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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2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시즌1에서 2로 넘어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바쁜 척 한 것도 있고, 여러 책들 사에서 갈팡질팡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시 책은 실망보다는 반성과 놀라움, 깨달음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세상 모든 지식을 섭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명석하고 지혜롭고 부지런하다고 해도 결국 세상을 홀로 살아갈 수 없음과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사람은 끊임없이 타인과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자신을 조금씩 깨우쳐 갑니다.
책은 그러한 소통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어떤 통계나 백과사전에 나열되어 있는 죽은 지식이 아닌, 시간과 믿음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때문에 지식은 단순한 지식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지식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며,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에피소드 중 그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 더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우리’만이 아닌 ‘그들’도 함께 바라봐야 하는 이유, 인간과 자연이 모두 소중한 그 무엇이라는 깨달음. 책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삶은 무엇인지 말입니다.
존경해 마지않는 소로우의 글귀는 참으로 소중했습니다. 성공적이라 사람들이 말하는 삶, 그것이 사실은 얼마나 단조로운 것인지, 인간은 그보다 더 풍요롭고 다양한 기쁨과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의 삶 자체로 이야기합니다.
명품에 생명을 거는 사람들이 사실은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 상대적 박탈감이란 폭력이 낳는 비극과 모순, 인간이 꼭 ‘VVIP’가 될 필요는 없겠죠. 다만 모두가 동등하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웃음과 눈물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습니다. 웃음과 눈물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단순히 건강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슬픔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기에 웃고 울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동물, 식물들도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느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둔한 인간은 그것을 깨닫기에는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같은 인간의 슬픔과 기쁨에도 무감각하니까요.
엄지의 귀환, 유행가, 창백한 푸른 점 등 가만히 우리 스스로를 생각해보게 하는 글들도 좋았습니다. 작은 것, 극히 미미한 존재, 하지만 서로 소통하고 함께 느끼게 되는 순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치 부문은 때론 분노를, 때론 반성을 하게 만듭니다. 제대로 된 정치, 결국 그것은 우리들이 얼마나 깨우치고 슬기로워 지느냐에 달려 있는 것일 테지요. 문득 김대중 대통령과 노짱이 생각났습니다. 얼마 전에 발간된 김대중 자서전을 어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정신으로 정신병원 들어가기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과연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분명히 그을 수 있을까요. 정상은 무엇이고 비정상은 또 무얼까요. 지독한 경쟁과 비인간적 모순이 판치는 이 세상에서 과연 누가 미친 걸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된 레바논 폭격, 그 과정에서 죽어간 아이들, 그리고 가미카제란 이름으로 스스로 천황을 위해 폭탄이 되어야 했던 일본의 젊은 영혼들. 전쟁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추악한 이름이지요. 아직도 분단된 조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과연 언제, 어떻게 평화를 되찾아 올 수 있을까요. 가슴이 무겁습니다.
전태일의 외침, 오랑우탄 미니의 눈물,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의 죽음, 장애우들의 고통, 탈북인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이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들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요.
추천의 글에서 김주하 앵커는 한 권의 좋은 책은 열 갈래 다른 독서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 한 권이 더 많은 분야에 대한, 더 많은 사람, 동물,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미 책의 사명은 다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짧은 글 하나가 남겨주는 오랜 여운. 작은 고민 하나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 책 한 권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요.
언제나 그랬듯 소중하게 잘 읽었습니다. 무지한 저에게 다시 한 번 죽비를 내려치는 책 한 권. 감사히 맞았습니다. 자, 이제 시즌3으로 언제 이어질지 아직 모르겠지만, 그 만남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