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우리 엄마 아빠 이야기
백남호 글.그림 / 철수와영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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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월간 《작은책》의 표지 그림을 그려주시는 백남호 님이 ‘우리 둘레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를 글과 함께 모았습니다. 이미 《작은책》을 통해 보아왔던 따뜻한 그림들과 함께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이 가득합니다.

 

이 책을 추천해주신 손석춘 선생님의 글이 처음부터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엄마 아빠는 왕도 왕비도 아닙니다. 부자도 아닙니다. 미용사인 엄마, 문구점을 하거나 떡볶이를 파는 아빠를 비롯해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나는 어른들입니다.…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왕이나 왕비는 없어도 되지요. 실제로 대다수 나라에 없어요. 부자 또한 없어도 됩니다. 그러나 학용품과 옷 만드는 공장의 노동자는, 쌀과 배추 농사짓는 농민은,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 땀 흘리며 일하는 우리 모두의 엄마와 아빠는 정말이지 없으면 안 될 분들이지요.”

 

그렇습니다. TV나 영화를 보면 등장하는 돈 많은 기업의 회장님, 사모님 그리고 그 자녀들의 화려한 이야기, 언제나 으리으리한 집에서 사는 이들만이 등장하는 이야기만 나옵니다. 서민들의 삶을 다루는 드라마는 외면받기 일쑤고, 언제나 신데렐라, 왕자님을 꿈꾸는, 말 그대로 ‘꿈같은’이야기만 환영받습니다.

 

물론 정작 우리네 삶이 너무 팍팍하고 고통스럽기에, TV나 영화에서나마 그런 고통을 잊기 위해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현실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순 없습니다. 아울러 자세히 살펴보면, 또한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하면 우리네 삶이 그 어떤 것 못지않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왕자나 공주로 태어날 가능성, 대기업 회장의 손자, 손녀로 태어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이 부자가 아니라고, 혹은 왕 못지 않은 대기업의 회장님이 아니라고, 원망한 적은 없었나요? 만약 그랬다면, 물론 철이 들면 달라지겠지만, 정말 슬픈 일일 것입니다.

 

책은 바로 우리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미용사 엄마는 다른 사람의 머리를 예쁘게 매만져 주시고, 공주보다 귀한 딸의 머리카락을 예쁘게 세 갈래로 땋아주십니다. 친환경 린스를 만드는 방법도 알고 계시죠. 또 우리 아빠는 학용품을 파십니다. 좁은 문방구에 물건이 하도 많아 구석구석 틈 하나 없이 빼곡하지만, 아빠는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물건을 훤히 꿰고 계십니다.

 

또 우리 아빠는 출출한 퇴근 시간, 사람들에게 휴식 같은 ‘떡볶이’를 파시고, 엄마는 낮에 집에서 돌돌 말은 김밥을 가져 오시죠. 우리 아빠는 집을 지으시는 건설 노동자, 맛있는 과일을 파는 과일장수, 남의 옷을 자기 옷보다 소중히 여기는 세탁소 주인,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연탄 배달부, 새벽같이 집집마다 맛있는 우유를 배달해주시는 우유 배달부, 무거운 짐들을 척척 옮겨 새로운 집에 놓아주시는 이삿짐 센터 일꾼, 맛난 짜장면을 배달해주는 중국집 배달부, 동네를 깨끗하게 치워주시는 환경미화원, 우리에게 맛있는 밥을 주시는 농부, 몸이 불편한 사람, 무거운 짐을 든 사람, 바쁘게 가야 하는 사람,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어디든지 모셔다 주시는 택시 기사입니다.

 

또 전업주부로 하루 종일 힘든 가사노동을 하시는 우리 엄마, 그리고 싱싱한 생선을 새벽 일찍 수산 시장에 나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추우나 더우나 하루도 안 거르시고 사와서 파시는 생선 장수 울 엄마도 있어요. 엄마가 일하는 데는 늘 물이 흥건해서, 늘 장화를 신으시죠. 엄마는 밖에서 식사를 하세요. 엄마가 밥을 먹을 때 제가 어깨를 주물러 주곤 한답니다. 아, 공장에 나가 작은 기계 부품을 끼워 맞추는 일을 하시는 울 엄마도 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온 울 엄마 이야기도 있답니다. 회사 사정이 안 좋다며 막무가내로 엄마를 쫓아낸 회사에게, 다시 일하게 해 달라고 엄마는 친구들이랑 싸우고 있어요. ‘텔레비전에서는 엄마가 아주 나쁘고 무서운 사람처럼 자꾸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지만, ‘우리 엄마는 집에서 방구 뿡뿡 뀌는 착한 엄마’에요!

 

책에 나오는 엄마, 아빠는 모두 백남호 님이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삶에 대해 그 누가 함부로 떠들 수 있을까요. 대기업의 손녀로 태어난 몇 안 되는 이들은 자영업을 하시는 수많은 엄마, 아빠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고, 마치 북한처럼 3대에 걸쳐 기업을 세습하는 회장님은 자랑스럽게, 아들·딸들을 데리고 다니며, 짐짓 거만하게 한국 경제를 논하는 현실에서, 우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엄마, 아빠를 감히 그 누가 가난하다고, 불행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저 먼 외국의 오래된 동화가 아니고, 시시껄렁한 이들을 위인이랍시고 거창하게 만든 책들이 아닌, 정말 이 시대 우리 아이들이 읽어야 할, 꼭 필요한 그런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처럼, 혹은 일부러 삶을 외면하며 살고 있는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그들이 없으면 결코 편하게 살아갈 수 없는 우리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철수와영희’는 언제나 개념 어린 책들을 펴내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더 많아야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늘 조연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이지만, 사실은 이 세상의 주인공인 분들.

 

엄마, 아빠가 있어 세상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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