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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부터 - 신자유주의 시대,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김두관 지음 / 비타베아타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상식과 정의’가 소멸된 곳으로 만드신 MB의 꼼꼼한 국정운영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드라마 〈추적자〉처럼 비참한 말로가 예상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역시 우리 가카는 무언가 또 다른 꼼수를 준비하셨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젠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저마다 MB정부의 5년을 혹독하게 비판하며, 이제 새로운 물결이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국민들의 또 한 번의 선택이 남아있다.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물론 돌이켜보기도 심히 싫지만, 상식이라는 것, 지극히 당연한 가치라는 것이, 실은 얼마나 허약한 신기루와 같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믿어왔던 가치와 상식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는 현실. 이 꿈과 같은 이들이 연이어 터져 나온 5년이었다.
아울러 우리는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헛된 꿈을 투영시킬 때 벌어질 수 있는 비극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땅값, 집값이 오르리란 기대에 우리는 마치 모두가 강남 부자인것마냥 정치적 행동을 했고, 쓰레기 언론들의 십자포화 속에 선량한 시민들이, 가난한 이웃들이 졸지에 나라를 망치는 위험분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을 모른 채 지나가며 살았다.
피땀 흘려 만들어 놓은 남북관계는 파탄나, 대통령이란 작자의 입에서 “확실히 응징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무참한 언사가 나오고, 북한을 고립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5·24조치로 정작 무너지고, 죽어나간 건 한국의 선량한 중소기업인들이었다.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는 자신의 부친을 모독한, 그의 죽음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한 대한민국 정부를 쉽게 용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다. 어느 누가 자신의 아버지를 더럽힌 자들과 손을 잡으려 할까.
권력의 충실한 개였던 월급쟁이 검찰과 경찰 그리고 돈 한 푼에 명예를 팔고, 가치를 벗어버리는 쓰레기 언론들의 활약은 5년을 더욱 더 참담하게 만들었다. 법 따위는 우리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서민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고, 정의와 상식이 이뤄지는 나라는 TV 드라마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자, 이렇게 5년을 보냈다. 그리고 2012년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좌절과 체념 속에 일단 나부터 잘 살고 보자는, 전투 모드를 한층 더 올려야 할까. 내 새끼, 내 가족, 내 ‘나와바리’부터 챙기고 남들은 죽어나가던 말던 그냥 모른 척 하고 살아야 할까.
아니면, 자기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역사의 비극을, 민주주의의 말살을, 가치의 붕괴를 여전히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독재자의 딸을 또 다시 청와대로 보내야만 할까. 5·16 군사쿠데타를 ‘5·16’이라고 무참히 표기해버리는 쓰레기 언론들을 언제까지 그냥 바라봐야만 할까.
때문이다. 김두관을 비롯한 문재인, 안철수, 손학규 등 정권 교체를 표방하고 대선에 뛰어든, 혹은 곧 뛰어들 이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우리는 최선을 선택할 수는 없어도 최악을 선택하지는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국 정치사에서 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민주정권 10년이 있었지만, 그들 역시 대통령의 자리에 있을 때, 국민 모두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고, 그들의 정책 중, 국민의 뜻과 반하는 것들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와 같은 괴물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지금 굳어지고 있는 박근혜 필승론은 어차피 허구다. 5·16의 무덤을 여전히 만지작거리는 이에게 국민들은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근혜는 이미지 정치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치적 능력,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전혀 갖추지 못한, 그냥 ‘군홧발로 정권을 불법 탈취한 전 대통령의 딸’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 남북관계에 대한 철학, 노동자에 대한 생각, 경제에 대한 생각. 이 모든 것에서 박근혜는 아는 것이 없다. 자기 생각이 없는 그냥 ‘박근혜’일 뿐인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현재 대선주자, 후보들에게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치밀히 검증해야 한다. 방송에서 떠드는 것은 어차피 각 방송에서 원하는 부분만을 광고할, 혹은 비난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눈으로, 나의 생각으로, 나의 가치관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검증하는 것이다.
