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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평점 :
이명박 정권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배웠습니다. 물론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훨씬 더 많지만, 이른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시민들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고마워해야 할까요.
현 정권에서 배워야 할 것 중 하나는 ‘끝까지’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그 어떤 비난이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설사 ‘한 줌의 세력’을 제외한 전 국민이 반대한다고 해도 말이죠.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많은 사안에서 현 정부는 철저히 지지층과 기득권 세력을 위해 움직였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나 인권의 소중함 따위는 ‘돈’이 되지 않기에 무시되거나 억압받아도 상관없었습니다. 소중히 키워 온 한반도의 평화 역시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평화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처음에 당황하던 국민들도 이젠 덤덤히 받아들이는 모양입니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체념과 함께, ‘분노조차 일상이 되는’상황까지 온 것이죠. 노동자들의 죽음, 우리 영토에 포격이 가해지는 극단적 대치, 온 국토의 황폐화, 양극화의 극한 대립, 서민 경제의 파탄, 농촌을 비롯한 축산업계의 몰락 등 모두가 고통에 겨워하고 있을 때, 기득권층은 여전히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를 자랑합니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그런 점에서 조금은 신선함으로 다가옵니다. 명석함과 치열함, 언행일치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진보 진영에게 호소합니다. ‘다시 한 번 잔치를 벌이자’구요. 이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다시금 뜨거운 승리를 위한 준비를 하자는 권유입니다. 그리고 그 승리는 온전히 국민들을 위한 승리가 되어야 하고요.
《오마이뉴스》오연호 대표기자와의 대화는 대한민국, 나아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어렵다거나, 훈계하지 않습니다. 어디 감히 국민에게 훈계할 수 있겠습니까. 현 정권을 제외하고 말이죠. 조 교수는 말합니다. “서민과 보통 사람이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요.
사회, 경제, 민주주의, 교육, 남북관계, 검찰 개혁, 교육, 청년문제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플랜’들을 이야기합니다. 어느 것 하나 딱딱하거나, 급진적이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 정도의 의식 수준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찬성할 내용들입니다.
물론 ‘적과 나’를 구분하는 이 냉혹한 사회에서 그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미 보수 언론들은 조 교수를 ‘폴리페서’라 비난하고 딴지를 겁니다. 뭐 일일이 대꾸하기도 지겨운 것들이죠. 그냥 씹는 게 상책입니다. 대응해주면 자신들이 뭐라도 되는 양 더 거들먹거리거든요.
그러나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국민들이 공감한다면, ‘수구꼴통’과 ‘친북좌빨’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 그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났을 때의 많은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것들.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닌, 우리의, 우리 자녀들이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에 대해. 우리는 그것마저 네 편 내 편 나눌 수 있을까요.
정치와 정세, 진보와 보수의 이야기를 할 때,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리고 쉽게 풀어 나간다는 것은 분명 미덕입니다. 아주 뛰어난. 그런 면에서 조국 교수는 분명 조금은 ‘힘 빠진’진보진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정의와 상식마저 가격표를 붙여야 관심받을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길. 조국 교수를 비롯한 모든 깨어있는 이들의 역할일 것입니다.
2012년을 희망으로 만들고 싶은 모든 이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아, 사족 하나. 인터뷰를 위해 직접 만난 조국 교수는, 역시 미남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