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한권으로 보는 필독 명작 90
헨릭 랭 지음, 스포츠서울 P&B 편집부 옮김 / 스포츠서울 P&B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엄청난 분량의 고전 명작을 단 4컷의 만화로 표현해야 한다면? 급기야 성경까지 말이다! 와!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까. 그런데 실재 이러한 엄청난 작업을 한 작가가 있다. 그가 헨릭 랭이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스웨덴에서 유명한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한다. 나는 그의 일러두기(혹시 출판사가 첨부한 것일 수도 있지만)에 일단 호감이 갔다.

 

“책에 관한 설명은 아직 책을 읽지 못한 독자를 위해 줄거리 위주로 설명한 것이며 깊은 해석은 전문가의 몫이다”

 

그는 총 90권의 책을 소개한다. 여기엔 장르도 다양하다. 추리·SF·판타지·공포·그래픽노블부터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등의 본격 문학까지 아우른다. 동양의 고전들을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이는 아무래도 저자가 담기엔 벅찼을 것이란 생각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율리시스》 같은 방대한 고전부터 《와치맨》과 같은 만화까지 그가 다루는 책들은 모두 크나큰 명성과 업적을 이룬 책들이다. 90권의 책 중 비록 내가 읽은 책들이 턱없이 적음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는 오히려 새로운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제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율리시스》를 어떻게 4컷으로 줄였는지 볼까? 1컷은 제목이니 실상 3컷이다.

 

1. 매일 하루의 시작은 훌륭한 아침식사와 함께 해야 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 중 하나인 율리시스가 왜 리오폴드 블룸과 스티븐 디덜러스의 더블린 아침식사 장면에서 시작하겠는가?

 

2. 리오폴드와 스티븐은 더블린 전역의 아일랜드인들이 그렇듯 결국 만나서 술을 마신다. 그리고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중요한 산문이 있다.

 

3. 함께 사창가를 방문한 뒤, 스티븐은 리오폴드의 집에서 떠나간다. 뒤이어 리오폴드의 아내 몰리가 백만 페이지쯤 될 것 같은, 마침표 사용법을 잊어버린 이 책을 끝낸다.

 

다른 모든 작품 소개가 이런 방식은 물론 아니지만, 저자는 위트와 때론 날카로움으로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잡아낸다. 이는 그야말로 저 깊숙이 자리 잡은 내공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고전에 대한 나의 무식은 항상 뼛속 깊이 느끼며 살지만, 이번에는 좌절보다는 왠지 새로운 의욕이 생겨난다. 이렇게 멋진 고전들을 아직 맛보지 않았다는 설레임? 이것도 쏠쏠하다.

 

아내의 무언의 압박에도 어느 새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엔 책들로 빼곡하다. 이러다 정말 책 때문에 이사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지만, 뭐 그렇게 되면 다른 훌륭하신 분들처럼 이웃들과 돌려보면 되겠지?

 

이미 90권의 고전을 다 읽은 이들도, 혹은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은 분들에게도 이 책은 분명 새로운 자극제가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영원불멸한 고전에 대한 찬사~! 여러분도 함께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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