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운 당신 - 우리 시대 작가들이 들려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 이야기
도종환 외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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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선생님, 소설가 공선옥, 김중미, 박정애, 전성태 등 우리 시대 작가 13명이 들려주는 평범한 이들의 소박한 이야기다. 평범하지만 결코 하찮지 않은 소중하고도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아름답다는 단어가 지금처럼 획일화되고 또한 무참해진 시대가 또 있을까. 성형수술이 지극히 당연한 투자 내지 기호가 되고, 여성의 가슴 크기, 허벅지 크기가 거리낌 없이 언급되는 세상. ‘육덕지다’, ‘꿀벅지’ 등 낯 뜨거운 단어들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여성이 상품화, 성적 대상화로만 여겨지는 것이 이제는 당연시 되어버린 사회.

 

물론 남성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식스팩, 몸짱 등 우락부락한 몸매를 가져야 남자로 인정받고, 거기에다 이율배반적으로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까지 갖추어야 한다. 결국 이 사회는 영혼으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고, 오직 시각에 의존하는 아름다움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때문에 13명의 작가들이 소개한 이들은 하나같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비인간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멀고 험한 산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웃들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집배원, 일평생 농부로 살다 농부로 생을 마감한 우리네 아버지, 아파트 단지에서 떡볶이와 오뎅을 파는 아주머니, 프레스공, LP 음반점 주인, 제관 노동자, 영화 연출부 막내, 복덕방 할머니, 춤이 좋아 스포츠 댄스 강사까지 되어버린 어느 평범한 주부, 목수, 화가, 숯 굽는 이, 조그만 통통배의 선장까지. 이들의 삶은 결코 눈으로 볼 수 없는 고결함과 함께 따뜻함이 담겨 있다.

 

책에 소개된 이들은 말 그대로 우리네 이웃들이다. 거창한 직함이나 빵빵한 재력은 없지만, 함께 나누며 사랑을 전하는 우리네 이웃. 소박하지만 그 소박함 속에서 삶의 긍정을 길어 올리는 위대한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신에게 닥친 가난과 수많은 고통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 이웃들의 고통에 더 아파하는 이들. 어찌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공선옥 작가의 큰아버지. 농부로 살다 농부로 가신 그이의 삶은 그 자체가 우리에게 크나큰 선물로 다가온다.

 

“모든 농부는 세상 모든 이의 아버지다. 그 아버지들은 한시도 놀지 않는다. 그들은 비가 오면 비를 피하지 않고 눈이 오면 눈을 피하지 않고 해가 뜨면 해를 피하지 않는다. 온몸으로 비와 눈과 해를 받아들이고 그리고 온 세상의 자식들을 받아들인다. 그 너른 품에 받아 안는다. 한밤중이어도 번개 치고 천둥 우는 밤에 논으로 달려 나가 물꼬를 본다. 밭에 나가 도랑을 친다. 그러고 나서도 그들은 잠들지 못한다. 비가 그칠 때까지 잠들지 못한다. 뽕밭에 가 뽕을 따서 누에를 먹이고 오디를 따서 자식을 먹인다. 그들에겐 조카도 자식이고 온 동네 아이들이 다 자식이다. 뽕 지게를 지고 오다가 뽕잎에 싼 오디를 제일 첫 번째 보이는 아이에게 먹인다.”

 

평생 ‘와셔’를 찍어내는 프레스공으로 일한 고경순 씨의 삶도 숭고하게 다가온다. 남편을 병으로 잃은 다음 두 아이를 키워내며 여전히 노동의 진실성을 온 몸으로 보여주며 살고 있는 그이에게 사람들은 ‘만석동 천연기념물’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정직한 삶, 땀 흘리는 삶을 묵묵히 이어나간 그이에게 어울리는 별명이다.

 

“선아 엄마(경순씨)는 일을 안 하고 노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젊은 사람들이 더러운 일, 험한 일 가려 하는 걸 못마땅해하고, 공장 일보다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젊은 엄마들을 보면 화가 난다. 그렇다고 돈벌이가 된다면 아무 일이나 막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선아 엄마는 사람이 하는 일을 정직한 일과 그렇지 못한 일로 나눈다. 그래서 정직하지 못한 일을 해서 돈을 버느니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더불어 이웃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과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바라보면 절로 아름답다는 감탄과 미소가 터지지 않을까. 나는 그런 사람들이 인터넷 포털을 누비는 온갖 잡스런 연예인들보다 딱 천만 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성공이란 것을 오직 한 가지로만 규정짓고 그 길대로만 살아가는 사람들. 돈과 명예, 그따위 것들에 목숨을 걸다가 권력이 던져주는 노예의 떡고물을 감지덕지 받아먹으며 살아가는 군상들. 그러다 그렇게 흔적도 사라지는 부속들.

 

세상엔 의외로 그런 이들이 많다. 오직 숫자로만 파악될 뿐,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어떤 영혼을 가진 이들이었는지 기억하는 이들은 없다. 연봉이 얼마든, 어떤 직책에 있었든 그 따위 것들은 중요치 않다. 그들은 다만 소모품일 뿐이니.

 

책이 소개하는 이웃들과 같은 삶을 살기란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무정하고 뒤틀린 세상이 강요하는 시스템 속에서 안주하지 않고, 두렵지만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은 좌절과 편견과 지독한 가난이란 것들과 만나야 하는 길이다. 하지만 이들은 묵묵히 그렇게 자신의 길을 갔고, 어느 덧 그 삶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모두가 노예처럼 버둥거리는 세상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분명 행운이자, 행복이다. 우리네 아름다운 이웃을 더 많이 바라보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중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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