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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따르는 말 사람이 떠나는 말 - 인간관계를 망치는 39가지 습관
히구치 유이치 지음, 홍성민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해였나요. 제가 전공한 과의 교수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의 강의를 하루 맡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2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전공을 살려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제 경험을 섞어 이야기하면 된다는, 참 단순해 보이는 제안이었습니다.
전 깊게 생각하지도 않은 채 그만 냉큼 알겠다고 대답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 도대체 제가 왜 그런 무모한 대답을 한 것일까요. 수락 이후 강의일 전까지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제 생애 첫 강의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외모 안 되고, 키 안 되고, 학벌과 재력, 부모님 배경 등등 뭐 하나 제대로 내세울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단 하나 자신감 충만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뭐 부끄럽지만 다름 아닌 목소리였습니다. 목소리도 괜찮고, 노래도 좀 한다고 생각했고, 속된 말로 ‘말발’도 있다고 믿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단 말입니까. 강의는 다행히 별 탈 없이 마쳤고, 학생들의 반응도 나쁘진 않았지만, 전 그 이후 어디 가서 ‘말 잘 한다’‘한 노래한다’는 말을 다신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일생을 ‘말’을 하며 살아갑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 역시 수화를 통해 대화를 합니다. 자신의 의사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언어, 말은 인간을 여타 동물들과 크게 구분 지을 수 있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말하기는 너무나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그냥 생긴 말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매일 말로 상처를 받고, 말로 위안을 얻습니다.
책은 오랜 시간동안 논술과 작문 등을 가르쳐 온 저자가 실제 생활에서 겪고 느낀 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자신 스스로가 말 주변이 없었고, 또한 대체적으로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글 또한 매끄럽게 쓰지 못한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말을 잘 한다는 것, 말하는 법은 곧 사고의 습관이라고 합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함께 물 흐르듯 대화하는 사람은, 성품 역시 훌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제 할 말만 두서없이 늘어놓고, 상대방의 말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들은, 대화만이 아닌 삶의 모든 것들을 그런 식으로 이어나갈 확률이 높습니다.
책은 김제동이나 손석희 아나운서, 나아가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처럼 될 수 있는 달변가의 비결을 일러주지는 않습니다. 사실 그런 것은 따로 비법이 없죠. 대신 책은 피해야 할 대화 습관, 유형 등을 소개합니다. 이를테면 사회생활에서 흔히 나타나는 ‘도덕적 설교만 늘어놓는 유형’‘근거를 말하지 않고 결론짓는 유형’‘궤변으로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유형’ 등입니다.
아울러 이성에게 외면당하기 쉬운 유형들도 일러 줍니다. 적어도 이런 점들을 조심해서 이성과 대화한다면 호감 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호감으로 찍힐 수 있는 위험성은 줄어든다는 것이겠죠. 예를 들어 ‘끝난 일을 계속 문제 삼는다’‘감정에 휘둘린다’‘자기 말만 한다’‘낮은 수준으로 해석한다’ 등입니다.
덧붙여 인간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대화 습관이나, 자칫 잘못하면 상대방에게 만만하게 보일 수 있는 대화 습관 등에 대해서도 친절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말을 잘하는 것에는 왕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또 일부러 ‘나는 말을 잘 해야 겠다’는 의식 하에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해 말한다 해도 그 모든 것이 계획대로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하기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성 아닐까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진심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설령, 어설프고 조금은 촌스럽더라도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지금도 전 말을 잘 하고 싶습니다. 단순한 말발이 아닌, 상대방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울림을 줄 수 있는, 그런 말을 잘 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공부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단정한 마음을 가져야 하겠죠.
때문에 말하기는 여전히 저에게 참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