 중심 인물이 되어가고 있다. 수년 동안 부동의 지지율 1위를 지켜왔던 박근혜를 위협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은 지금으로썬 그가 유일하다. 안철수가 기존의 모든 판을 뒤흔들고 있다.

 

안철수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원래 뛰어난 인물이었고, 경영자였기에 그에 대한 많은 이들의 존경이나 우호적 감정은 이미 존재해왔다.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라는 이름은 낯설었다. 더군다나 그가 스스로 정치판에 뛰어든 것이 아닌, 호명에 의한 부상이었기에 그 파급력은 더더욱 커졌다.

 

최근 발간한 자신의 대선 출사표 성격이 짙은 《안철수의 생각》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나라, 사회, 정치를 알기 쉽게 풀어 쓴 그리 두껍지 않은 책 한 권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사람들이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안철수의 ‘정치적 비전’에 얼마나 관심이 컸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이 책은 《안철수의 생각》이 나오기 얼마 전에 발간된 책이다. 그리고 안철수와 일면식도 없는, 다만 같은 학교, 같은 학번인 전기 작가가 스스로 써내려간 책이다. 그는 안철수의 삶과 비전, 희망을 자신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결론지었다.

 

“21세기 계몽주의자”

 

저자는 안철수를 “자본 증식의 합리성이 모든 윤리와 생활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사회에서, 오로지 합리적인 이성에만 의지해서 개인의 행복 나아가 사회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계몽주의자”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안철수 본인이 “보다 나은 사회, 사람들이 현재를 살면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 그 자체가 자기 자신의 발전이나 사회의 발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믿는다고 단언한다. 때문에 그가 정치에, 그리고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고, 오히려 반길 일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은, 새누리당을 포함한 기성 정치인들은 안철수가 두렵기만 하다. 아무런 정치적 경력도, 활동도 없었던 그가 오히려 기존 대선후보들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지지율에서 1위를 나타내고 있는 현실이 두렵다. 과연 안철수가 왜 그리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여전히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제발 거품이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이 일정하게 거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지금의 모습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국민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지독한 불신과 실망이 쌓여 분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보수 세력들의 집권 이후 반세기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부,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겠다던 노무현 정부는 국민들에게 믿음과 행복을 주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더 많은 갈등과 경제적 박탈감, 어려움을 심어주었다. 그들이 이뤄낸 많은 성과들이 분명 있었음에도 ‘경제’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실패한 것이다.

 

오히려 그들을 집요하게 반대하고 저주했던 부자들이 덕을 봤다. 그들의 배만 더 부르게 해줬던 것이다. 비극이었다. 가난한 이들의 희망이 되어줄 것으로 알았던 세력의 참담한 배신과 무능. 이는 결국 이명박 정권이란 괴물을 탄생시키게 된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부자를 만들어주겠다던 이명박은 오히려 더 큰 불행으로 다가왔다. 오직 돈에만(그것도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아닌 자신과 자신의 가족, 사람들의) 매몰되어 이 땅을 파헤치고 국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지독한 불의와 부패가 상식이 되어 갔고 정의와 가치는 땅에 떨어졌다. 그야말로 그의 집권기는 말세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존 정치권 중 대안으로 뚜렷이 보이는 이들도 없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박근혜에 가려져 야당다운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고, 진보정당의 프레임을 슬쩍 가져다 선거에만 이용했다. 제 잇속 차리기와 끼리끼리 행태는 새누리당 못지않았다. 박근혜 역시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침묵과 무지를 소신과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숨기고 이미지 정치, 신비주의 정치에만 몰두했다. 정치 경력이 15년이 다 되어가지만, 박근혜의 정치철학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진보정당 역시 분열과 반목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고 말았다.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그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들은 과연 진보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를 의심케 만들었다.

 

결국 국민들은 기존 정치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실망할 수밖에 없었고, 극도의 환멸을 갖게 되었다. 바로 그 때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안철수였다. 그는 그렇게 시대와 국민의 요청에 의해 수면위로 부상한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안철수를 강력한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본인 역시 스스로 원하지 않았더라도 더 이상 국민들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가 바라는 복지, 정의, 평화가 이뤄지는 세상을 위해, 곧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그런 안철수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삶의 선택들을 해왔으며, 어떤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소개한다. 그가 바라는 경제 민주화가 무엇인지, 왜 그가 21세기 계몽주의자인지 설명하고 있다. 같은 말들이 반복되는 모습이 나타나 다소 가독성을 떨어뜨리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인간 안철수를 이해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박근혜를 비롯해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대선을 향한 여러 잠룡들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과연 그 사이에서 안철수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혹은 스스로 어떤 위치를 점할 것인지, 조금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분명, 신기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는 분명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민들에 의해 정치권에 호명된 사람이다. 그의 삶, 철학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사회에 대한 가치 등을 국민들이 인정하고 동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분명 실체다. 때문에 앞으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최근 안철수의 언행불일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원래 태생적으로 뻔뻔하고 혐오스러운 새누리당은 자신의 추악함을 생각지도 않고, 안철수 흠집내기에 한창이다. 보수 진영의 논객들 또한 저주의 화살을 쏟아 붓고 있다. 민주당 역시 눈치를 보면서도 안철수의 부상을 어떻게든 잠재우려 한다. 눈물겹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안철수의 대응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자신에 대한 허물을 솔직히 인정하고, 신속히 받아들인다. 기존 정치인들의 뻔뻔한 거짓말에 신물이 난 국민들에겐 그마저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박근혜는 더욱 당황스러울 것이다. 당연하다. 박근혜는 능력이 없는 신기루이기 때문이다.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네트워크를 꿈꾸는 사람. 현실의 객관적 진리를 집단지성을 통해 모든 사람이 함께 찾아내고 공유하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안철수. 그의 꿈이 현실로 나타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이 지금도 안철수를 단지 ‘거품’으로만 판단한다면, 글쎄…. 더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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