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림 - 맘마미아, 아이다, 댄싱 섀도우 프로듀서 박명성의 뮤지컬 인생
박명성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다지 큰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찬란한 명예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제 직업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직업이 아니었으면 평생 볼 수 있었을까 생각될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행운입니다.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를 만난 것도 분명 행운 중 하나였습니다. 국내 뮤지컬 프로듀서 1세대로 굵직한 브로드웨이 대형 뮤지컬들을 국내에 많이 소개했던 그는 이미 한국 뮤지컬계에서는 너무도 잘 알려진 인물이었습니다.

 

음악과 책을 제외한 문화생활을 도통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는 저라, 뮤지컬이란 장르 역시 생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렌트》《지킬박사와 하이드》등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관람한 기억이 있습니다. 또 대학로 소극장에서 창작 뮤지컬을 몇 편 본적도 있었습니다.

 

《렌트》는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가 특히 인상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 코드였다고 기억합니다. 주제도 좋았고, 여운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뮤지컬에 대한 제 지식과 이해가 일천함은 속일 수 없을 듯합니다.

 

박명성 대표는 국내에 처음으로 ‘정식 절차’를 밟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소개한 사람입니다. ‘정식’이 의미하는 것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합법적으로 작품을 국내에서 공연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그 전까지는? 부끄럽지만 원 저작자와 작가, 작곡가 등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몰래 공연해 왔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일이지요.

 

이처럼 박 대표가 정식으로 브로드웨이 작품들을 계약을 통해 국내에 소개하지 않았던 1990년대 말 이전에는 ‘저작권’이나 ‘지적재산권’등의 단어가 생소할 때였습니다. 몰래 도둑질해 공연한 작품들의 질이 좋았을 리는 별로 없었겠죠.

 

박 대표가 처음 정식 계약을 통해 소개한 《더 라이프》이후, 《겜블러》《아이다》《렌트》《시카고》《헤어 스프레이》《맘마미아!》등 수많은 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쳐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맘마미아!》는 중장년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곧 국내 공연 1000회라는 금자탑을 쌓을 예정이라 하니 그 인기가 가히 실감납니다.

 

무엇이든 맨 처음 도전한다는 것,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배짱이 필요합니다. 아무도 가지 않았기에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으니까요. 하지만 박 대표는 그 길을 주저 없이 걸었습니다. 예술가 정신, 연극 정신을 잃지 않고, 상업성에만 매몰되지 않고, 뮤지컬과 연극의 대중화를 위해 평생 뛰어왔습니다. 때문에 그의 ‘뮤지컬 드림’은 아름답습니다.

 

대규모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다시 국내 연극과 창작 뮤지컬 제작에 투자하는 용기, 단 한 번도 신용을 잃지 않았기에 얻을 수 있었던 ‘브로드웨이 박’이란 별명. 그리고 초대형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제작을 통해 보여주었던 뚝심과 안목은 박명성이란 이름이 왜 국내 뮤지컬계의 ‘신화’가 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역발상, 괴짜 정신을 강조합니다. 새로움을 꿈꾸지 않으면 새로운 문화, 콘텐츠, 예술이 탄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박 대표가 이끄는 신시컴퍼니에서 한해 무대에 올리는 작품 횟수만 700여회라 합니다. 매일 전국 어디에선가는 신시의 이름으로, 박명성의 이름으로 2편 이상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 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정성을 들였지만, 결국 흥행에 실패했던《댄싱 섀도우》의 새로운 시도를 준비 중이고, 또한 다양한 실험정신으로 국내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작품을 구상 중입니다.

 

아울러 그에겐 꿈이 있습니다. 바로 남북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소통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들과 문화와 예술을 교류하는 지금, 같은 민족과의 문화 교류가 막혀있다는 것은 예술가에 입장에선 참기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때문에 그는 《맘마미아!》의 평양 공연을 꿈꾸고, 나아가 남북이 함께 만들고 함께 무대에 올리는 연극, 뮤지컬을 꿈꿉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라도, 적어도 그라면 멋지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국내 뮤지컬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박명성 대표. 그의 열정과 도전 정신이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녹이고, 화합과 소통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아, 아울러 《뮤지컬 드림》은 그가 제작했던 많은 뮤지컬에 대한 소개가 함께 담겨있습니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또한 뮤지컬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이참에 저도, 뮤지컬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조만간 한 편 멋지게 관람할 생각입니다. 추천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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