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목숨 걸고 편식하다 ㅣ MBC 스페셜 시리즈
김은희 작가, 주이상 글, 윤미현, 정성후 프로듀서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여러 것들에 대해 욕심이 많은 제가 유독 별 욕심을 느끼지 않는 것이 바로 먹는 것입니다. 식탐이라고 할까요? 그런 모습을 보이는 이들을 내심 조금 싫어하는 성격이라, 먹는 것에 목숨 거는 이들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제 성격이 제 몸에도 영향을 주었지요. 제가 좀 마른 편입니다.
그런데 책은 목숨 걸고 편식을 하라고 강조합니다. 맛있는 것을 먹기보다 몸이 원하는 것을 먹으라는 말입니다. 입이 즐거운 것이 아닌 몸이 즐거운 음식, 과연 무엇일까요. 특히나 미식가들이 많고, 티브이에도 온통 먹거리 프로가 즐비한 지금에 말이죠.
책은 세 가지 사례를 들며 편식, 그것도 목숨 걸고 편식하는 이들을 소개합니다. 암이라는 불치의 병에서 기적처럼 완치된 사람, 또한 평생 먹어야 할 면역억제제를 끊고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 육식이 아닌 채식, 그것도 절제되고 있는 그대로의 채식으로 환자들의 병을 치유하는 의사. 이들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또한 별나라의 이야기처럼 믿기 힘든 것들이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누누이 들어왔던 편식하지 말라는 말씀.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다는 말씀, 멸치를 많이 먹어야 칼슘이 보충된다는 말씀, 우유를 마셔야 키가 큰다는 말씀까지. 사실 별 의심을 품지 않고 따라왔던 것들이 모두 틀린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 배신감과 당혹감은 만만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랬습니다. 우유를 물처럼 마시는 백인들에게서 왜 골다공증이 더 많이 발생하는지, 송아지가 먹어야 하는 우유를 우리가 마시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먹고 나면 왠지 입이 불편하고 서운치 않은 고기들은 과연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것인지. 뒤늦게 생각해보면 약간은 의문스러운 것들이 있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책은 그런 의문점을 명쾌히 말해줍니다. 왜 육식이 인체에 좋지 않고, 채식을 해야 하는지, 우리 몸이 원하는 것들은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채식과 소식을 함으로 인해 어떤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지, 우리 이웃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말입니다. 대구의료원 신경외과 황성수 박사의 말은 개인의 채식이 개인의 이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고기, 생선, 계란, 우유는 분명히 해롭습니다. 그것을 끊는 게 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대신 현미밥, 채소, 과일을 먹으면 많은 이로움이 있습니다. 첫째, 자신이 건강해지고요. 둘째, 식량난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고, 마지막으로 이 세상 사람들 사이에 평등을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기, 생선, 계란, 우유를 먹으면서 평등해질 수는 없어요. 소박하게 현미, 채소, 과일을 먹으면 만인이 평등해질 수가 있죠. 그러니까 사람은 이제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서 평등해질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냐와 연결되는 그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기, 생선, 계란, 우유는 분명히 몸에 해롭습니다.”
책의 주인공들은 우리들에게 말합니다. 우리들의 삶이 ‘몸의 호소에 귀를 막은 채 입맛의 볼모가 된 당신이야말로 하루하루 목숨을 저당 잡히고 살아가는 신세’라고. 질병과 건강이란 바로 자신이 살아온 삶을 비추는 거울일 것이라고. 그렇게 본다면 전 그동안 너무 제 몸의 요구를 거부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요. 게을러서, 귀찮아서 혹은 별 생각 없이 ‘먹는다’는 매우 중요한 삶의 부분을 무시한 것은 아닐까요.
인생 살아봤자 한 번 뿐인 것을 내가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살겠다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한 번 뿐이기에, 가능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내 몸이 행복한 먹거리를 먹는 것. 바로 그것이 즐거운 삶을 살아감에 필수 조건이 아닐까요. 여전히 게으름을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한 번쯤 제 식생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채식, 은근히 매력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