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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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최고의 추리소설작가 코난 도일, 그리고 그와 필적될 정도로, 어쩌면 더 큰 영광과 명성을 누렸던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그녀가 탄생시킨 벨기에 출신의 명탐정 엘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예고 살인〉은 그 중 미스 마플이 활약하는 작품입니다. 어느 조용한 시골 동네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살인사건. 이를 둘러싸고 점차 드러나는 음모와 충격적 결말. 추리소설의 모든 미덕을 갖추고 있는 이 작품은 아가사의 뛰어난 문장력과 번득이는 재치를 느낄 수 있는 명작 중 하나입니다.

 

책을 구입한 것이 언제인가 살펴보니 무려 20년이 지났더군요. 사실 요즘 제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찾아내는 재미에 푹 빠졌거든요.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이지만, 문득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때 독서의 느낌이 지금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추리소설의 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 의견이지만, 우선 범죄자의 시선입니다. 범인은 최대한 완벽한 범죄를 꿈꿉니다. 그리고 철저한 준비와 사전 계획을 통해 범행을 저지르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범인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시선, 즉 탐정의 시선이 있습니다. 탐정은 시시콜콜한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기억합니다. 또한 찾아내죠. 때론 너무나 사소한 것 하나가 범인을 밝혀내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뭐 대부분 범인은 사소한 실수 하나로 꼬리를 잡히고 말죠.

 

이 과정을 처음부터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재미를 선사합니다. 독자 역시 탐정과 같은 시선으로 사건을 차근차근 살펴나가기 시작하고, 나름대로 범인을 짐작합니다. 결말에 이르러 범인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의 그 충격. 혹은 스스로 생각했던 이가 범인으로 밝혀졌을 때의 흥분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미스 마플은 80세에 가까운 노처녀입니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미스 마플의 모델이 자신의 할머니라고 밝힌 바 있지만, 독자들은 오히려 아가사의 분신으로 미스 마플을 생각하곤 했습니다. 뜨개질을 좋아하고, 조용하면서도 때론 수다떨기를 좋아하는 노부인. 하지만 사소한 그 무엇도 놓치지 않고 결국 범인을 찾아내고야 마는 놀라운 추리력은 엘큘 포와로와 함께 아가사 소설의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 홈즈, 뤼팽과 함께 포와로, 미스 마플은 매우 친근한 캐릭터였습니다. 홈즈와 함께 아가사의 작품을 통해 추리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도 추리소설을 무척 즐기고 있습니다. 비록 본격 문학의 눈으론 추리 소설이 다소 홀대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엄연히 추리소설도 문학적 가치와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매력은 결코 작지 않죠.

 

지역 신문 〈인사란〉에 버젓이 게재된 살인예고, 모두들 그 광고를 게임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게임에 동참하기 위해 예정된 시각에 예정된 장소로 향하죠. 사실 그 예고에 언급된 장소. 즉 블랙로크 여사가 살고 있는 리틀 패덕스에서조차 알지 못하는 광고였습니다. 여사는 그런 광고를 낸 적이 없거든요.

 

어쨌든 이웃 사람들은 게임을 위해 그곳에 당도하고, 예정된 시각이 되자 갑자기 전원이 꺼집니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의 귓가에 “당신은 이제 살해당합니다”라고 말할까 두려워합니다. 그럼 자신은 피해자가 되어 비명을 지른 채 쓰러진 척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어둠 속 울리는 연이은 총성에 모두들 얼어붙고 맙니다. 이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후 불이 켜진 뒤, 나타난 놀라운 광경.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 〈예고살인〉. 자, 미스 마플과 함께 범인 찾기에 나서볼까요?

 

“고통이란 그것을 겪은 뒤에 오는 최상의 기쁨의 시기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가를 가르쳐 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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