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엉뚱한 세상 엉뚱한 이야기 - 소설가 임상모의 시사산책
임상모 지음 / 화남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만들어질 당시, 옳지 못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정의로운 이들이 핍박받는 억울한 일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들은 가려지고, 온갖 더러운 변절과 민족 배반을 일삼았던 이들은 바로 그 간교함으로 다시 한 번 살아남아 이 사회의 주류로 행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잘못된 시작은 그 이후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어지럽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정권들을 만들었고, 또한 올바른 역사의식, 정의로운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 풍토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지금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이 판을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독재와 결탁하고, 권력에 굴종하며 구차하게 삶을 연명했던 이들, 그리고 그 후예들이 여전히 사회의 중심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힘없는 서민들을 억누르고 있는 형편입니다.
거기에 친일 보수 언론들은 평범한 백성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온갖 더러운 가치관을 주입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더러운 종이 매체들은 여전히 커다란 권력을 갖고, 심지어 방송마저 장악한 채 제 입맛에 맞는 더러운 방송을 전파에 담아 쏘아댑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여전히 어두운 이유입니다.
임상모 선생은 문학인이자, 언론인입니다. 전두환 신군부의 악행으로 다니던 신문사에서 해직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선생은 바른 말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고야 마는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풍기고 있습니다. 아울러 단정한 문체에서 드러나는 성품은 그가 이 시대 몇 안 남은 선비임을 보여줍니다.
책은 그동안 선생이 인터넷을 통해 기고했던 글들을 모았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탄생 이전부터 현 이명박 정권 시기까지 선생이 느낀 많은 생각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힘과 기백이 넘칩니다. 글만 보면 누구도 선생을 칠순을 넘긴 노인으로 생각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세상엔 추구해야 할 가치랄까, 목표가 참으로 다양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는 그런 다양한 가치보다는 오직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꿈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부자되세요!’라는 천박한 광고 문구가 버젓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시대입니다.
그렇기에 정의는, 올바른 역사의식은, 최소한의 인간된 도리는 점차 설 곳을 잃어갑니다. 불의를 불의라 말하지 않고, 다만 숨죽여 자신에게까지 그 불의의 파편이 튀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오히려 불의와 함께 하는 더러운 권력과 부귀의 찌꺼기라도 얻어먹기를 바랄 뿐입니다.
불의를 말하고, 정의를 외치면 순식간에 빨갱이로 몰리는 후안무치의 세상, 사람들은 실체도 모르는 빨갱이의 공포 속에 숨 죽여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온전한 자유일까요.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요.
이명박 정권의 말년이 추악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언제나 그 예상을 뛰어넘는 악행을 저질러 온 정권입니다.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두렵고 더럽고 추악한 집단입니다. 그들이 과연 국가와 민족,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가관인 것은 새누리당이란 이름으로 변신한 한나라당입니다. 그리고 박근혜 씨입니다. 여전히 국민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추악한 과거를 숨기고, 권력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씁니다. 국민들의 삶을 어두운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한 번 자신들에게 권력을 달라고 구걸합니다. 천하에 이런 몰염치한 족속들도 없습니다.
또한 자신의 아버지, 박정희의 온갖 죄악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고, 국민들의 재산을 빼앗아 부귀를 누리며 살아가던 딸은 다시 한 번 아버지의 국가를 쟁취하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전국을 누빕니다. 그리고 선량한, 하지만 진실을 보지 못하는 시민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임상모 선생의 글은 비록 그 분량을 길지 않지만, 긴 여운으로 다가옵니다. 진정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진정 이 땅을 살아가는 양심이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러한 따끔한 죽비가 우리에겐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사퇴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진작 물러나야 할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진정 자신의 악행에 반성을 할지는 기대할 수 없겠으나 검찰과 경찰이 국민들에게 진정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다시는 조현오와 같은 인물이 경찰청장이 되는 비극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비루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악행에 대한, 죄악에 대한, 불의에 대한 공범이 될 수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함이라는 구차함보다는 최소한 자식에게, 부모에게, 후손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시대의 인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 시작을 4월 11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