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하는 악마
테오 R.파익 지음, 박미화 옮김 / 수북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과연 선할까요. 인간의 ‘악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악마의 본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이 추잡하고 더러운 세상이 우리를 점차 악마로 만드는 것일까요.

 

이처럼 결코 간단히 대답하기 어려운 주제인 ‘악’에 대해 논하고 있는 이 책은 신화에 등장하는 악의 화신부터 중세를 거쳐 이성이 발달한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악의 기원과 양상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우리는 심심찮게 연쇄살인범이나 ‘묻지마’ 대량살인범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유영철과 조승희 사건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 우리 곁에도 ‘사이코패스’라는 이름으로 언제 학살을 저지를지 모르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줍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공격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때로는 다른 생명을 빼앗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대부분의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육식동물의 경우 잔인하게 먹잇감을 죽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만 동물과 같은 공격성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게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탐욕과 이기심, 때로는 그저 재미를 위해 다른 생명을 빼앗는 일에 주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같은 인간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무수히 많은 학살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핑계로 한 인종 간, 민족 간 대량학살은 과연 인간이 이 지구상에서 살아갈 가치가 있는 존재인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국가라는 권력집단에 의해 자행되는 수많은 학살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너무나 뼈아픈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을 두고 같은 동족끼리 자행했던 학살의 역사. 우리는 어쩌면 이념을 핑계로 극단적 증오를 풀어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바로 우리들의 형제, 자매들에게 말이죠.

 

때문에 인간에게 악함이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은 다른 한 편으론 지극히 당연한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죠. 인간은 지구상 어떤 생명체보다 사악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잔인하고 극단적 존재이죠.

 

역사상 수많은 살인마들이 존재해 왔습니다.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찰스 맨슨을 비롯해 테드 번디, 조디악, 잭 더 리퍼, 제프리 다머, 마크 뒤트로 등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연쇄살인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행렬은 아마 인류의 역사가 끝나지 않는 한 이어질 것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고대 로마 시대 시인인 플라우투스의 ‘호모 호미니 루푸스’라는 말을 인용해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이다”라는 말로 인간의 본성을 적절하게 표현한 바 있습니다.

 

그럼 정말 인간의 악함으로 말미암아 이 세상은 종말을 고할까요. 어쩔 수 없는 사악함으로 서로가 서로를 모두 죽여야 끝나는, 그런 지옥이 이어질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간은 악함에 대한 유혹만큼 ‘더불어 살아가는’공동체 정신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러한 공동체 정신이 사라진다면 그때는 정말 인류는 종말을 고하겠죠. 하지만 전 믿습니다. 공동체 정신은 인류의 소중한 가치이자, 태어날 때부터 간직한 정신이라는 것을요.

 

개인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소설이나 영화를 즐겨보기 때문에 이 책 역시 처음엔 단순한 즐길 거리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악함과 선함을 어떻게 통제하고 조절해야 하는지, 또한 전쟁이라는 인류 공멸의 순간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저자의 서술 중에는 몇몇 이해가 되지 않거나 찬성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구 소련, 중국 등에 대한 설명에서 그러한 부분이 눈에 보였고, 또한 자본주의 국가가 저지르는 대량학살에 대해서는 일견 눈을 감아버리는 모습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종교가 저지른 추악함과 현대 인류가 안고 있는 생명 경시 풍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마녀 사냥이라니…. 정말, 기가 찰 노릇입니다.

 

살인과 약탈, 증오와 탐욕은 인간 본성의 하나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본성이 바꿀 수 없는 영원함과 동의어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주위를 돌아보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삶을 통해 그 본성마저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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