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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는 아이 데이비드
안네 올름 지음, 이인숙 옮김 / 동산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정신연령이 원래 낮은 탓인지, 청소년을 위한 도서들도 감명 깊게 읽곤 합니다. 어떤 때에는 일반 서적보다 더욱 울림을 주기도 하죠. 요즘 청소년 도서를 만드는 분들의 수준이 워낙 높아서 그런지, 아님 요즘 청소년들의 수준이 높은 것인지, 암튼 전 아무 무리 없이 청소년 책들을 읽습니다.
《데이비드》는 그런 면에서 역시 아무런 충돌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읽기에 더없이 편했고, 페이지도 술술 넘길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던 아이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수용소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수용소가 그에겐 유일한 세상이었던 것이죠. 그곳에서 그는 자연스레 살아남는 법들을 배웠고, 말하는 법, 생각하는 법, 타인을 대하는 법들을 배워나갔습니다
항상 〈그들〉에게 감사당하는 삶, 조그만 자유도 용납되지 않는 수용소에서 그는 10살이 넘도록 갇혀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에는 대화도 나누지 않았던 〈그〉가 탈출을 권유합니다. 탈출을 위한 준비를 미리 해 놓은 〈그〉는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탈리아를 거쳐 덴마크로 가라고 말합니다.
데이비드는 이탈리아가 어디에 있는 곳인지, 덴마크엔 왕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는지 등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탈출합니다. 어차피 죽어도 그만이라는, 어린 아이에겐 좀처럼 볼 수 없는 ‘체념의 마음’이 이미 데이비드에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탈출에 성공합니다. 생전 처음 맛보는 자유. 데이비드는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김을 느낍니다. 살고 싶다, 자유를 계속 누리고 싶다. 사실 그가 바란 자유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주인이 되어 이끌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데이비드는 자유를 찾아 멀고 먼 여정에 오르게 됩니다. 그는 덴마크까지 갈 수 있을까요?
데이비드는 착한 아이입니다. 타인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타인을 기쁘게 하고,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진정 사람 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어린 소년의 마음은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추지 못한 그것입니다.
자신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닌데, 다만 이익이라는 것 때문에 타인의 고통을 강요하거나 심지어 생명을 앗아가는 세상. 돈이라는, 권력이라는 헛된 것들로 인해 상처와 고통을 주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세상. 우리는 사실 그런 세상에서 살아간 지 얼마나 오래 되었나요.
데이비드는 타인의 물건에 욕심을 내거나,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가 결코 옳은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동으로 실천합니다. 아주 단순히. 저는 데이비드의 그 단순한 행위가 사실 얼마나 숭고하고 어려운 일인지 느끼게 됩니다.
오직 나만, 내 가족만, 내 주위 사람들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나만 잘 되면 이 사회가, 이 세상이, 이웃들 모두가 고통에 빠져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까요. 그건 절대 아니겠죠.
데이비드와 같이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 그것이 바로 천국이고 극락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울한 뉴스들이 이어지는 지금, 남북이 또 다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려는 지금. 상식을 갖추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든 지금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숨져간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전쟁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