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의 대통령 길들이기 - 삼류정치에 우아하게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마이클 무어 지음, 최지향 옮김 / 걷는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삼류정치에 우아하게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삼류정치, 미국 못지않게 여기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한국 국민들입니다. 역사상 유일무이한 병과 ‘보온병과’를 나온 정치인도 있지 않습니까. 삼류도 이런 삼류들이 없죠.

 

마이클 무어는 그야말로 미운 존재입니다. 미국이 그야말로 단 1%의 희망도 없는 나라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마이클 무어와 같은 이들이 소수 나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미국을 격하게 싫어하는 저에겐 미운 존재일 수밖에요.

 

책은 부시라는 그야말로 삼류 코미디에나 등장할 법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은 이후 8년 동안 미국에서, 또한 세계 곳곳에서 어떠한 재앙들이 일어났었는지 말해줍니다. 그리고 “난 정치 따위 관심 없어”라고 말하는 지극히 무책임한 이들에게 말합니다. 그런 무책임, 외면이 어떠한 재앙을 불러왔는지요.

 

“잘못된 리더가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미국 국민은 지난 8년간 여실히 깨달았다. 정치는 스포츠가 아니고, 우리는 관중이 아니다.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정치는 그 순간 시작된다.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우리가 죽고 사는 문제가 달려 있다. 우리가 참여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끝난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임기가 5년인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우리가 정치를 스포츠로 생각하고 자신들이 관중이라고 착각한 대가는 참으로 참혹합니다. 미국 국민들이 지난 8년 간 뼈저리게 후회한 만큼, 우린 지금 이 순간 땅을 치고 있습니다.

 

삼류정치를 만드는 것은 물론 질 떨어지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질 떨어지는 정치인을 선출한 것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들의 수준까지 동반 하락한 것이죠. 온갖 감언이설에 속아 우리는 민주주의를 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전임 대통령 한 분의 서거와 또 한 분의 결정적인 병세 악화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두 분 다 지금은 우리 곁에 안 계시죠.

 

뿐만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자동차를 파는 대가로 위험한 먹거리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었고, 우리 농민들은 희망을 완전히 버릴 지경에 처했습니다. 10년 동안 지켜온 소중한 남북의 평화는 이제 내일 당장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끝까지 왔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혹은 비판하는 동영상을 봤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불법으로 감시하고 사찰했습니다. 4대강 살리기라는 추잡한 프레임을 내걸고 4대강을 죽였습니다. 몇몇 건설업체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전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 것이죠. 거기에 국민들은 변변한 항의 한 번 하지 못했고, 야당 정치인들 역시 무력했습니다.

 

언론과 예술·문화계의 입을 막으려 했습니다. 아니 회유를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들로 다시 만들려 했죠. 맘에 안 드는 이들은 조용히 사라지게 했습니다. 개그 프로, 가수의 뮤직비디오 까지 시시콜콜 따져가며, 정말 찌질이 같은 추태를 부려도 국민들은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한마디로 모른 척 쌩깠습니다. 잘났죠. 아주.

 

민주당이라는 야당의 책임도 적지 않습니다. 죽기 살기로 정부와 싸워야 다음 대선 때 국민들이 선택해 줄 텐데. 눈치 봐가며, 적당히 넘어가는 꼴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찢어졌다고 씹어대더니, 그 당들이 각각 하는 노력만큼의 모습도 정작 그들에겐 안 보였습니다. 그들도 한나라당 찌질이들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국민들이 짜증나고 화날 만 했습니다.

 

연평도 사건이 터지고 나서 대북 인식이 악화되고, 사람들이 멋도 모르고 조중동 찌라시들의 말만 믿고 열을 낼 때도, 민주당은 덩달아 묻혀 갔을 뿐, 별다를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전쟁을 향해 치닫고 있는 정부와 한나라당을(그런데 군에 다녀오신 분들은 과연 몇 분이나?) 막고, 다시금 한반도를 평화와 공존의 땅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음에도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6·2 지방선거 때 국민들과 다른 야당이 희생한 결과로 그만큼 표를 얻었으면 표 값을 했어야 합니다. 아깝습니다.

 

현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떤 카페들은 매일 매일 날짜를 세더군요. 대통령 퇴임 때까지 얼마 남았다고 말이죠. 그 정도입니다. 삼류 정치인들을 국회나 청와대로 보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이제 우리는 지긋지긋하게 깨달았습니다.

 

마이클 무어는 미국인입니다. 국가와 국기와 신 앞에 충성을 서약하는 것을 상당히 안 좋아하지만, 그의 애국심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국심이 없다면 이렇게 책을 쓰지도, 영화를 만들지도, 부시를 당장 체포해야 한다고 열을 내지도 않겠죠.

 

그의 책을 통해 우리가 어떤 시사점을 얻어야 하는지는 자명합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 한 번 잘못된 선택으로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들은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순 없습니다. 5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님은 현 정권을 겪으며 잘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 난 정치에 ‘관심 없어’ 라고 헛소리 하지 마시고, 어떤 수준의 정치인을 선출해야 할지, 어떤 수준의 정치 풍토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박테리아가 왜 눈에 안 보이느냐고 묻는 대통령이 아닌,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들고 흥분하는 정치인이 아닌, 남의 책 표절해서 유명해진 다음, 오히려 원작자에게 전화해 쌍욕하고 협박하는 정치인이 아닌, 진정 국민들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싸가지’있고 ‘개념’있고 ‘상식’적인 정치인을 만들고 또 뽑아야 합니다. 총 한 번 안 쏴 본 사람이 폭격기로 당장 폭격하라고 떠들어댈 수 없는 정치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런 업적도 철학도 없이 다만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같은 뻔한 소리 늘어놓아가며, 자기 아버지의 위상(그것도 지독한 독재자였던)만 믿고 감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꿈을 꾸는 그런 몰염치한 정치인이 아닌! 정상적인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마이클 무어는 미국이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미국인들이 제발 정상으로 돌아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 책을 읽으며 제발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더 이상 격 떨어지는 것들은 안 보이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자는 돈으로 사람을 쥐여 패도 되는 세상. 아버지만 잘 만나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도 어마어마한 규모와 인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세상. 만약 그 기업이 망하게 되면 열심히 일한 직원들은 전부 어떻게 될까요.

 

재미있게 글을 읽어가면서도 절대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책입니다. 두껍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미국의 정치제도 및 현재 꼬라지를 생생하게 알 수도 있고, 또한 미국이 어떻게 해야 그나마 양심적으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전도 신선합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추천합니다. 아울러 반드시 우리나라의 현실과 리더들과 정치인들의 수준을 비교해가며 읽어보세요. 더 생생하고 뼈저리게 책이 다가올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는 너무 상식 없는, 예의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뽑았습니다.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물론 전! 뽑지 않았지만 말이죠. 격하게 쪽팔립니다.

 

제발. 정신 차려야 합니다. 그냥 교과서에 실린 대로, 상식사전에 나와 있는 대로 사는 사람들을 뽑읍시다. 전과 17범 말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