이명박이란 괴물로 인해 대통령이란 자리가 참 한심해졌고, 구차해졌지만, 여전히 대통령이란 직책은 한국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역설적으로 MB가 제대로 보여줬다. 한 명의 이중인격자, 황금만능주의자 때문에 대한민국은 10년 이상 뒤로 물러났다.
현재 안철수 신드롬이 잠시 주춤해 보인다. 곧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레이스에 뛰어들게 될테니, 그 이후의 변화도 지켜봐야 한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혹은 우려하고 있는 그의 자질, 능력을 제대로 검증해야 할 것이다.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이들에게 안철수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대안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더러운 현실 정치에 뛰어들 각오가 되어 있는지, 뛰어들면 잘 할 수 있는 능력과 인격을 갖추고 있는지 반드시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은 능력과 인격 모두 훌륭하다. 진중하고, 사려 깊으며, 무엇이나 기분 내키는 대로 결정하는 타입이 아니다. 지극히 신중한 정치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전에 노무현의 아픔과 작별해야 한다. 만약 그의 대통령 당선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걱정을 안심으로 바꿔 놓아야 한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가 ‘노무현의 한풀이’를 위해 대선에 나선다면, 자신과 함께 국민들을 위해 출마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한편 김두관은 철저히 아래에서부터 시작한 인물이다. 이장에서 군수, 장관에서 도지사까지. 노무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실패의 경험도 많고, 또한 지방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다. 아울러 남북관계에 대한 신념, 경제 민주화 및 보편적 복지, 노동 정책에 대한 신념도 있는 듯 보인다. 겸손하고 청렴하다는 평가도 대체적으로 주를 이루고 있다. 한 마디로 믿음직한 일군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역시 과제가 남아있다. 노무현의 꿈이었던 지역감정 해소와 역설적으로 노무현이 자초한 한미FTA 등 신자유주의 체제에 맞서 어떻게 그가 말한 ‘성공한 서민정부’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말이다. 아울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학력 콤플렉스’가 부정적인 모습으로 표출되었던 사례들이 있었음도 기억해야 한다. 김두관은 스스로 느끼는 콤플렉스를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 두 대통령 역시 학력에서 오는 불편함을 초인적인 노력으로 극복했다. 그럼에도 기존 보수세력, 반대 세력의 비난과 조롱을 받아야만 했다. 이는 학벌이 여전히 자산가치가 되는 비정상적 사회에서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의 도지사 사퇴와 대선 출마 선언을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도민을 배신했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온다. 물론 그가 사퇴하면 경남은 다시금 보수 진영의 아름다운 점령지가 될 수도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김두관의 꿈은 경남을 넘어 대한민국, 나아가 한반도 전체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한반도가 행복해지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난 여전히 김두관을 모른다. 그는 오랫동안 지방자치를 실현해 온 인물이다. 그가 중앙정치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그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동시에 그 역시 우리들에게 여전히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것일 수도 있다. 이미 밑천이 드러난, 아니 더 보여줄 것이 없는 박근혜, 김문수, 정몽준 등과 비교했을 때,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자신의 롤 모델로 삼는다. 임기 중 전체 국민의 10%를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늘린 대통령. 퇴임 후 더욱 존경받고 사랑받는 정치인.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모든 정책의 최우선이라 말했던 대통령. 김두관은 그런 룰라와 같은 대통령이 되려 한다. 아마 김두관은 지지층을 배신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적도 만들지 않았던, 룰라의 뛰어난 정치력 역시 배우고 싶을 것이다.
김두관은 아래에서부터, 서민과 함께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다. 아울러 그런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그의 약속을 믿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더 많이 그를 봐야 하고, 더 많이 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가 정녕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중동 쓰레기들의 저주의 굿판이 곧 열릴 것이다. 이름조차 새롭지 않은 새누리당의 패악질도 이어질 것이다. 분열과 갈등, 증오와 무관심을 생산해내려는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상황을 바라본다면 희망은 있다. 미쳐 날뛰는 세상을 바로 잡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일 수밖에 없다.
김두관의 건투를 빈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건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