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복지국가 - 천정배의 정치 구상
천정배 지음 / 창해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 정치권을 보면 그야말로 ‘복지 전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한국형 민주주의’를 외치며 유신 독재를 합리화했던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한국형 복지’를 내세우며 복지론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가 먼저 복지 논쟁의 불을 지핀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정치권에 불어닥친 󰡐복지 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입가경입니다. 여야와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복지가 최선임을 강조합니다. 󰡐한국형󰡑 󰡐보편적󰡑 󰡐선택적󰡑 󰡐자립자활형󰡑 󰡐자립보장형󰡑 󰡐선별적󰡑 등 수식어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정치권의 복지 전쟁은 여전히 와 닿지 않습니다. 누가 복지 담론을 선점 하느냐도 중요치 않습니다. 필요한 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입니다.

 

물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솟고, 여기저기 불안한 모습들이 연이어 나타납니다. 구제역의 전국적 재앙은 이제 날씨가 풀리면서 더욱 큰 비극으로 다가오려 합니다. 전 국토에 산채로 매장당한 동물들의 피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이 수많은 생명들을 무참히 살상한 대가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자연은 결코 인간에 순응하지 않습니다.

 

부자들만을 위한 정치, 국정운영을 펼쳐온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레임덕이 다가오자, 부자들에게마저 버림받고 있습니다. 물론 주위에 바른 말을 하는 측근이 하나도 없는 관계로 여전히 자신은 지지율 역대 최고의 위대한 대통령으로 생각하고 있겠죠.

 

북과의 관계는 이제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북 역시 남한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하는 것이 없는 것 같고요. 이젠 미국과의 직접 대화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우리 정부라는 것은 그렇게 저주를 퍼부어 가며 북의 붕괴를 기대했지만, 북은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집트, 리비아 등의 민주화 바람이 북에게 불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 역사가 무엇인지, 중동의 역사와 북의 역사가 어떻게 다르며 왜 북은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는지 전혀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이들일 뿐입니다.

 

전셋값은 끝없이 치솟고, 돈 없는 이들은 더더욱 서러운 세상이 되어갑니다. 80대 20의 시대는 이미 옛말입니다. 90, 어쩌면 95대 5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토건족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4대강 사업은 이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전 국토를 썩어들게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2012년 대선에서 ‘복지’가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왜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친환경 급식의 혜택을 누려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교묘한 말 속임수로 국민들을 현혹합니다. 마치 자신은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인양 떠들고 있지만, 그들은 아이들의 밥값이 아까운 것은 알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서울시를 겉보기에만 그럴싸하게 만드는 것이 미친 짓이란 사실을 인정치 않습니다.

 

복지는 말 그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최소한 인간이 누릴 권리를 모두가 평등하게 누려야 함을 말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의 책임을 가져야 하며, 없는 이들은 없더라도 기본적인 권리를 누려야 합니다. 때문에 어떤 정치인이 말한 복지가 최선이 아니라, 누가 말하더라도 납득이 될 수 있는 복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정으로 복지가 여전히 사치라는 어처구니없는 개소리들은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놓기 싫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현재 복지 국가라 말해지는 국가들은 우리보다 더 적인 GDP 아래에서도 이미 체계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의지가 있다면, 국민들의 지지와 열망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결코 사치가 아닌 당연한 권리인 것입니다.

 

천정배 의원은 이 책이 자신의 정치 인생 16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하는 비전과 정책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의가 이뤄지는 사회를 말합니다. 이 사회가 여전히 불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가 말하는 정의는 당연한 권리, 최소한의 권리 그리고 상식적인 사회를 말합니다.

 

천 의원이 말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위한 개혁과제는 총 9개입니다. 이는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조세재정 개혁, 교육개혁, 보건복지 개혁, 노동 개혁, 부동산 및 주거개혁, 중소기업정책 및 영세자영업자정책 개혁 등입니다. 그 어느 것 하나 시급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천 의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분, 혹은 민주당이라는 야당 자체에 회의와 혐오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잘못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노력, 그 노력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책과 비전이 허술하다면 따끔하게 지적해야 하고, 좋은 부분은 칭찬해줘야 합니다.

 

최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이야기가 여전히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남겨진 아이들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해고는 살인’이라는 처절한 절규를 그대로 현실로 옮기고 있는 자본. 그 자본에 노동자들이 맥없이 죽어나가야 하는 이 지옥같은 현실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복지국가의 가장 기본은 모든 국민들이 적어도 돈 때문에 죽지 않는 사회입니다.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는 세상입니다. 제 자식을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제 우리나라는 복지국가라 불러도 된다”는 발언은 지극히 망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복지국가를 위해, 보다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지금도 애쓰시는 수많은 노동자들, 운동가들에게 한 없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놈이지만, 항상 응원하고 있음을 알아주세요. 저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겠습니다.

 

진정한 복지국가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 앉아서 누군가 그것을 입에 넣어주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그런 세상은 오지 않습니다. 영원히.

 

돌아가신 쌍용자동차 노동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기억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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