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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Less 파워오브레스
리오 바바우타 지음, 허형은 옮김 / 진명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얼핏 보면 참 당연한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책.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사소한 습관 하나 바꾸는 것이 남북통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때문에 지나치게 사소해 보이는 저자의 충고 혹은 제안은 의외로 유익하다.
책의 주장은 단순명료하다. 1.핵심을 간파한다. 2.나머지는 제거한다. 간단하다. 24시간 너무나 바빠 도저히 개인적인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한탄하는 이들. 혹은 하루 종일 해치우는 일들은 많은 것 같은데, 정작 뭐 하나 제대로 끝낸 것이 없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책은 가장 중요한 것을 정해 해결하고, 그 나머지 것들은 잠시 잊으라 말한다.
물론 이 역시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생각해보라. 우리는 아침에 눈떠 허겁지겁 출근하고, 사무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켠 후 습관적으로 이메일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그날 가장 중요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다만 습관이 되었을 뿐이다.
저자는 이처럼 이메일을 매일 습관적으로 확인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정해진 시간에만 확인하고 쓸데없는 이메일이 오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며, 가능한 한 메일을 처리하는 것도 하루에 몇 통씩 제한을 두라고 조언한다. 저자의 경험상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또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이처럼 책은 이메일을 정리하는 법, 사무실과 집안의 잡동사니를 정리해 쾌적한 환경에 더욱 더 높은 집중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법, 식사와 운동을 통해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것들, 그러나 그동안 그대로 방치했던 습관들을 바꾸라고 말한다. 동기를 부여하고 사소한 목표를 세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한다. 그리곤 점차 수준을 높여 결국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저자는 멀티태스킹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기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끝내기도 힘들다는 것. 때문에 무엇을 하든지 일단 한 가지 일을 하면 다른 것은 잊고 오직 그 일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처음에는 느려 보일 수 있어도 결국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결국 그것들을 깔끔하게 끝내는 이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한 가지 일을 집중해서 끝내고 다음 일을 하는 것이 내겐 더 맞는 방법이다. 능률도 더 높다. 동시다발은 전쟁이나 테러나 또 우리 생활에도 그리 좋은 단어는 아니다.
저자는 이처럼 사소한 생활의 변화를 통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다. 물론 시작은 미약했다. 서류함 정리하기, 약속 안 잡고 가족들과 시간보내기, 독서하기, 운동하기 등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부채청산, 수입 두 배 증가, 금연, 20kg 체중감량 등 20여 가지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구독자 6만 명, 방문자 200만 명을 자랑하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블로그 50에 선정되었다.
뭐 이쯤 되면 부지런하고 깔끔하고 집중력이 높은 사람이 성공한 이야기구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책엔 그의 성공 스토리가 없다. 다만 그가 어떤 방식으로 서류를 정리했고 집안을 정리했으며, 이메일, 전화 등을 적절히 조절했고, 업무를 함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하고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리스트를 작성해 그것부터 하나씩 해나갔는지 과정만이 소개된다. 그는 책을 읽는 누구나 자신과 같이 사소한 목표부터 시작해 하나씩 이뤄간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인생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호언장담까지는 아니지만 자신 있어 보인다.
“오늘날 우리는 2백 년 전만 해도 꿈도 못 꿨을 엄청난 속도로 정보와 음식, 미디어 등을 소비하고 있다. 하루 스케줄의 마지막 1분까지 할 일로 꽉 채워져 있기에 우리는 아침도 거르고 출근하고 온종일 헐레벌떡 뛰어다니며 긴 하루가 끝나면 지쳐서 침대 위로 쓰러진다. 문제는 인간은 이렇게 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몸과 정신은 천천히 굴러가는 삶에 알맞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쩌면 포악한 짐승에게 잠시 쫓기는 정도의 스트레스는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속적인 과로가 주는 엄청난 스트레스, 깨어있는 시간 내내 숨 가쁘게 달려야 하는 페이스는 아무도 감당할 수 없다. 그 결과 우리는 피곤에 절어 항상 지쳐있고 항상 비참하다. 바꿔 말하면 페이스를 늦출 수만 있다면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효율성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적은 시간 안에 더 많이 하는 법을 배우라는 게 아니다.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하는 것과 정말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이 두 가지다. 이 단순한 조합이 일의 효율이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건 차치하더라도 페이스를 늦추기만 한다면 인생에서 무엇을 성취하건 우리의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꼭 해야 할 일과 굳이 필요 없는 일들을 구분해 행동하는 것.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을 먼저 해결하는 것.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목표를 작게 잡고 시작한다면 영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제안.
매력적이다. 참고로 책을 읽고 난 지금 다시 운동을 조금씩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너저분한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책상이 깨끗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책은 나에게 사명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