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전 스티브 잡스 vs 빌 게이츠 - 세상을 바꾸는 두 CEO의 도전과 성공
다케우치 가즈마사 지음, 김정환 옮김 / 예인(플루토북)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업무 관계로 읽게 된 책입니다. 사실 평상시에는 이런 종류의 책을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주로 자서전이나 주위 사람들이 쓴 평전들을 즐겨 읽죠. 제가 보기에 저자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두 사람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내 덕분에 생각지 않게 아이패드를 하나 얻었습니다. 지금은 ‘아이패드2’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죠. 아이패드의 등장은 그야말로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IT분야는 물론 거의 모든 산업의 생태계를 바꾸어 놓았으니까요.

 

스티브 잡스는 IT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마니아들에게 거의 신적인 존재입니다. 애플은 그가 만든 또 하나의 세계이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잡스를 추종하며 열광합니다. 그가 2000년대 이후 선보인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겠다”는 그의 신조와 철학이 실현된 예입니다.

 

빌 게이츠 역시 전설적인 인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국을 세워, 절대 군주로 군림했던 그는 지구상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장악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13년 동안 세계 억만장자 순위 1위를 고수했던 어마어마한 갑부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에 필적할 정도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부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사람이죠.

 

저자는 이 두 사람의 능력과 자질을 여러 분야로 나누어 비교 평가하고 있습니다. 왜 이 두 사람이 성공할 수 있었는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비교적 세세히 구분합니다. CEO로서의 능력, 예견 능력, 매니지먼트, 성장 환경, 인재 확보 능력, 신제품 개발 능력, 협상 능력, 라이벌 대응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마케팅 능력, 업무에 몰두하는 힘까지 두 사람의 우위를 분야별로 가립니다.

 

사실 두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 이루기 어려운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입니다. 세계 IT업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때문에 이 두 거물에 대한 호기심이 유명 연예인 못지않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 하나가 있습니다. 대단하다는 것과 존경할 만하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바람으로 사람들은 이제 거리낌 없이 물신을 숭배하고, 또한 돈 많은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을 ‘훌륭한 사람들’과 착각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입니다.

 

한낱 미국의 사기업이 평가한 국가신용도에 따라 여러 나라들이 흔들리고, 그 순위를 올려보겠다고 호들갑을 떱니다. 세상에 감히 어떤 주체가 다른 국가의 신용도를 맘대로 재단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그 나라에 투자하면 본전을 뽑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국가신용도라 할 수 있을까요? 정신 나간 짓거리에 모두가 혼이 빠져 버렸습니다. 그따위로 맘대로 다른 나라를 평가하는 미국의 기업들이 왜 자국에 대한 평가는 그리도 서툴기만 할까요.

 

이런 기형적인 생각들이 타인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삐뚤어진 잣대를 들이대게 합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또한 이 사회가 나아지기 위해 노력해 왔는가보다는 단지 얼마나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존경의 기준이 정해집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CEO들이 마땅히 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존경을 받고 그 사람들의 리더십을 운운하는 책들이 쏟아지는 것도 그러한 맥락의 하나죠. 개인적으로는 그딴 쓰레기같은 글을 쓰는 작자와 그딴 책을 펴내기 위해 아까운 종이를 낭비하는 출판사들이 역겨울 따름입니다. 참 먹고 살기 힘들죠?

 

책에서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단점들이 함께 소개됩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끝까지 내 아이가 아니라고 부정한 잡스와 약속 따위는 상관없이 오로지 성공하기만 된다는 오만함에 가득 차 있던 빌 게이츠. 부하 직원들에게 거침없이 폭언을 해대며 거의 노동 착취에 가까운 업무 부담을 주면서도, 단 한 번도 미안해하지 않는 두 CEO. 물론 게이츠가 자선사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며 미국 정부도 하지 않는 좋은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은 존경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또한 잡스가 IT의 혁신을 가져와 많은 이들을 즐겁고 편리하게 만들어 준 점도 인정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오류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들은 어찌되었든 기업가입니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이들인 것입니다. 이윤 창출이 그들에겐 신조이며 신앙이며 철학인 것입니다. 대단한 사람들이지만, 과연 훌륭한 사람인가는 온전히 독자들의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성장 과정, 두 걸출한 CEO의 다양한 능력을 알게 된 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만든 세상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다 주었는지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짝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혹시나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정말 훌륭한 ‘위대한’ 위인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알려지지 않아도, 묵묵히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말 멋진 훌륭한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주류의 생각, 또한 그걸 어설프게 흉내 내어 이 시대의 선비론 운운하며, 1%, 2% 엘리트들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이들에겐 이해되지 않겠지만, 정말 많은 평범한 이들이 있기에 사회는, 세상은 움직이고 발전해 나가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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