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처음 시작하는 직장인 밴드 서른 살 처음 1
전미영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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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었다. 기분이 좋아서. 크게 웃었다. 재미있어서. 그리곤 다시 오기가 생겼다. 자극 받아서. 이게 책을 읽은 다음의 감정 변화 혹은 느낌이었다.

 

시간 참 빠르다 빠르다 한다. 항상 20대일 줄만 알았던 나도 어느 새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렸을 땐 30대가 되면 적어도 어떤 분야에서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곤 했다. 저자의 말대로 “서른 살. 뭔가 ‘있어 보이는’ 나이. 성취, 성과, 성공이란 말들과 짝을 이루는 나이. ‘서른 살 때는 인생의 이루고픈 목표들을 웬만큼 다 이루었겠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일이든, 사랑이든, 돈이든…

 

하지만 이미 30대를 지난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전히 난 지금도 불안하고 불만이다. 흔들리고 좌절하며, 일, 돈, 우정, 신념, 철학 등 그 어느 것도 야무지게 챙기지 못했다. 양심이란 것에 모든 것을 걸다가도, 그야말로 사소한 유혹에 넘어지기도 하고. 또 좌절하곤 했다. 그게 내가 살아온 30대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왠지 기분이 좋아질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 바로 밴드다.

 

1996년 결성됐으니 이제 14년이 지난 것인가. 당시 보기 싫게 대학에 떨어진 난 그 원인을 찾으려 있지도 않은 핑계들을 만들려 했다. 결국은 내가 공부를 안 한 것임을 빤히 알면서도, 기타 등등의 이유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젊은 날의 치기, 허풍, 오만 그리고 지독한 순진함이 결국 대학이란 시스템에 내가 접근하지 못한 이유였음을 그때나 지금이나 잘 알고 있다.

 

그때였다. 내가 밴드를 만들게 된 것이. 이미 고등학교 축제에 나설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던 기타 녀석과 내 Fireball 친구 녀석 하나(역시 기타). 이 녀석은 그 전까지 하수빈을 사랑하던 락의 문외한이었다. 그리고 통신을 통해 역시 오랜 시간동안 친하게 지냈던 녀석 하나. 이렇게 넷이 팀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어찌 어찌 연줄이 닿아 베이스를 구하게 되었고. 5인조의 밴드 틀이 만들어졌다. 그렇다. 난 보컬이다.

 

이후 기타의 군입대 전까지 우리는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는다. 지금 말하면 우스울 수도 있지만, 당시의 인기는 나름 있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대학로, 홍대, 신림동을 누비며 밤을 불살랐고, 비헤드라는 밴드 이름이 제법 그 바닥에서 알려졌다. 물론 아는 사람들만 알았다.

 

리드 기타의 입대 이후 우리는 역시 고교 동창 녀석을 영입해 라이브를 지속했고, 후에 그 녀석마저 입대한 뒤에는 공고를 통해 실력이 빵빵한 형님을 모셔 라이브를 이어갔다. 정말 착하고 순진하신 형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이 아니었음에도 묵묵히 연주했다. 멋진 형님이다.

 

그렇게 공연을 이어가던 우리는 결국 다들 몸에 하자가 없는 관계로, 혹은 빽이 없는 관계로 줄줄이 군에 가게 되었고, 팀은 자연히 일시 해체가 되었다. 그리곤 다시 모인 2002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모여 연습을 시작했고, 나름 즐거운 복귀 라이브를 펼쳤다. 홍대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이젠 멤버의 탈퇴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의 멤버가 아닌 다른 이를 영입해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리만큼 우리는 호흡이 맞는다. 다들 나이를 드시고 결혼을 하기도 해서 모이는 것이 쉽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모인다. 그리고 불사른다. 이밤을~! 그리고 외친다. “다 죽자~!”고.

 

스쿨밴드에서 그냥 인디밴드, 그리고 다시 직장인 밴드(뭐 다들 일을 하니 그렇게 된 거지. 사실 우리는 직장인 밴드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가 된 지금. 우리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단순히 만나 노는 것일까. 수십만의 관중이 모인 우드스탁에서 머리를 흔들어가며, 뛰어다니며, 맥주병을 집어 던져가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꿈을 여전히! 꾸고 있는 락앤롤 정키들일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섞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죽는다. 100% 죽는다. 산다 해도 그건 좀비다. 돈 버는 좀비, 유기물을 섭취하며 숨을 쉬는 좀비, 섹스하는 좀비, 타인을 괴롭히는 좀비, 스스로 괴로워 몸부림치는 좀비.

 

때문에 난 행복하다. 상당히. 100번이 넘는 무대에 올라섰고, 100번이 넘는 ‘Fuck You!’를 날렸고, 100번이 넘는 앵콜을 받았다. 그리곤 모든 것을 잊고 음악 자체에 빠져 젊음을 불살랐다. 그러면 된 거다. 충분하다.

 

이제 우린 올 9월~10월을 목표로 연습 중이다. 당연히 공연이 목표다. 요즘 유행하는 음악들보다는 우리의 청춘을 함께 했던 그 음악들과 함께 할 것이다. 메틀리카, 너바나, 스키드 로우, 미스터 빅, 오지 오스본, 딥 퍼플, 그린 데이, 메가데스, 신데렐라, 건즈, 스매싱 펌킨스, 시나위 까지.

 

책은 직장인 밴드를 꿈꾸는 초보 락커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또한 나처럼 옛 열정과 무대가 언제나 가슴 한켠에 자리잡아, “다시 마이크를 잡아!”라고 외치는 이들도 읽어봄 직 한다. 다시 음악이라는, 락이라는, 무대라는 마약이 당신을 유혹할 것이 틀림없다.

 

자. 이유는 필요 없다. 핑계도 집어치워라. 지금 이 시간, 이 삶, 생활이 왠지 부족하다고 느끼는 당신, 무언가 가슴에 맺힌 것이 있는 이라면.

 

지금 당장! 일어나라. 무대가 그대를 기다린다.

 

Rock N’Roll!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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