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 동녘선서 20
조성오 엮음 / 동녘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임진년 새해에 들어 지난 해 목표했던 독서량보다 딱 10% 더 늘리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한 권을 온전히 읽었습니다. 역시 올해도 ‘양보단 질’이라는 핑계를 찾아야만 할 듯합니다.

 

《인간의 역사》는 정말 오래된 책입니다. 초판이 군사정권 시절인 1984년에 나왔고, 제가 읽은 개정판이 1991년에 나왔습니다. 꽤 오래된 책이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이 책이 꾸준히 읽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가 역사학이나 경제학의 세계적 석학이어서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내용이 천지개벽할 정도로 색다르다거나, 무언가 특별하기 때문도 아닐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 단 하나일 것입니다. 과감 없이 있는 그대로 우리의 역사를 기술했다는 것.

 

10년도 더 지난 대학시절, 선배의 권유로 읽었던 책. 하지만 오랜 시간 잊고 있다가 다시 꺼내든 이 책은, 수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음을 다시 깨우쳐 줍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탐욕과 거기에 대한 또 다른 인간의 저항입니다.

 

책은 원시공동체 사회에서 자본제 사회까지 인류가 걸어온 역사, 특히 경제사적 측면으로 우리가 걸어온 길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산력이 너무나 낮아서 타인이 타인을 ‘착취’할 수조차 없었던 원시 공동체 사회는 순수 공산주의 사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차츰 인간의 지능이 발달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서게 되자, 놀라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진화와 진보, 그리고 풍요와 발전이라는 단어들이 마구마구 쏟아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원시 공동체 사회 이후, 노예제 사회, 봉건제 사회, 자본제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점차 놀라운 속도로 발달한 진보와 풍요를 결코 ‘나누려’하지 않았습니다. 착취가 가능한 그 순간부터 계급이 발생하고, 지배 계급은 피지배 계급을 죽기 바로 전까지 악랄하게 착취해 왔습니다. 유감이지만, 그게 우리가 걸어온 역사입니다.

 

이제 과거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요? 돈이 없어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고, 아파도 병원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 이 시대에, 대기업들은 남아도는 돈을 고용에 쓰지 않고, 쌓아만 둡니다. 그리곤 경제를 살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협박하죠.

 

정부 역시 경제를 살린다고 하며 사실은 대기업을 살리고, 기득권층의 이익에 복무합니다. 국가라는 자체가 지배 계급의 착취와 억압을 더욱 효율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탄생한 것이기에, 그 임무에 영원히 충실히 복무합니다.

 

2012년 흑룡띠의 해입니다. 많은 희망찬 전망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올 해가 경제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불황이 더욱 극심해 질 것이라 말합니다. 아마 그 전망이 맞을 듯합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99%의 대다수의 ‘못 가진 자’들이 1%의 소수의 ‘가진 자’들에게 저항하는 시대는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습니다. 그렇게 발전해 온 것이 역사입니다. 하지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자본주의, 거기에 그 기형적 변화인 신자유주의를 깨부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크다 큰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가진 자도 못 가진 자도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인류가 밟아온 역사의 길을 곰곰이 되돌아보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새해, 아직은 어둡지만, 곧 다가올 아침을 기다려 봅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노예의 투쟁은 노예제 사회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모순, 노예 소유자 계급과 노예 계급의 모순이 폭발한 것이었으며 이는 노예 소유자 계급에게 심각한 위협과 공포감을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소수인 노예 소유자 계급은 자신들의 재산과 지위, 특권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 냈는데 그것이 바로 국가였습니다.

노예 소유자 계급이 노예의 반항, 나아가 평민의 반항을 막기 위해 주로 의지한 방법은 폭력이었습니다.

 

그들은 군대, 경찰, 법정, 감옥 등 폭력적인 국가 기구를 만들어 놓고 노예나 평민에게 노예제 사회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사회 질서, 즉 법을 지킬 것을 강요했습니다.

 

만약 이러한 사회 질서를 지키지 않고 노예제 사회의 존립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그들에게 법의 이름 아래 가혹한 형벌을 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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