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스쿨러 - 길이 학교고 삶이 텍스트인 아이들의 파란만장 삽질만발 탐구생활, 2009년 청소년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
고글리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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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교육 시스템에 대해, 대안학교에 대해, 참교육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 학창시절도 떠올려보고, 지금 아이들의 지옥과도 같은 생활들도 생각해 봤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불타는 학구열을 말하곤 합니다. 내 새끼만은 나 같은 힘든 일을 안 하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뼈골을 다 빼어서라도 뒷바라지하는 부모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모든 아이들이 힘든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사는 길만이 유일한 정답이자 해법일까요? 대학생 3명 중 1~2명은 비정규직이 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모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요?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말했죠. “사람들이 성공적이라고 칭찬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삶은 단 한 종류뿐이다. 우리는 왜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하면서 고작 한 가지만을 과대평가하는가.”라고요. 분명 이 세상에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양한 삶과 성공이 존재하고 있을 텐데 말이죠.

 

로드 스쿨러는 말 그대로 길 위에서 배우는 이들을 말합니다. 정규 교육 과정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소중한 삶을 위해 ‘나만의’ 배움 길을 걷는 아이들. 이들의 모습 자체만으로 환한 빛이 나옵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도대체 내가 왜 이딴 전근대적인 시스템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인간들의 말을 들어야 하나 고민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머리가 조금 길다고 수업시간에 불쑥 들어와 가위질을 해대는 학생부 선생들, 단지 마음에 안 든다고 싸대기를 날리고 발길질을 했던 인간들, 돈 많고 빽 있는 아이들에겐 한 없이 친절하다가도 그 반대인 아이들은 마치 벌레 보듯 하던 인간들. 그런 종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 제 학창시절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물에 빠져 죽어도 뉴스에 안 난다. 하지만 대학생은 물에 빠져 죽으면 뉴스에나온다. 대학을 가야 사람이다. 그 밖엔 사람 아니다.”

농담이 아니라 고3때 담임선생이 했던 말입니다. 믿어지십니까? 자신의 반 아이들 중 분명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할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선생이기 보다는 그냥 덜 떨어진 인간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좋은 분들도 있었습니다. 내 자신보다는 다른 이들의 고통에 먼저 눈 떠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던 분들. 힘든 고통의 순간이 언젠가는 더 큰 날개 짓을 위한 준비의 시간임을 알려준 분들.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가릴 것 없이 모두 평등하게 보듬어 주셨던 분들. 그나마 그런 분들이 계셨기에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어이없다고밖에 할 수 없는 우리 교육 시스템에서 소금과 같은 분들이었죠.

 

지금은 과연 어떨까요? 학생들의 체벌을 금지하자는 교육감의 말에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기괴한 모습도 보이고, 여전히 사교육 시장에 돈을 쏟아 붓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들은 마치 좀비마냥 학교와 학원을 왕복하고,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는 종종 엽기적인 사건으로 터지곤 합니다. 그러면 또 어른들은 같잖게 말하죠. “요즘 것들 정말 문제”라고.

 

고글리 아이들은 똘끼와 신념과 무궁무진한 가능성, 그리고 열정으로 가득 찬 아이들이었습니다. 톡톡 튀는 문장과 단어의 절묘한 조합은 글쟁이인 제가 봐도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글 정말 싱싱하게 잘 쓰더군요. 부럽삼~!^^

 

하지만 아이들이 고글리에 모여 각자의 삶과 꿈을 이야기하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독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정규 교육이 아닌, 즉 죽은 교육이 아닌 산교육을 위해 스스로 학교를 뛰쳐나온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부모님들. 갈등과 상처, 눈물과 증오가 섞여 도무지 풀 수 없는 실타래처럼 꼬여만 갑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절망대신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의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만 하기 보다는 맞서 싸우려 일어섰습니다. 눈물겨운 아이들의 투쟁은 우리에게 반성과 또 다른 희망을 염치없게 갖게 합니다.

 

정말 재미있게 책을 읽었습니다. 재미있는 표현은 줄까지 그어가며 읽었습니다. 나중에 어느 자리에서라도 마치 제가 젊은 듯 써먹어야지 벼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털어 놓기 힘든 부분을 이야기할 때는 저 역시 조금은 긴장하며 읽어내려 갔습니다. 성 정체성, 섹스, 부모님과의 불화, 사회와의 불화. 이 모든 짐들은 결국 아이들 스스로 극복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어른이라는 종들이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일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학생답게’라고 헛소리하는 것처럼 우리도 ‘어른답게’행세할 줄도 알아야 겠지요.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 대학가는 기계 정도로 치부하는 사회는 결국 그 아이들을 다시 사회가 돌아가기 위한 ‘부속품’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히 무슨 짓입니까. 이렇게 슬기롭고 예쁘고 생기발랄한 아이들을 도매금으로 넘길 순 없습니다. 하나하나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아이들입니다.

 

이들의 고민과 기쁨과 꿈과 좌절과 분노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발견하기 전에 우리 안의 모순과 위선과 하찮음을 먼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교육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아이들을 위한 배려와 정성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받았던 엿 같은 교육, 비인간적 대우와 쓰레기 같은 국가주의 강요를 더 이상 아이들에게까지 물려주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미안해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더욱 더 신나게 로드 스쿨링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만약 길에서 만나면 시원한 아이스 라떼 한 방 쏠께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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