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 시골촌뜨기에서 권력의 정점에 서다
소마 마사루 지음, 이용빈 옮김, 김태호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쑨원이 말한 것처럼 뜻을 세우고 큰일을 이루고자 한다면 경제적인 부가 따르는 대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은 합법적으로 부를 추구하는 길이 많습니다. 비즈니스로 부를 얻는 것은 올바른 방법입니다. 큰돈을 벌면 세금을 많이 내 국가에 도움이 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 데도 큰 힘이 됩니다. 그러나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 돈을 축적한다면 ‘탐관’‘적관’이 됩니다. 이런 사람은 반드시 추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좀처럼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지 않는 시진핑이 2000년 ‘중화여아’ 출판사 사장과 진행한 유일한 인터뷰의 한 부분이다. 비록 그가 언론을 의식한 다분히 교과서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짐작한다해도, 그의 인품이나 성격이 드러나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시진핑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의 부인 펑리위안이 오히려 더 유명한 스타였다. 그녀는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가무단 소속의 전속 가수였다. 전속 가수라니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실 그녀는 엄청난 거물이다. 시청률이 매년 100% 가까이 나오는 연말 저녁 초대형 가요프로그램의 사회를 볼 정도로 국민적 스타다. 아울러 상당한 미인으로 많은 중국 남성들의 로망의 대상이었다.

 

대부분의 언론이나 연구자들은 후진타오가 이끄는 중국 지도부 4세대 이후의 차기 지도자로 리커창을 꼽았다. 그럴 만 했다. 리커창은 후진타오가 적극 후원하는 인물이고, 또한 능력 역시 검증을 받은 ‘지도자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2007년 10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는 새롭게 구성된 차기 5년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8명을 인솔하며 등장했다. 그리고 시진핑은 리커창보다 앞선 서열 6위로 부상했다. 리커창은 7위였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올해 18차 당대회에서는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한 상무위원 7명이 모두 은퇴하게 된다. 새로운 상무위원이 진입하는 것이다. 오직 시진핑과 리커창 만이 재선되어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앉게 된다.

 

이후 예상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시진핑은 2010년 10월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자리에 올라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되었다. 그리고 올 가을에 열릴 18차 당대회에서 그는 후진타오의 후계자로 당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세 권력을 보유해 최고 권력이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마오쩌둥의 혁명 1세대, 덩샤오핑의 2세대, 장쩌민의 3세대, 후진타오의 4세대. 그리고 이제 새로운 10년 중국을 이끌어갈 5세대의 최고 지도자가 확정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과연 누구인가? 큰 키의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 온화하고 조금은 촌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시진핑. 그는 G2로 부상한 중국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아울러 그가 이끄는 중국은 동북아 및 세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책은 그동안 언론이나 각종 자료들을 통해 전해진 시진핑의 모든 것을 종합해 정치인 시진핑을 분석했다. 리커창과의 권력 투쟁, 장쩌민의 비호를 받은 태자당 출신 시진핑과 후진타오의 후원을 받고 있는 공청단(중국공산주의청년단) 계열의 대표주자 리커창의 숨막히는 투쟁이 흥미롭다. 물론 조금은 과장이나 억측이 곁들여, 너무 가십위주로 글을 전개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시진핑이 태자당이라는 것은 든든한 배경이다. 그의 아버지 시중쉰은 중국의 건국 공신 중 하나이며, 철두철미한 공산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던 중국의 혁명 원로였다. 그런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시진핑은 공산주의 사상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실재 시진핑은 공산주의 이론에 박식하며, 스스로 진정한 공산주의자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아울러 여전히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지지 않은 장쩌민 전 주석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도 그에겐 큰 힘이다. 중국의 권력 승계 과정, 즉 덩샤오핑식 육성법은 유능한 젊은 지도자를 찾아내 지방이나 중앙의 다양한 직책을 경험시키고 다른 유능한 라이벌들과 경합시켜 10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 최고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연마시키고 육성하는 것이다.

 

후진타오 역시 덩샤오핑에 의해 촉망받는 최고지도자의 길을 걷고, 시진핑 역시 장쩌민의 후원을 얻어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즉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2대 전의 최고지도자에 의해 내부적으로 지명되는 것이 거의 관례화된 셈이다.

 

시진핑은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결코 문외한이 아니다. 선대로부터 이어지는 북한과의 인연은 그가 중국 최고 지도자가 되었을 때 대부 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 조금은 짐작케 한다.

 

올 가을에 열릴 중국 18차 당대회. 그 현장에서 시진핑은 이변이 없는 한 지도자로 선택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동안 13억 중국을 이끌게 된다. 오로지 ‘미국 바라기’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때문에 광우병 쇠고기를 그대로 받아먹어야 하는 미국의 우울한 식민지가 되어버린 우리지만, 때문에 더더욱 중국의 권력 변화, 정책 방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이제 미국보다 더 큰 영향력을 우리에게 행사할 수 있는 국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진핑을 “사려 깊지만 교활한 카리스마”라고 표현한다. 과연 그것이 어느 정도 정확한 파악인지는 알 수 없다. 이제 시진핑이 주석직에 오른 뒤 그의 행동, 정책 추진을 살펴볼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과정을 살펴보면 몇 가지는 미리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지방에서 수 십 년을 민중과 함께 하며, 민중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아울러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혁명가문으로서의 장점도 가지고 있다. 비록 외교부문의 능력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단순한 ‘연약한 도련님’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중국의 마지막 공산주의자로 기억될 지도 모르는 시진핑. 우리는 그를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에 대해, 그리고 중국의 인민들에 대해, 그들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해 보다 깊은 주의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분단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에, 어쩌면 가장 큰 파고로 다가올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국 대륙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정세 연구는 반드시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과제다. 이 정부에선 이미 그런 것을 상실한 것 같지만.

 

쉽게 읽히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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