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조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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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 차이는 무엇일까요? 본질적으로 그다지 다른 것은 없어 보입니다. 솔직히. 하지만, 그럼에도 차이점을 굳이 꼽으라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언어일까요? 복잡다단한 언어를 구사하며 문화와 예술과 그밖에 모든 것들을 창조해낸 인간 아닙니까. 인간은 오만하게도 동물들이 일단 ‘말’을 못한다고 대체적으로 생각하고, 또 말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인간처럼 복잡한 체계가 없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제 기준에서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정을 거부하려는 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것은 절대 아니죠. 어떤 것이 합당하고, 또 가야 할 길인지 빤히 알면서도 가지 않는 것이죠. 왜냐? 자신만의 또 다른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설령 그 길이 결국 상대는 물론 자신마저 파멸시키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해도 말이죠.

 

인간을 제외하고,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생존’이상의 것을 요구하거나, 그것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지 않습니다. 물론 ‘재미’를 위해 살생을 하지도 않지요. 일단 자신의 생존이 보장되면 더 이상 나아가지 않습니다.

 

어쩌면 바로 그 차이점이 인간이 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려는’욕망이 진보를 가져왔다고 말이죠. 뭐 인간이 정말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정을 거부해야 합니다. 아니, 인정과의 투쟁을 벌여야 합니다. 받아들인다는 것. 아마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이 가장 하기 힘들어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수용이란 단어를 어느 순간부터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또 우리 각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보다 나은 모습이 될 수 있는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고 바라는 것들. 그것은 사실 그렇게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행동은 너무나 어렵다는 것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변화를 원하고, 지금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선출한 ‘권력’이 오히려 우리를 억압하고, 심지어 죽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를 그 누군가가 대신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행여나 지금 갖고 있는 최소한의 그 무엇마저 잃을까봐 말이죠. 때문에 대부분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을 때 인간은 용기를 발휘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조국 교수의 책들을 모두 읽었습니다. 대중들을 위한 단행본들 말이죠. 《성찰하는 진보》에서 《진보집권플랜》《보노보 찬가》그리고 이 책까지. 조국 교수의 글들에는 그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어떤 숭고한 이상이나 어려운 철학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입은 자유롭게, 밥은 공정하게”

다들 인정하실 겁니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얼마나 처절한지. ‘밥벌이’의 거룩함과 비천함. 그 속에서 동물 이하가 되어가는 자신을 느낄 때, 그 순간의 ‘소름’은 정말 서글픕니다. 왜 우리는 가면 갈수록 살기 위해 비참해져야만 할까요? 정말 해법을 모르는 것일까요.

 

진보나 보수나 그 어떠한 거룩한 가치나 이상, 이데올로기도 다 때려치웁시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들이 최대한 자존감을 가지고 ‘어울려’ 살아가는 것입니다.

 

서로의 생명을 빼앗지 않고, 서로의 존엄성을 짓밟지 않고, 서로의 소중한 그 무엇을 착취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어감에 있어 진보와 보수를 나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다.

 

만인이 아닌, 오직 만 명에만 평등한 세상. 95%가 아닌 5%를 위한 사회는 때려 부수어야 합니다. 한 줌도 되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세상은 없애버려야 합니다. 인간이 인간을 ‘동물 취급’하는 세상은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살아야’합니다. 조국 교수가 말하는 모든 가치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들 중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왜 그런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냥 무작정 싫다고, 주는 것 없이 밉다고 끝내버리면 당신은 결국 또 다른 동물이 되고 맙니다. 그것도 정말 아무런 생각 없는 단세포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명가수들의 축복과도 같은 노래들을 제외하면 당최 짜증나고 혐오스러운 인간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선거가 또 하나의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반찬가게에서 반찬 가격을 따지듯, 쇼핑몰에서 할인 가능한 상품들을 따지듯, 꼼꼼하게 정치인들을 검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걸러 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어렵다고요? 이 처참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무상급식은 좋지만, 무상(無想)투표는 절대 안 됩니다. 바쁘시면 바쁜 일정에 맞춰 공부하세요. 저처럼 천하의 무지한 녀석도 속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위선’으로 포장하지 않고, ‘인정’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안목.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덕목입니다.

 

그리고 조국 교수의 책들이 그런 안목을 키워주는 데 일정한 도움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이념 이전에 정의·상식·합리·배려가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 밥과 여가의 문제가 기본적으로 해결되어 노동하는 보통 사람이 당당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꿈이다. 대표자를 직접 뽑는 것을 넘어, 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국가행정의 민주화를 이루려는 꿈이다. 그리고 위세, 명망, 지위 보다는 겸허, 진솔, 사랑이 사람관계를 지배하는 꿈이다. 나는 이 꿈을 위해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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