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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다락방 Special edition - 내일의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이지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자본주의 사회는 미친 경쟁의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에는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 잘난 사람들을 모두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만이 성공자의 대접을 받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방법을 써서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고, 실제로 그런 방법이 잘 먹힌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계발이 아니다. 그것은 권모술수에 불과하다. 권모술수는 그것을 쓰는 사람 자체를 불행하게 만든다. 또 권모술수로 무엇인가를 이룬 사람은 성공자가 아니다. 그는 실패자다. 그것도 가장 부끄러운 실패자다.”
이른바 ‘자기계발서’치고는 양심적인 문구다. 그렇지. 자본주의는 미친 사회지. 그런데 지금까지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자기계발서들은 그 미친 세상에서 오직 자신만의 성공을 위해 남을 짓밟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 일색이었다. 물론 대놓고 노골적으로 그렇게 써내려간 책들은 많지 않다고 해도, 누구나 읽어봐도 본 주제는 그러함이 나타난 책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나마 양심적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물론 그와 동시에 매우 영악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성공하라고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남을 돕고 남을 위해 쓸 수 있는 부를 얻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도?
하지만 난 지금껏 자기계발서를 읽고(물론 많이 읽은 것도 아니지만)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거나 어떤 커다란 충격을 받아 당장 실천으로 옮기리라 눈물 흘린 경험이 전무하다. 물론 책들의 내용은 하나같이 구구절절 훌륭한 말씀들이었지만, 게으름과 타고난 의심 등 결함 많은 성격 탓에 자기계발서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왔다.
때문에 나같은 부류의 인간들이 할 수 있는 불평 불만이 대충 어떤 것인지 알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역시도 미리 준비해 두었다. 암튼 똑똑하신 분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우리나라 독자 대부분은 자기 자랑 일색인 자기계발서 내용을 받아들이기를 힘들어한다. 그러나 진정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자랑할 만한 사실은 사실로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헉. 이렇게 나오시는데 더 무어라 할 말이 있으랴. 아, 예예. 하고 따를 수밖에. 더구나 모두 옳은 말씀 아닌가. 배울 것은 배우고, 사실은 사실로 받아들여라. 우리나라 정치가 상식이라는 것을 갖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단순한 진리 아닌가.
몰랐는데, 이미 책은 상당한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랐다고 한다. 자기계발서라는 것이 하루가 멀다 하고 튀어나오고, 또 사라지기 때문에 웬만한 공력이 아니고서는 주목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책은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뭐 마시멜로 이야기 정도인가.
지금껏 나는 자기계발서로 인해 돈을 버는 것은 언제나 저자와 출판사뿐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사실 그렇기도 했다. 백만 부가 넘게 팔린 성공 지침서로 인해 백만 명의 부자가 탄생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저자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 자 지들 못난 탓이기에.
그 ‘지들’에 항상 속해있던 나는, 때문에 이런 자기계발서 부류를 읽지 않았다. 돈을 주고 구입하는 행동은 더더욱. 차라리 화끈한 소설이나, 인문사회과학 서적에 돈을 지출했다. 비록 짜증나고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내용 일색이라 하더라도, 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에 대한 자학 차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뭐 그렇다고 변태는 아니고.
어째 내용이 이 책을 계속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상 그렇지는 않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느낌이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람은 스스로 최면을 걸고 꿈에 도전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배가된다. 미친 듯이 몰입하는 이들을 당할 자는 없다. ‘몰입’이라는 단어를 높으신 분께서 아주 잘못 사용하신 덕분에 부정적인 느낌이 엄청 늘었지만, 실상 몰입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또는 어떤 뚜렷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야말로 미친 듯 몰입하는 이들. 분명 아름답고 또한 배워 마땅한 사람들이다.
책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의 성공사례가 책의 신뢰성을 높여 준다. 또한 저자가 주장하는 공식(R=VD)이 전혀 허황되지 않음을 말해준다. 사실 저자가 그렇게 공식을 만들어서 그렇지, 꿈을 위해 몰입하는 것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언제나 존재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그 공식을 행동으로 옮겨 왔다.
그렇다고 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책은 쉽고, 또한 의욕적으로(이게 가장 중요하다) 읽는 이에게 떨쳐 일어설 것을 말한다. 그리고 실제 많은 이들이 책으로 인해 목표를 이루었고, 성공이란 쾌감을 맛보았다. 실용서,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에 걸 맞는 역할을 해낸 것이다. 그 점에서 책과 저자는 나름의 인정과 대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꿈을 포기한다. 그리고 ‘해봤는데 안 되더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될 때까지 안 했기 때문에 안 됐다는 사실을”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지극히 잔인한 말이기도 하다. 책을 관통하는(물론 자기계발서라는 책의 성격이 있기에 어쩔 수 없겠지만) 가치는 ‘하면 된다’이다. 하긴 어떤 자기계발서가 “해도 안 된다”고 말하겠나. 그러나 세상에는 정말 해봤는데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게 삶이고 인생이다. 그것을 온전히 개인의 게으름이나 열정의 부족, 몰입의 부족으로 탓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사회란 것은 더 이상 아름답게, 더 낫게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을 탓할 수 있다.
뛰어난 저자가 그것을 모르고 책을 썼을 리는 없다. 분명,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내고 알아서 받아들여라’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이들의 조건이 같지 않다면 결과 역시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정작 개인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사회를 넓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라고 느낀다.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회 시스템. 개천에서 나온 용들이 더 이상 개천을 외면하지 않고, 다시 개천으로 돌아가 또 다른 용을 키울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 역시, 개인의 성공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기계발서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은 저자가 그만큼 뛰어난 능력과 또한 양심을 가지고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사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자가 성공의 열쇠를 쥐기 시작한 계기를 만들어 준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란 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읽지 않았다. 아내는 상당히 재미있고, 또한 유익한 책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런 것 같다. 아내는 여간해선 책을 읽고 칭찬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끝내 읽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책의 제목 때문이었다. 힐러리에 대해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연구한 저자이겠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제목이 마음에 닿지 않았다. 한 개인으로 힐러리가 성공한 정치인이자, 여성의 롤 모델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이 땅. 그리고 내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 바라본 힐러리는 결코 존경하거나 배울 만한 인물은 아니다. 그는 단지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아니 솔직히 말해 항상 눈치를 봐야 하는 국가의 퍼스트레이디였고, 정치인일 뿐이다.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의 능력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가 단지 미국의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지금 이 땅에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혹은 단지 이웃들의 행복과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성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이 힐러리와 같은 주목을 받지 못한다고, 그들의 땀과 눈물, 헌신이 가벼울 순 없다.
물론 안다. 저자가 힐러리를 모델로 삼은 것이 꼭 우리나라에는 그만한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팔리기 쉬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인에다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모두 힐러리처럼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도 안 된다.
이런 개인적인 기억으로 저자가 자기계발서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안 나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다. 오랜 시간 쌓인 내공을 바탕으로 흡입력 있는 글들을 써내려간 저자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궁극적인 ‘인정’을 하지 않았던 이유다.
결론을 내자.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책을 읽은 이들이 한 번 쯤은 굳은 결심으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 책은 허접한 쓰레기들보다 훨씬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저자 스스로 자신의 성공을 그처럼 확신하고 있다면 그 성공을 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외에 자신의 책들이 알려져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날리는 것 보다, 진정 이 땅의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작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꿈꾸는 다락방’을 단순한 자기계발서로 보지 않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게 이 책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찬사가 아닐까. 저자의 성공을 축하하고, 아울러 더 좋은 책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