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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면 성공한다 - 위대한 인물 33인의 놀라운 성공 비법
장준수.김영욱 지음 / 라이프콤파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5박 6일의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대련에서 단둥을 거쳐 환인, 집안, 이도백하, 연길, 용정, 도문, 훈춘, 방천에 이르기까지 1400km의 여정이었습니다. 버스로 오랜 시간 이동하는 바람에 살짝 피곤했지만 매우 의미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옛 고구려 선조들의 기상을 느낄 수 있었던 ‘고구려 유적지 순례’와 ‘북중 접경지역 답사’였습니다. 중국 역사왜곡의 영향으로, 초라해 보일 정도로 방치된 고구려 유적지와 북과 중국의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는 ‘경제 협력의 현장’을 직접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단둥에서 손닿을 듯 가까이 있는 신의주를 바라볼 때면, MB정권 이후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악화된 남북관계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가고 싶어도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 땅을 남의 나라에서 바라보는 현실. 과연 대한민국은 언제쯤 섬나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번 여행에 가져간 책 중 하나가 바로 《여행하면 성공한다》였습니다. 왠지 어울릴 것 같아서요. 사실 저 역시 책의 제목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자기계발서의 냄새가 나는 게 싫어서요. 하지만 뭐, 이 책이 자기계발서가 맞으니 아주 틀린 것은 아니겠지요.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타고난 게으름으로 이 나이가 되도록 여행다운 여행을 그리 많이 해볼 수 없었던 저 역시 ‘떠남’이란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경험입니다. 가보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아직은 많은, ‘철없는 30대’거든요.
책은 공자, 석가모니를 비롯해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 33인의 ‘여행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이 여행이란 것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여행을 했는지, 그들의 여정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한 번 쯤은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약간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만약 이 책이 100% 자기계발서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말 뻔뻔하고 해로운 말들로 가득한 자기계발서가 얼마나 많습니까. 자기계발서를 가장한 유해 물질들입니다.
책에서도 말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은 조금 여유가 있는 이들만의 특권처럼 여겨졌습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진지도 얼마 되지 않은 대한민국 아닙니까. 그야말로 ‘좀 사는’이들이나 감히 해외여행을 꿈꿨죠.
그런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납니다. 비록 반 쪽 뿐이지만, 한반도의 아름다운 곳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그리고 세계는 말 그대로 ‘무궁무진’한 호기심과 신비를 안고 있죠.
우리는 다른 국가를 여행하면 일단 ‘해외여행’이라고 말합니다. 이유는 알고 계시죠? 우리는 섬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국가를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바다를 건너야만 합니다. 때문에 전 타국으로의 여행 때마다 일종의 ‘억울함’과 ‘슬픔’을 느끼곤 합니다. 왜 우리는 걸어서, 제 발로 다른 나라를 여행할 수 없을까요.
여행의 목적과 가능 방법 그리고 각자가 경험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 스타일의 여행을 하게 되죠. 어느 여행이 더 훌륭하고 위대하다고 말하긴 살짝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 여행의 격은 존재합니다. 위대하신 대통령께서 즐겨 쓰시는 ‘국격’이란 것이 있듯, 여행도 격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새로운 곳에서 즐겨보고 싶다는 욕심 역시 개인의 자유니, 뭐라 나무랄 순 없지만 최소한 여행을 통해 무엇 한 가지라도 얻고 돌아온다면 더욱 좋겠죠. 아울러 현지인과의 공감을 시도하고, 현지인에게 도움이 되는 여행이라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사람이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이 말이 딱 맞아 떨어집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만, 타국에서 한국인의 ‘파워’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겠지만, 정말 같은 동포인 것이 창피할 때도 많습니다. 그 오만함과 무지, 타인에 대한 무시는 슬플 정도입니다.
여행은 끊임없이 자신과 소통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인과의 소통 역시 함께 합니다. 그리고 때론 그 소통이 더욱 큰 울림을 전해 주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소통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결국 거울 속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지 않을까요.
꼭 성공하기 위해 여행을 하진 않을 생각입니다. 뭐 어차피 성공과는 그다지 친분관계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꼭 무슨 목적이 있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다만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때론 더 많이 울고 웃고 싶을 때, 그때 조심스레 여행 가방을 꾸리려 합니다.
우연히 여정이 겹친다면 인사 한 번 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