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를 보는 눈 - 개정판 ㅣ 세상을 읽는 눈
호리고메 요조 지음, 박시종 엮음 / 개마고원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무척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다. 아마 대학 새내기 시절에 읽은 책이 아닌가 싶다. 가끔 하는 책장 정리 중 발견한 책이다.
역사에 대해 누구는 흥미 없다 말하고, 누구는 흠뻑 빠져 산다. 또 어떤 역사서는 소설보다 더 큰 재미를 주기도 하고, 어떤 책은, 특히 교과서는 그야말로 사람을 최면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누구나 역사를 만들어가고, 그 역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미가 있건 없건 간에 모두가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때문에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중요치 않을 수 없다. 내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역사를 과연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우리 삶을 규정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일본 NHK 방송에서 방영된 교양특집 시리즈를 글로 옮긴 것이다. 시청자에게 보다 쉽게 역사에 접근토록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동안 일본에서 꾸준히 팔린 스테디셀러라고 하니 방송의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는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있다. 이는 물론 우리 교육의 탓이 절대적으로 크다. 년도 외우고, 왕의 이름들이나 외워 시험을 치렀던 세대들에게 역사가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야말로 역사의 격동기를 몸소 체험하며 살아왔다. 특히 한반도는 서구의 제국주의 침략과 그 후발주자인 일본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았고, 동서 진영의 이데올로기 갈등의 최전선이 되었다. 동족끼리 살육해야 했던 끔찍한 역사를 안고 있고, 이는 분단의 고착화와 남북 모두의 비정상적 발전을 가져왔다.
직접 체험하고 확인할 수 없는 북쪽을 제외하고, 남쪽만의 역사 역시 짧은 시간동안 급격한 변화를 이뤄왔다. 장기독재의 연장과 그 속에서 무수히 많은 민중들의 피땀으로 민주주의를 일궈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우리는 과거 상상도 하지 못할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을 넓은 눈으로, 그리고 동시에 세밀함으로 관찰하고 성찰할 수 있는 눈이 바로 역사를 올바로 직시하는 능력일 것이다. 역사는 누군가의 의해 이끌려가는 것이 아닌, 바로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안목이 커질수록 우리의 행동 역시 보다 신중해질 것이다.
역사의 진보를 믿어왔다. 물론 지금도 믿고 있다. 기가 막히고 땅이 꺼질 듯한 절망을 안겨 주는 일들이 끊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역사의 진보를 믿는다. 만약 역사가 충분히 반동적이라 해도, 역사가 진보함을 믿는다면, 여전히 희망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판도라의 상자 속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희망이란 것을 끝끝내 믿고 싶다.
올해 치러질 대선에서 역사는 다시 한 번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 그 어떤 결과가 온다 해도 그것은 온전히 이 땅을 살아가는, 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그 안에서 또 다른 진보를 위해 비틀거리며 갈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서 17년 만에 좌파 대통령이 탄생했다. 자유와 정의를 부르짖던 프랑스를 독재 국가처럼 만들어 놓은 사르코지는 이제 역사의 뒷길로 퇴장할 것이다. 프랑스가 과연 어떤 길을 향해 나아갈지 관심이 쏠린다.
그렇다면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지난 과거에 대한,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미래를 다시금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고 나 역시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내 의지로 흘러갈 것을 믿는다.
“우리가 역사에 대해 하나의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물음으로 되돌아온다는 것,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이 역사에 대해 전체적으로 어떤 판단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반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역사에 대한 물음이 어차피 우리의 실천적인 이상이라는 문제에까지 관련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역사에 우리 자신을 내맡기는 엄숙한 행위를 하는 셈이 된다는 것, 이것이 결국 역사와 역사관에 대한 저의 결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