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어이쿠, 이런! 왜 이제야 완득이를 만났을까. 이렇게 쿨하고, 순수하고, 또 착하디착한 아이를. 그리고 왜 이제야 똥주를 만났을까. 이렇게 바람직하고 멋들어진 선생을 말이다. 후회막급이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만났으니, 너무 좋다.

 

그동안 완득이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정말 괜찮은 녀석이고, 또 정말 괜찮은 소설이라는.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느낌. 똥주와 완득이의 설전이 그대로 화면에 그려지는.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읽혀나가는 소설을 만난 것이 얼마만인가. 완득이는 그야말로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완득이〉가 성장소설로만 읽힐 수는 없다. 읽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고 가야할 문제들. 장애인에 대한 차별,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 지긋지긋한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이야기들을 너무나 유쾌하게 풀어낸다. 자칫 심각하다 끝나버릴 이야기들을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것. 그리고 결코 만만치 않은 감동까지 덤으로 준다는 것은 분명 미덕이다.

 

얼마 전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며 호들갑을 떨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 또 잘 생기거나 예쁘다는 이유로 갑자기 ‘떠버린’선수들의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 짜증났던 것은 그 이후에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다. 아니 반응이나 있었나? 스포츠 뉴스에서 어떤 종목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는 단신이 잠시 나온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것도 선수의 이름은 소개되지도 않았다. 이 무슨 엿 같은 경우인가. 관심이 없으면 나올 필요도 없단 말인가.

 

이주 노동자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개봉해서 쫄딱 망해버린 영화 〈방가 방가〉는 나름 진지하면서도 코믹하게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다루었다. 하지만 보시라. 역시나 영화는 외면당했다. 그렇다면 감독은 다시금 이런 영화를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을까. 화끈하게 벗거나, 유명한 배우들 동원해서 본전치기는 될 만한 영화나 만들지 않을까. 그저 그런 영화들 말이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그냥 이곳에 와서 함께 살아가면 그들이 이웃이고, 그들이 ‘우리’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이곳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마저 ‘우리’취급을 하지 않는다. 연말이나 뭐 그딴 시기가 오면 연탄이나 돈 몇 푼 쥐어주고, 그 앞에서 개폼 잡으며 사진 찍으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엿이나 드시지.

 

그러니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폭력은 말 할 것도 없다. 만약 그대가 길을 가다 험상궂게 생긴 동남아 노동자를 만났다고 치자. 전혀 쫄지 마시라. 만약 그가 당신에게 시비를 걸거나 어떤 폭력을 휘두르려 한다면, 그야말로 그는 ‘생명’걸고 그 행동을 해야 한다. 왜냐고? 무조건 그는 추방될 테니까. 오히려 우리가 그들에게 폭력 행사를 해도, 심지어 죽임을 당할 상황에 처해도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공권력’은 한국에 없다.

 

이런 유쾌하지 않은,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들을 〈완득이〉는 전혀 심각하지 않게 풀어낸다. 물론 책을 읽은 후의 당신은 그 전의 찌질이가 아니다. 어느 새 지나가는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게 보이고, 단지 ‘난쟁이’라고 장애인을 무시하는 인간들을 보면 짜증이 솟구칠 것이다. 저걸 확 밟아? 참으시라. 때려서 될 놈들은 애초에 그런 찌질이 짓거리를 안 한다.

 

너무 즐겁게 책을 읽었다. 내 인생의 ‘똥주’는 누구였을까 생각해본다. 다행히 난 중학교 때 똥주‘과’ 선생을 만난 적이 있다. 자주 연락은 못 드려도, 근황을 알 수 없어도, 다만 그 분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커다란 위안이 되는. 내게 이웃을, 사회를, 국가를 말없이, 유치찬란한 퍼포먼스 없이 보여주신 분. 그렇다. 내게도 ‘똥주’는 있었다. 물론 똥주처럼 ‘새끼야!’를 입에 달고 계신 분은 아니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입에 담기조차 더러운 세상에서 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기 위해 일하고 있다. 항상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내 찌질이 같은 노력이 누군가에게, 그리고 정말 사람 사는 사회가 되는 데 코딱지만큼의 도움을 준다면, 난 아싸! 성공한 것이다.

 

정말 많은 이들이 완득이와 만났음 한다. 이 유쾌하고 멋진 녀석을 만나면 당신의 삶도 어쩌면 보다 유쾌해 질지 모를 일이다. 나 역시 우리 주변에, 내 이웃에 완득이가 살고 있는지 예의 주시하며 살아가려 한다. 그러다 만약 만난다면, “야~! 밥 한 끼 먹자! 혹시 소주는 잘 하냐?” 물어볼 테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완득이, 완득이 어머님, 아버님, ‘난닝구’ 삼촌, 똥주, 윤하에게 고백한다.

 

사랑해~! 어우 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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