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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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가 일하고 있는 잡지 《민족21》에서 〈저자와의 대화〉라는 연재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매달 한 권의 책을 선정하고 그 저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지요. 그 중 창원대 이성철 교수님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는데, 당시 선정한 책이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영화로 만나는 15개의 노동이야기’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여러 국가들의 노동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소개하며, 그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짚어주는 꽤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서평도 올렸습니다.

 

그때 알게 된 감독이 바로 켄 로치입니다. 노동자 및 서민들의 삶을 유쾌하지만 현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매우 멋진 분이더군요.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중 이 책과 동명의 작품이 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정규직 미화노동자들의 조직화 사업을 다룬 작품입니다.

 

책을 읽으며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게으름으로 아직까지 미뤄만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죠. 그리고는 폭풍 감동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책은 191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로렌스에서 발생한 섬유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전설적인 파업을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 노동사에서 ‘빵과 장미의 파업’이라 부르는 이 사건은 헬렌 켈러도 동참했던 역사적 운동이었습니다. 책은 로렌스 토박이 소년 제이크와 이탈리아 이민 노동자의 딸 로사, 이 두 아이들이 바라본 파업의 모습들,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연대의 과정이 잘 담겨져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이윤이 창출되는 과정에서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이익은 상충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혹한 노동조건에서 살인적인 노동을 감내해야 했던 노동자들은, 그러나 정당한 땀의 대가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임금삭감 마저 이뤄지자, 생존을 위해 그들은 파업을 선포합니다.

 

그 치열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공권력에 의해 폭행당하고, 살해당하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인종과 국적을 가진 노동자들은 단결합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으리!”

 

당시 미국의 노동자들은 연대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장기간의 파업으로 추위를 이겨낼 땔감, 당장 먹어야 할 빵조차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타 지역의 노동자들은 모금운동을 전개해 식량과 땔감으로 보냈고, 파업 노동자들의 자녀들을 자신의 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치 부산에서 파업을 전개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대전, 광주, 춘천, 서울 등 전국의 노동자들이 대신 자녀들을 맡아 보호해준 셈입니다. 이러한 연대의 힘이 바로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요.

 

소설은 행복한 결말을 맺습니다. 제이크와 로사도 다시 희망을 찾게 되지요. 뭉클한 감동으로 책장을 덮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봅니다. 김진숙 동지의 300일이 넘었던 고공투쟁, 지금도 추운 날씨를 버티며 1500일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투쟁.

 

그런데 다른 편에서는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분노와 환멸로 기억되는 이랜드가 미국의 야구구단을 인수한다고 하고, 삼성은 세계에서 가장 나쁜 기업 3위에 선정되고 있습니다.

 

동네 빵집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재발 3세 딸들의 고품격(!) 제과점 겸 커피전문점에 의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취업하려고 해도 자리가 없고, 있어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현실. 언제 해고되어도 아무 말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현실.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는 쌍용 해고자들의 죽음.

 

지금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은 더없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진정한 ‘빵과 장미’를 전해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요. 추악한 대기업의 횡포와 정부의 죄악을 언제까지 바라봐야만 할까요.

 

결국 연대의 힘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들이, 대도시 노동자와 지방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고 요구해야, 세상은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결국 같은 노동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있는 자들, 썩은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을 끊고, 그들의 똘마니 역할을 하고 있는 정당을 거부하며, 그들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정치인들을 몰아내야 할 것입니다. 한미FTA에 찬성표를 던진 정치인들을 끝까지 기억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총선과 대선에서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이유입니다.

 

인간은 빵 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장미도 필요합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아름다움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없어진 세상은 지옥입니다. 단 1%의 행복을 위해 99%가 착취당하는 세상은 이미 정당성이 사라진, 없어져야 할 지옥일 뿐입니다.

 

눈물겹게 아름다운 노동자들의 연대를 보여준 로렌스의 ‘빵과 장미의 파업’.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든 노동자들의 투쟁과 절규에 눈 감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용산참사의 아픔, 쌍용자동차의 눈물, 이랜드, 홈플러스,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눈물과 죽음을 잊어서는 절대 안 될 것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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