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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북한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 - 중국과 북한, 애증의 60년을 추적한다
고미 요우지 지음, 박종철.정은이 옮김 / 코인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북중관계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더욱이 MB정권 들어 급속도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실에서, 북중 관계를 세심히, 제대로 살펴보는 것은 더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점이 북중 관계를 제대로 보는 데 장애로 작용합니다. 양국 관계가 워낙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기도 하지만, 현실과 희망을 혼동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북과 관련된 연구에 있어 일본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꽤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지는 것 같다가도,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 아주 기초적인 지식조차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아울러 언제나 북 문제는 일본 보수 우익 세력의 편리한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는 점도 있습니다.
저자는 언론인으로서 오랫동안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해 나름 북중 관계를 진단하고 전망합니다. 오랫동안 북중 문제에 천착해 왔다는 점을 책의 여러 곳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언론보다 상대적으로 객관적이고, 비교적 상세하다는 평가를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책은 일본인이 바라본 한반도, 북중 관계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인용 자료들의 객관성이 상당히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고, 이른바 ‘들은 이야기’들도 신뢰성을 주기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또한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부분들을 여전히 사실인양 주장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일본은 몇 차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북과 수교를 맺지 못했습니다. 일본이 가지고 있는 자체적 한계 탓도 있지만, 북을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는 부분도 일정 작용할 것입니다. 일본 내 수구보수 세력의 만만치 않은 힘과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일본은 북과 관계개선을 추진해야 할 상황에 처할 것입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일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한반도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일본에게 북중 문제는 매우 민감하면서도 관심의 대상입니다. 양국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일본에게는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자와 언론인을 막론하고 경계해야 할 첫 번째는 바로 ‘이상과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상황을 해석해버리면 올바로 현실을 직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될 것’과 ‘그렇게 된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저자는 북중 관계가 과거의 혈맹에서, 철저히 이해에 기반한 일반적 관계로 격하됐다고 분석합니다. 2차례의 북핵 실험 당시 중국의 반응, 혁명 1세대인 북중 지도자들의 퇴장에 따른 유대 관계 약화, 한국, 미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와의 영향 등으로 그 이유를 제시합니다. 서로 필요성에 의해 관계를 맺고 있지만, 과거처럼 단단한 혈맹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세상에 어떤 국가도 자국의 이익이 되지 않는 외교관계를 수립하지는 않습니다. 중국 역시 북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북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일방적으로 해석되어선 곤란합니다. 국가 대 국가의 관계, 당대 당의 관계, 지도자 간의 관계. 이렇게 세 가지 측면을 동시에 살펴야 비로소 북중 관계의 미래가 보입니다.
그리고 현재 북중 관계는 어느 때보다 긴밀하고 원활합니다. 김정일 이후 김정은 체제가 빠르게 안정화된 것도 중국의 신속한 대응이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중국은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호들갑을 떨었던 한국 정부를 자제시키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다시 좋아질 것입니다. 향후 한국에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MB정부가 망친 현 남북관계를 복원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다시 남북관계가 호전된다면 지금의 북중 관계 역시 일정한 변화의 요구에 직면할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동아시아 정세 변화에 높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분단된 한반도에 아직도 많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강대국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슬기로워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반적으로 내용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은 책입니다. 하지만 북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해 한번쯤 고민의 필요성을 준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엔 나쁘지 않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특정 인물이나 사건의 사실 여부에 대해선 각자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