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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 되돌아보고 나를 찾다
김용택.박완서.이순원 외 지음 / 더숲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뭐 인간만의 특징이라고는 절대 믿지 않지만, 반성은 인간이 더욱 인간다울 수 있는 미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일이든 반성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악인이든 선인이든 결국 모든 인간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 시대 대표적 작가들이 소개하는 자기 반성 이야기. 어떤 이는 정의를 외면했던 자신에게, 어떤 이는 늦장을 당연하게 여겼던 자신에게, 또 어떤 이는 음식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자신의 습성에 대해, 또는 이웃을 외면했던 자신에게….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반성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반성하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가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반성입니다. 어떤 이는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 혹은 아버지에 대한 한없는 미안함과 그리움을 내비치며, 뒤늦게 후회하고, 또 어떤 이는 곁에 있는 부모를 뒤늦게 이해한 자신을 책망하기도 합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어쩔 수 없이 눈물 흐르게 만드는 인연. 그 인연에서 많은 반성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먹먹해졌습니다.
책은 조용히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내어줍니다. 책을 읽으며 자신도 모르게 저질렀던 수많은 잘못과 그로 인해 일어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들이 떠오릅니다. 조금 더 정신을 차렸다면, 혹은 조금 더 열심히 했더라면 다른 결과가 올 수 있었던 일도 있었고, 뭐 지금 다시 해도 안 됐을 일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과거를 잊지 않고, 내 잘못된 행동이나 경솔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는 것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구나 잘못이나 실수를 피해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그 잘못과 실수로부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나를 찾아가는 길, 그 길에 반성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많은 이들에게 고통과 아픔을 준 이들이 정작 어떠한 반성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은 일에도 미안해하고, 걱정해주는 우리네 이웃과는 다르게,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이들은 오히려 반성하지 않습니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를 보면서도 느낍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정치인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고통과 상처, 모욕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서는 반성이 필요치 않습니다. 오히려 재빠른 망각이 필요합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라 거짓 비난하고, 자신의 부의 배경인 사학법 개정을 막기 위해 온갖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았던 이가 깨끗함과 공정함을 강조하며 시장이 되겠다고 합니다. 자신은 연약한 다윗이며 상대 후보는 골리앗이라 말하는 사람. 정작 자신의 막강한 부와 권력은 뒷전으로 교묘히 감추려 합니다.
한 평생 남을 위해 헌신한 사람과 한 평생 자기들끼리 잘 사는 데에만 몰두한 사람의 대결이 이번 시장 선거입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알겠지요. 뭐, 물론 강남 3구는 그냥 버렸습니다. 프로들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든 성실히 하고, 정직하며, 또 잘못된 일이 있으면 솔직히 털어놓고 반성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성하지 않습니다. 뻔뻔합니다. 아이들에게 무어라 말해야 할까요.
4대강 사업 때문에 우리 국토가 더욱 깨끗해 졌다는 광고를 서슴없이 합니다. 극장이든 TV이든, 라디오든, 길거리든 어디에서나 말이죠. 또한 대한민국이 한미 FTA와 핵안보정상회의로 다시 국격이 높아지는 멋진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나랏일을 맡긴 내 자신이.
모든 인간에겐 반성이 필요합니다. 죽을 때까지 반성하지 않고, 거짓과 기만을 일삼으며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이들. 그들이 가야할 곳은 비단 차가운 무덤만이 아닐 것입니다. 부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늘에 부끄럽지 않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시대 진정 반성이 필요한 이들은 누구일까요?
반성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