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어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 - 문제는 정책이다
스테판 에셀 & 에드가 모랭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평범한 시민, 아니 진보를 꿈꾸는 한 사람으로써, 지금의 모습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감히 지금의 무참한 사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깜냥은 없습니다. 무슨 이야기만 했다 하면 또 다시 어느 계파, 어느 세력으로 몰아세울 테니까요.

 

하지만 벼랑 끝으로 떨어진 한국 진보 진영의 참혹한 모습을 바라보며, 이 말만은 반드시 해두어야겠습니다. 결코 잊지 않겠다고요. 그리고 그 기억으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겠다고요.

 

스테판 에셀은 《분노하라》로 이미 전 세계 지성들의 가슴의 파문을 일으킨 분입니다. 94세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진보를 향한, 정의를 향한 그의 외침은 서슬이 퍼렇습니다. 그리고 좌절과 회의에 빠진 이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죠.

 

작은 소책자에 담은 그의 진심은 세계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정책을 말합니다. 더 이상 성장과 분배에 대한 편 가르기 보다는 우리가 진정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해야 할 것들과 지양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무기력과 체념에서 벗어나 진정 다시 살고 싶다는 의지를 주는 정치. 바로 그런 정치를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아주 오랜만에 좌파 진영에서 대통령이 뽑혔습니다. 그가 어떤 정치를 펼쳐 나갈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사르코지가 망쳐버린 자유와 민주주의, 정의와 상식을 다시 만들어가는 데에는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입니다. 거의 대세라고 굳혀 버린 독재자의 딸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 그리고 이에 맞서 싸워야 할 진보진영은 무참히 스스로 무너져 갔습니다. 민주통합당으로 대변되는 중도적 성향의 보수 세력 역시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만들어갈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 총선을 보면 국민들은 최선을 다한 반면 야권 세력은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껏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의 추억만을 재활용하며 아무런 대책없는 반MB만 외쳐댔습니다. 무조건 MB만 반대하면 승리할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은 정녕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착각이었습니다.

 

게다가 연대를 말하면서 분열을 조장한 정치인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오만은 하늘을 찔렀고, 반대로 사활을 걸고 단결한 보수 세력은 승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산과 경남 지역의 수많은 변화에 대해서도 야권 세력은 국민들에게 감사해야 마땅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넘지 못했던 벽을 이번 총선에 나선 정치인들은 넘을 뻔 했습니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 야권에 던져준 표는 야권 정치인들의 착각처럼 노무현에 대한 추억과 일방적 묻지마 반MB 때문이 아니었음을, 사람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쉽지만 스테판 에셀과 같은 노회한 혁명가,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귀감을 주는 혁명가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미 고인이 되었고 나머지 전직 대통령은 여전히 국민을 무시하고 우습게 압니다.

 

원로 정치인이라는 사람들도, 또 민중 운동의 대부라는 이들도 역시나 무력합니다. 백기완 선생, 함세웅 신부, 문정현 신부 등 몇몇 빛과 소금 같은 분들이 계실 뿐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이미 하실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신 분들입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다시 일어서 전진해야 합니다. 이대로 다가올 5년을 다시 박근혜, 다시 수구 세력들에게 넘겨준 다 해도, 순순히 헌납하듯, 갖다 바칠 순 없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결코 진보가, 민중이 허수아비가 아님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명박과 같은 인물이 다시 나온다 해도 끝까지 쫄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한 용기의 길에 스테판 에셀의 짧은 책자는 많은 힘과 생각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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