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의 약속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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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간수 출신의 계모. 그녀는 전 부인의 자식들을 포함한 4명의 자녀를 마치 죄수처럼 가두고 키워왔다. 죽은 남편이 남겨준 막대한 유산을 관리하며 자식들을 외부와 단절시키며 ‘자신만의 감옥’을 만들어간 노부인. 그녀는 자식들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함께 떠난 가족 해외여행. 그들이 자신들의 고향인 미국을 떠나 도착한 곳은 이스라엘. 머나먼 여정 중 그들은 벨기에 출신의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포와로는 우연찮게 그들 가족의 속삭임을 엿듣게 된다.

 

“너도 알지, 그렇지? 그녀는 죽어야 해”

 

〈죽음과의 약속〉은 아가사 크리스티가 만든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16번째 작품이다. 스스로 천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 그는 ‘회색의 뇌세포’를 자랑하며, 그 어떤 미스터리한 사건들도 명쾌히 풀어낸다.

 

오랜만에 휴가를 즐기러 이스라엘을 찾은 포와로.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는 언제나 그를 따라다닌다. 미국 출신의 보인튼 가족에게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가 일품이다.

 

특히 소설의 백미는 포와로가 보인튼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물을 일대일로 면담하는 장면이다. 그 과정에서 포와로는 스스로 사실을 밝히고 마는 범인의 실수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사소함 그 하나로 범인은 완전범죄릐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곤 비참한 최후.

 

“내가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 여러분, 범죄를 수사한다는 것은 단지 범인들에게 이야기를 시키는 것만으로도 족하지요. 그들은 결국엔 우리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 속에서도 진실을 말하게 되어 있다. 자신은 완벽히 타인을 속일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 그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포와로와 같은 천재에겐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차별 살해되고, 온갖 액션이 난무하는 그런 방식은 아니지만, 작품은 추리소설의 진정만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솔직히 고백해야 겠다. 다시! 추리소설의 늪에 빠진 듯한! 봐야 할 책들이 산더미지만, 틈틈이 추리소설을 다시 섭렵해야 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역시 아가사의 힘은 위대하다. 일단 코난 도일과 아가사의 작품을 다시 읽고,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으로 넘어가볼 생각. 현대 추리소설 역시 살펴봐야 겠다.

 

세상이 좋은 일보단 나쁜 일들만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내 독서에도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물론 그 균형이라는 것도 어설픈 자기 위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왜 그리 우울한, 슬픈 책들만 뒤적거리냐는 사람들의 걱정도 들린다. 때문일까. 가끔은 이렇게 모든 것을 잊고 재미에만 푹 빠질 수 있는 책들이 고프다.

 

이 참담한 정권이 물러가면, 이 분노와 좌절이 사그라질까. 아니면 또 다른 분노가 터져 나올까. 뭐 아무튼 난 아가사의 도움을 단단히 받고 있다. 포와로와 미스 마플이 있는 한, 그래도 조금은 견딜만 하다는 생각이다.

 

“인간의 본성을 선하고 밝은 쪽으로만 바라본다는 것은 인생을 가장 쉽게 살아가는 방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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