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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액션플랜 - 캠퍼스 비밀 삽질프로젝트
황윤지 지음 / 들녘 / 2011년 8월
평점 :
2011년은 그야말로 ‘청춘시대’였다.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발끈하는 젊음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2011년이 청춘들이 너무나 살기 좋았던 해라는 말이 아니다. 이른 바 ‘청춘 담론’‘20대론’이 판쳤던 해라는 뜻이다.
정말 그랬다. 너도 나도 청춘을 외치고, 마치 그들의 대변자인양, 혹은 준엄한 부모 역할을 하려 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20대들에게 관심이 많았는지, 반값등록금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많은 정치인들이 20대 근처를 기웃거렸다. 뭐, 표현이 좀 과해도 어쩔 수 없다. 정말 기웃거리기만 한 정치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의 20대들은 욕이란 욕은 다 먹고 돌아 댕겼다. 무뇌아부터, 잉여인간, 개새끼론 등등. 당최 무슨 죄가 그리 많은 지, 사회로부터, 기성세대로부터 암튼 무지하게 욕먹고 다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싸가지가 없었던 것은 기성세대들이었다. 그들을 개미지옥에 몰아넣고, 투표나 정치 따위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캠퍼스에 낭만 따위는 개나 줘버리게 만들어 놓은 당사자들이, 오히려 20대를 비난했다. 투표율 저조의 모든 책임을 20대에 돌리고, 심지어 대통령은 군대에서 죽으면 마음이 약하다고 하고, 반값등록금 공약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뻥치고, 취업난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낮추라고 떠들어댔다.
최근 결혼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결혼을 했어도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들이 많은데, 20대들은 거기에 더해 사랑의 본능까지 유예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맘 편히 연인을 안을 수도, 사랑을 약속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런 개 같은 상황을 만들어온 기성세대가 욕이란 욕은 다 했으니, 20대들이 느꼈을 분노와 허탈함은 말해 무엇 하랴. 아마 극심한 살인충동에 휩싸이지 않았을까. 그나마 우리 청년들이 한없이 착해서 그렇지, 그리스 청년들은 일단 불부터 지르고 봤다!
이 책은 20대가 얼마나 발랄하고, 기발하고, 또 속이 깊은지, 그리고 여전히 아름다운지 그대로 보여준다. 삭막한 취업인 양성소로 전락해버린, 부모들의 등골과 학생들의 불안한 미래를 저당삼아 장사에만 몰두하고 있는 대학에 텃밭을 만들어 배추를 심고, 무를 심어 도시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그들의 ‘삽질’은 유쾌하고 즐거웠다.
사회가 원하는, 기업이 원하는 스펙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정작 청춘들이 스펙에만 몰두한다고 비난하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넘치는 지금, 두꺼운 토익책 대신 낫과 호미를 들고 등교하는 ‘씨앗들’의 모습은, 20대들이 기성세대의 뜻대로 움직이는 안드로이드들이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이 지금 20대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그들과 달리 취업을 위해 몰두하는 이들을 모두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다. 물론이다. 다만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원천적으로 차단당한 지금,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에 나서는 이들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들이 그 어떤 원대한 사상과 목표가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봤듯, 20대들은 무시하지 못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의해 농락당하고, 이용당할 20대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철저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그게 당연하기도 하고.
저자의 말대로 철 지난 20대론은 그만 떠들자. 저자는 인생이 정답을 20대 안에 못 찾으면 망하는 토익 시험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당하다. 정답이 어디 있나?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젊음을 사는 것이며, 어떤 젊음이 무의미한 삶인가? 이명박 대통령처럼 자기가 안 해본 게 없다고 떠드는 어른들은 더 이상 입을 놀리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지금 이 시대의 20대가 아니라면 말이다.
각자 처한 상황에 맞게 그들은 삶을 꾸려가고 있다. 거기에 이래라 저래라 토 달지 말자. 그냥 같이 살아가자. 그들의 고민이 무언지, 혹 그 고민이 멍청한 어른들의 잘못으로 말미암은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제발 성찰 좀 하면서 살자. 그게 최선 아닌가 싶다.
저자를 비롯한 일곱 명의 청춘들. 그들의 유쾌발랄한 삽질은 정말 재미있었고, 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비단 우리 농업의 문제만이 아닌, 대학 등 교육 문제, 세계적 환경 문제 등 한 권의 책에 많은 이야기들이 꽤 재미있게 담겨있다.
이들의 무모한 도전이 또 어떤 꽃으로, 열매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건투를 빌고, 또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대들의 고민과 도전이 모두 모두 값진 열매로 돌아올 것임을 믿는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