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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통일 이야기 - <민족21> 안영민 기자의 유쾌한 희망 만들기
안영민 지음 / 자리(내일을 여는 책) / 2011년 3월
평점 :
전 참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매일 매일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역시 우둔함은 떨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혹은 먼저 세상을 살았던 이들의 지혜를 통해 조금씩 배워나갈 뿐입니다.
그런 제가 유독 흥분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그럴 땐 저도 모르게 가슴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곤 합니다. 또한 울분과 분노와 그럼에도 불구한 열정이 타오릅니다.
저자인 안영민 기자는 제가 일하고 있는 《민족21》의 편집주간이십니다.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분 중 한 분입니다. 그동안 월간 《말》지와 《민족21》을 통틀어 14년이란 시간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써 오시고, 또한 많은 글들을 써온 분입니다.
그동안 방북 취재만 20여 차례. MB정권의 무지막지하고도 정말 어리석은 대북정책 이전까지 남북을 오가며, 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우리들에게 전달해 온 안 기자는 14년의 기록을 이렇게 책으로 우리들에게 내놓았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먹고 사는 걱정이 우선이고, 또한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통일은 결국 “거지같은”북한을 우리가 먹여 살려야 할지도 모르는 “결코”반기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통일은 반갑지 않은 손님인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정말 통일은 우리에게 비극일까요? 통일이 되어버리면 우리는 모두 엄청난 세금 폭탄으로 신음하게 될까요? 우리는 막대한 비용의 통일 비용을 감당치 못해 후진국으로 몰락하고 말까요?
그렇게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1년 7개월 정도 남은, 현재의 정부라는 집단도 통일 비용을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계산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그래놓고, 또 통일은 해야 된다고 떠들죠.
이들의 주장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전쟁을 통해, 갈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기생충들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죠. 하지만 아쉬운 점은 우리의 역사는 너무도 오랫동안 그들에게 기득권을 빼앗겨 왔다는 점입니다.
최근 북에 대한 근거 없는, 불확실한 정보를 통한 악의적 기사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일전에 만난 친구가 저에게 묻더군요? “정말, 북한 여군들은 승진을 위해 성상납을 하는 거야?”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술잔을 입으로 가졌죠. 슬펐습니다. 그리고 분노했습니다. 통일을 하자고 떠들면서, 그 대상인 북한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는 이야기들로 다시 악마화하려는 집단들에 구역질도 아까웠습니다.
저자의 책에는 우리가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통일이 왜 행복한 일인지, 절실히 담겨 있습니다. 굳이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하는 이 현실이 슬프지만, 현실은 엄혹합니다. 때문에 설명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진실성이 담겨 있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대답이 바로 안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왜 우리가 다시 통일을 꿈꾸어야 하는지, 왜 분단세력을 몰아내고 통일을 위해 열정을 불태워야 하는지 말이죠. 통일은 단지 회복이 아닙니다. 더 큰 희망과 더 넓은 세상을 위한 시작일 따름입니다.
책은 남북을 나누지 않고 모든 “우리”를 향한 저자의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북의 사람들 역시 살아 숨쉬고, 하나됨을 갈망하는 우리임을 말해줍니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고, 몇 번이나 목울대를 떨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통일을 노래하는 책이나 글보다는 북에 대한 저주와 갈등의 부추김을 위한 책과 글들이 난무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존중 없이 일방적인 힘의 굴복을 원하는 우리의 모습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힘으로 굴복시키고, 빈 라덴 사살을 역사적 쾌거라 떠드는 저 야만적인 미국과 하나도 다를 바 없습니다.
통일은 우리에게 더 큰 꿈을 꾸도록 해줄 수 있는 희망입니다. 이 참혹한 세상에 다시 따뜻함과 연대를 가져올 수 있는 희망입니다. 갈등과 반목과 증오를 화합과 나눔과 돌봄으로 바꿀 수 있는 희망입니다.
그 희망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통일은 행복입니다. 그 누구의 행복도 아닌 우리들의 행복입니다.
“통일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나눔과 연대의 정신이다. 기득권층에게는 통일이 가진 것을 빼앗기는 일이라고 여겨지겠지만 대다수의 서민들에게 통일은 가진 것을 나누면서 더 큰 것을 얻는 과정이 될 것이다. 농민들에게 통일은 민족농업을 지키며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다. 노동자들에게 통일은 새로운 경제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이고 분배의 파이를 키우는 길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통일은 미국 중심의 20세기가 아닌 동아시아 중심의 새로운 21세기의 비전을 품는 길이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 만약 이 책을 읽고도 “이거 너무 빨갱이 같은 생각아니야?”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대는 정녕 어찌할 도리가 없는 사람입니다. 안타깝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