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거울 - 왜곡된 반사 또는 부풀려진 신화
손석춘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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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최근에 느낀 소회 하나. 세상엔 역시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아무리 썩어빠진 세상이라도 자신의 양심을 지키고, 최소한의 사람다운 도리를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나와 같은 평범한 인간들은 그런 분들 덕분에 한없이 큰 위안을 받으며 살 수 있다는 눈물 나게 고마운 사실.

 

사람은 일단 부지런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최소한 눈치라도 빨라야 한다는 사실. 자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양 개구리처럼 살지 않기 위해서라면 정말 넓은 세상,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 그렇지 않고선 이 복잡한 세상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쉽게 알 수 없다는 사실. 왜냐? 나쁜 인간들도 역시 머리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나쁜 점을 최대한 좋은 것으로 숨기려 하기 때문. 게다가 그런 세력이 권력이나 돈이 많다면 엄청시리 교묘하게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는 사실. 거기에 노예같이 빌붙어 먹는 언론과 방송사들까지 합세하면 좋은 사람들이 한 순간에 빨갱이나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덧칠 당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아주 나쁜 놈들도 좋은 놈으로 둔갑될 수 있다는 엿같은 사실.

 

아무리 나쁜 놈들이 권력을 오래 쥐고 있고, 돈으로 사람들을 살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진실은 아침처럼 찾아온다는 사실. 역사의 분명한 흐름을 더디게 할 수는 있어도 끝내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

 

손석춘 이사장님. 내가 무척이나 존경하는 몇 안 되는 분 중 한 분. 글을 정말 잘 쓰는 기자 중 한 분이라는 생각. 지금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이사장을 맡고 계시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진보대통합에 힘을 모으고 계신 분.

 

선생님의 책은 거의 다 읽었음. 특히 대학 시절 선생님의 책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를 보여주었음. 인생의 커다란 등대의 역할을 해주신 분. 지금도 취재 관계로 가끔 뵈면 그냥 얼굴을 뵙는 것 만으로 힘이 되어주시는 분.

 

이분이 말씀하시는 ‘박근혜론’. 앞으로 진보진영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모습으로만 보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박근혜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책은 과연 우리가 박근혜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내년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다시는 이명박 정권과 같은 괴물 정권을 탄생시키지 않을지 말하고 있음.

 

사실 정치인 박근혜는 지금까지 뚜렷이 한 것이 없다는 것이 장점인 정치인이었음. 정치인 같지 않아 지지도가 높은 정치인이라는 모순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음. 게다가 그는 단 한 번도 인생에 있어 서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하지 않았음. 가난한 시절을 거쳐 대통령이 되었다고 떠들었던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더욱 서민의 삶을 이해하지 못함.

 

그런 박근혜가 선거의 여왕이라고 별명을 얻은 것은 온전히 보수 거대 언론의 사기극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음. 그는 김대중 대 이회창 때 이회창을 지지했지만, 김대중이 당선되었고, 역시 노무현 대 이회창 때에도 이회창을 지지했었음. 결과는 노무현의 당선. 지난 재선 때는 경선에서 경제 살리기를 외치는 이명박에게 패배했음. 결국 이긴 선거가 없었음.

 

자신의 부친의 고향에서 주워 먹듯 국회의원이 된 뒤, 정말 편하게 국회의원 자리를 유지해왔음. 게다가 4대강 사업, 언론 악법 날치기 등에 대해서 박근혜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시 소신을 한 번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음.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사항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음.

 

또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저지른 민주주의 탄압에 대해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음. 대법원이 판결하고, 국정원이 사실을 밝혀 고의로 조작한 간첩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음이 밝혀졌음에도 그는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음.

 

복지론을 먼저 주장했다고 떠들지만, 그가 말하는 복지 역시 한국형이라는 단서를 달아 마치 박정희가 한국형 민주주의를 거들먹거리며 국민들을 탄압한 전례를 따르려 함. 한마디로 생각이 없고, 제대로 된 참모도 보이지 않고, 다만 입다물고 조용히 있는 모습으로 승부하려 함.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의 부친이 만든 모든 기형적 한국사회의 모습에 대해 외면하고, 부친이 이룩했다고 주장하는 경제적 성장의 과실만 주장하며, 다시 경제를 살리겠다고 주장함.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한 대기업 위주의 신자유주의와 다를 바 없음. 기가 막힘.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을 주장함.

 

통일 문제,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수구적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 무엇하나 이명박 대통령보다 나아보이는 게 없음. 그래서 위험하고 또 위험한 것임.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는 또 다시 5년 동안 뒷걸음질 할 것이 보이기 때문.

 

단 그가 종교나 복지 분야에 있어 조용히 헌신하고 봉사하며 자신의 삶과 아버지의 삶에 대한 성찰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언제나 해왔음. 하지만 그는 자신이 선택받은 공주인양 자신의 아버지를 국가가 동일시하며 자신만이 아버지를 이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 대단한 착각이자 이 나라의 불행임.

 

그녀보다 뛰어난 정치인들은 미안하지만 널렸음. 야권을 보면 그와는 차원이 다르게 투쟁하고 목숨을 걸며 정치활동을 해온 이들이 많음. 게다가 그들은 대통령 아버지라는 든든한 빽도 없었음. 하지만 그들의 능력이 더욱 뛰어나고 더욱 믿음직스러움. 다만 그들은 박근혜처럼 빽이 없었고, 조선일보와 같은 더러운 언론의 지원이 없었다는 차이점이 있음.

 

어찌되었건 국민들은 현명함. 이명박 5년의 뼈저린 교훈을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됨. 물론 진보진영이 서로에 대한 양보와 먼 미래를 위한 자기 희생을 결정해야 국민들이 지지해 줄 것임. 다시는 박근혜와 같은 이들이 대권을 넘보는 한심한 작태는 사라져야 함.

 

미리미리 이명박을 떠나 박근혜 쪽으로 붙은 기생 세력이 있어왔음. 그들에게 국민이나 국가의 미래, 민족의 미래 따위는 관심 대상이 아님. 언제나 그래왔음. 때문에 그들에 대한 철저한 심판이 있어야 할 것임.

 

182억 원이라는 혈세를 들여 주민투표를 강행하는 오세훈 시장이나, 그걸 밀고 있는 청와대, 한나라당. 여기에 대해서도 복지를 외치는 박근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음. 백주대낮에 야당 정치인이 폭행을 당해도 가만히 있는 정부. 이런 정부가 5년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그야말로 참담할 것임.

 

내가 돈이 많다면 여러 권 사서 주고 싶을 만큼 반드시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책임. 한국 정치사에 대한 정리도 잘 되어 있어 더욱 가치가 있는 책임. 모든 이들이 적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책을 읽기를 바람. 그리고 내년 선거 때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람.

 

박근혜는 공주가 아님. 그저 불행한 우리 역사의 한 단편일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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