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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모자이크 살인
줄리오 레오니 지음, 이현경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꽤 오랫동안 책장에 놓여 있던 책. 왜 그리 손이 가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좀 우습다. 사실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맥을 못 추는 나 아니었나. 그런데 이상하게 이 책은 그다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읽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 드디어 책장을 넘겼는데…. 예지력이 있었던 것일까. 참을성이 많기로 소문이 날 뻔한 나에게도 이 책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해야 겠다.
물론 작품의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곡》으로 잘 알려져 있는 중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단테를 주인공으로,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스토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아울러 단테가 우리가 알고 있던 위대한 작가라기보다는 상당히 자신에 대해 자신 있는, 좀 심하게 말하면 거만할 정도의 인물로 그려지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 작품을 ‘환상 추리소설’로 규정했듯, 작품은 치밀한 알리바이와 트릭이 빛을 발하는 정통 추리소설과는 맥을 달리한다.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도 심히 어설프고, 또한 극적 반전과는 거리가 먼 조금은 싱거운 결말도 아쉽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감탄했던 것은 마치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처럼 생생하게 시대를 묘사한 점이다.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던 그의 문장에는 역사와 문화와 예술 모두가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이는 그만큼 저자가 작품을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는 증거이다. 저자의 부지런함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성싶다.
중세 유럽은 종교와 이성의 대립, 교황과 황제의 대립으로 점철되던 시기다. 감히 범접할 수 없었던 종교에 대한 도전. 그 도전은 의도야 어찌되었든 이후 세계의 모습을 바꿔놓게 된다. 맹목적인 종교적 아집이 불러온 수많은 역사적 비극을 돌아볼 때, 작품 속에 나타난 종교와 왕권의 대립 과정은 흥미롭고 또한 씁쓸하다.
여전히 종교라는 이름으로 맹목과 광기가 존재하는 지금. 과연 우리는 중세에서 얼마나 진보했는가. 생각해본다. 그의 다른 작품들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혹시 있다면, 또 다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후한 점수를 주기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형편없는 작품이라고도 감히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의 작품이었다. 제목은 “어머니, 우리를 구해주소서”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