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청춘 - 일하고 꿈꾸고 저항하는 청년들의 고군분투 생존기
청년유니온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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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지들끼리 다 한다. 무슨 말이냐면 그동안 대학생을 비롯한 청춘들이(이 말에도 물론 모순이 가득하다. 대학생이 아니면 마치 정상적인 젊은이가 아니라는 듯한 상당히 문제 있는 어투다) 그동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가, 최근 반값등록금 문제를 시작으로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한마디로 이제 다시 정신을 차렸다는 진단 말이다.

 

청춘들이 언제 죽었었나? 그러다 지금 다시 살아난 것인가? 그들을 좀비 보듯 매도하고 난도질하고 비아냥거리고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것은 오히려 기성세대들 아닌가. 말도 안 되는 동정과 충고, 어설픈 꾸지람 등으로 그들의 기를 꽉꽉 눌러온 것이 누구였냔 말이다.

 

때문에 청춘들은 말한다. ‘너희들이나 잘 하라’고. 그 말에 선뜻 ‘이 놈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들은, 글쎄 내가 봤을 때 별로 없다. 일단 우리는 아름다운 대통령을 뽑지 않았나. 그것 하나로 솔직히 닥치고 있어야 한다. 왜냐고? 기업 살리기에 올인하신 대통령님 때문에 대학생 등록금 공약을 지킬 수 없으셨고, 4대강에 돈을 올인해야 했기 때문에, 여전히 복지 문제는 배부른 소리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청춘들은 너무 힘들고, 그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청춘들에게 충고를 한다? 꾸지람을 한다? 밤길이 무섭다면 그런 대담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솔직히 좀 맞아도 싸다.

 

청년유니온은 최근 젊은이들의 인권과 직업권 나아가 세상에서 한 번 자기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친구들이다. 김영경 대표를 비롯해 몇 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참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실 청년들의 권리를 위해, 인권을 위해 뛰어주는 단체는 흔치 않다. 아마 청년유니온이 최초일 듯 싶다. 직업이 없어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들의 포부는 사실 당연한 것인데도,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웃기는 소리다. 만약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노동자 분들과 사회 곳곳에서 비정규직, 알바라는 이름으로 노동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한 순간에 손을 놓는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 우린 편의점, 카페, 주유소에서 어리바리하게 허둥대고 있을 테고, 중소기업은 멈출 것이다. 이른 바 고학력 알바들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하고 있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한국을 제외하고 말이다.

 

여기에다 만약 외국인 신부님들이 출산을 거부한다고 생각해보자. 상상이 가지 않는가. 우리는 맥없이 무너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고마운 분들을 폭행하고 살해한다. 미친 나라다.

 

청년유니온의 소중한 분들이 우리와 똑같은 청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 꿈도 이상도 다르지만, 한결같이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비슷하다. 이 미친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청춘이 청춘답게 산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할 것일까. 하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다.

 

숭고한 희망 따위, “그래도 우리는 희망이 있다!” 따위의 글들은 많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지금의 고통을 견디고 있는지, 그 고통의 근원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그래야 어설픈 충고 따위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묵묵히 그들을 지지하고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 청춘들은 역사상 그 어떤 세대들보다 똑똑하다. 그리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편의점에서 하루만 알바 해보라. 주유소에서 총잡이를 하루만 해보라. 장담컨대 당신은 이 기가 막힌 청춘들의 삶에 어이를 잃어버릴 것이다. 이렇게 일하고 이 정도의 대우를 받아왔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그런데 너무 놀라지는 마시라. 솔직히 당신도 알고 있지 않았나. 그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사는지를.

 

생존을 위해 사랑을 유예하고, 꿈을 저당 잡히며, 대출 이자를 갚다가 청춘을 다 보내는 이들이 많다면, 분명 그 시대는 미친 것이고, 잘못은 사회에 있는 거다. 대통령님께서는 언제나 그랬듯 “자신도 다 해봤다!”며, 요즘 아이들이 나약하다고 말씀하신다. 정말 겁 없는 분이다. 대통령은 평생 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울컥거리게 하는 문장 몇 개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이제 더 이상 청춘들을 응원하지 않겠다. 다만 굳건한 믿음을 간직하고 함께 하겠다.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가 조화되지 못하고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이는 순간, 인류는 비극을 맞이한다.… 한 달에 150만 원 버는 예술 노동자를 꿈꾼 어느 가수는 창작 활동에 대한 대가로 미니홈피 도토리를 받은 채 뇌종양으로 쓰러졌다. 촉망받던 영화작가는 밥과 김치가 없을 때 병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아이들에게는 대학을 제외한 어떠한 삶의 가치도 허락되지 않으며 이런 아이들에게 대학에 들어가는 법을 가르치던 어떤 예술가는 자신의 존재를 슬퍼한다. 꿈 많은 만화작가는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편의점 한편에서 고객의 포인트 카드 소유 여부를 확인하며, 연인들은 굶어 죽을 수 없기에 그들의 사랑을 유예한다. GDP와 KOSPI가 인류의 행복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귀납적으로 도출되었다. 모두 다 죽었는데 그까짓 숫자 놀음은 대체 누가, 어디에 써먹는단 말인가. 한없이 슬펐다. 이 따위 야만이 내게 허락된 현실이라는 사실이 서럽고 노여웠다. 절망의 끝에서 살아내기 위해 나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상상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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