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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ㅣ 하서명작선 61
토마스 불핀치 지음, 김명희 옮김 / (주)하서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불행히도 아직 이윤기 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지 못했다. 내 게으름의 탓이다. 살면서 참 자주 느끼는 건데, 내가 정녕 무지하다는 것이다. 당최 무지하고 무지하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아직 희미하기만 하고, 철도 들지 않아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곧 후회한다.
그 수많은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른 바 남들 다 읽는 책을 안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치면 뭐 난 죽을 때까지 인간되긴 글렀다.
책장에 고이 무셔두었던 이 책을 꺼낸 것은 그런 자책과 회의감에 몸부림 칠 때가 아니었을까. 아무튼 이 나이 먹도록 그리스로마 신화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책장을 펼쳤다. 이 광대한 신들과 인간의 이야기들을. 그리고 읽은 후의 소감은? 음….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최근 샘 워싱턴 주연의 〈타이탄〉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아직 2편까진 못 봤고, 1편만 봤다. 내용은 제우스와 다나의 아들 페르세우스가 하데스에 맞써 싸우는 이야기다. 메두사를 죽이고, 결국 크라켄까지 죽인다.
하지만 책과 영화는 조금 다르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인 것은 맞지만, 크라켄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크라켄과 비슷한 괴물이 등장하지만,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아무튼 그리스로마 신화는 아직까지 영화화될 만큼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또한 재미있다. 우리나라도 조금은 그런 경향이 있지만, 유럽이나 서구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모르면 바로 무식한 녀석으로 찍혀버린다. 이른 바 필독서이다.
허무맹랑하고 때론 너무 유치찬란하기까지 한 그리스로마 신화가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야 뭐 워낙 사대주의에 찌들어, 그리스로마 신화를 지적 허영심의 발로나 좀 아는 척 할 때 쓰는 인간들이 많지만, 분명 서구는 그렇지 않단 말이지. 그들은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든단 말이다.
내가 감히 책 한 권 읽고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우선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판타지가 많은 시간을 거쳐 내려오며 각 세대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또한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울러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더 이상 씨알도 만 먹히는 판타지가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과 같이 재미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즐겨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따지고 보면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출판되거나 소개되고 있는 영화, 문학 등이 얼마나 많은가. 하다못해 SF 분야에서도 그리스로마 신화는 적잖이 차용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리스로마 신화는 단지 그리스와 로마의 것이 아닐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의 상상력이 담겨,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하나의 공통 판타지는 아닐까.
때문에 그들의 신화만이 우수하다거나 우리는 왜 그런 것이 없냐고 궁시렁 거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따지지 말고, 그냥 보약처럼 챙길 책일 뿐이니. 그리고 이야기일 뿐이니.
이윤기 선생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제대로 한 번 읽어봐야 겠다. 일단 그 목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