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
피트 런 지음, 전소영 옮김 / 흐름출판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나란 인간이 원체 무지한 녀석이지만, 특히나 경제에 대한 부분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한 편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가정의 수입과 지출, 그리고 장기적인 계획 등 모든 경제 문제는 아내가 도맡아 하고 있다.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그나마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아내의 덕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경제학과 관련된 책 역시 거의 읽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람이라는 것이 본디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 있어 하는 부분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지금껏 읽었던 책들을 살펴보니 경제학 관련 서적은 그야말로 손꼽을 정도다.




때문에 어쩌면 이 책 역시 그 존재 자체를 모르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학’이란 단어가 책 제목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책이니 아마 더더욱 외면하지 않았을까. 심리학, 철학 등을 쉽고 재미나게 풀어 쓴 책들이 유행하는 요즘, 아마 다른 ‘학’을 표방하는 책에 손이 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익한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흔히 정통 경제학에서 떠드는, 때로는 무자비한 신자유주의를 합리화하는 대표적 이론들이 사실, 그 정체를 의심해봐야 할 정도로 허점이 많다는 사실, 또한 실재 경제 주체인 국민과 기업들의 ‘현실’과는 동 떨어져있다는 사실을 책은 말해주고 있다.




사실 책이 완전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번역 과정에서 약간의 껄끄러움이 느껴졌고(물론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저자 자체가 약간은 산만하게 글을 써 내려갔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리고 자질구레한 문장들도 눈에 거슬렸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단점들이 무색할 만큼 책의 중심적인 내용들은 유익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미 살아가며 경제생활을 실재로 하고 있는 우리들이 보기엔 지극히 당연한 말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통경제학자들은 오직 그래프와 도표,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경제학을 진리인양 받들었고, 많은 나라의 지도자들은 그 이론을 신봉하며 경제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 절대로 변할 수 없는 진리인양 받들어진 명제는 사실상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무색하다.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6가지 기존 정통경제학에서 주장해온 사실들을 반박하고 있다.

1. 인간은 무조건 이익을 추구한다.

2. 세상은 예측 가능하다.

3. 인간은 이기적이다.

4. 아무리 광고해도 소용없다.

5. 조직은 합리적이다.

6.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사실상 누가 봐도 허점이 많은 명제들이다. 인간은 물론 이익을 추구하지만, ‘무조건’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세상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과 광고가 소용없다는 것은 한 눈에 봐도 말이 안 된다. 세상은 한치 앞을 알 수 없고, 제품 구매에 있어 광고는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것과 조직이 합리적이라는 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이 6가지 명제들을 저자는 하나하나 반박한다. 그 반박이란 또 다른 그래프와 도표가 아닌, 실재 일어났던 사건들과 또한 여러 가지 실험의 결과로서 이루어진다. 그만큼 이해가 빠르고 신뢰할 수 있어 보인다. 특히 다음과 같은 글들은 더욱 생각할 거리를 준다.




“다른 곳에서 더 많이 벌 수 있는데도 대의를 위해 일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야에서는 특히 팀 정신과 상호 지원이 바탕이 되어야 업무도 만족스럽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이러한 직장에 금전적인 장려책과 생산성 목표를 강제로 도입하는 것은 자신의 직업을 더럽히는 행위다. 그러한 시도는 증거가 아닌 전제를 바탕으로 한 불량 경제학이다.”




“우리는 효과적이고 자발적인 사회적 교환,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호의의 교환을 위해 이기적인 본능을 극복한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상호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때로는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본능은 직장에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기업이든 공익 단체이든 모든 조직은 동료 및 상사와 호의를 주고받는 직원들의 능력에 전폭적으로 의지한다. 조직이 신뢰와 팀워크 문화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따라 능력이 결정된다. 이러한 능력은 경제 활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라 불린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사실 얼마나 불합리한 존재인지. 우리는 매일 같이 후회할 일들을 저지르고 또 매일 같이 후회한다. 이런 불합리한 인간들에게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완벽한 인간’을 내세우며, 불행을 강요해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인간은 사실 그렇게 완전하지도, 또한 그렇게 사악하지도 않다. 다만 사회가, 시스템이 인간의 사악한 본성을 더욱 키워왔을 뿐이다.




경제학에 대한 책이었지만, 나에겐 경제 외에도 인간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신나게 개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과연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불합리하고 멍청하고 고집스러운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어쩌랴. 이 지긋지긋한 세상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고 있음을.




행동경제학이 무엇인지, 경제 본능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이들도 마찬가지. 때문에 난 당연히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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