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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법이라고? - 10년을 거꾸로 돌리는 MB악법 바로보기
강풀 외 지음 / 이매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헌법 21조〉
1.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떼’를 쓰는 85개 중점 법안을 세부적으로 검토한 뒤 그 중 31개를 꼭 저지해야 할 법안으로 꼽은 바 있다. 그 31개 법안을 중심으로 만화가들과 여러 논객, 정치인 기타 등등이 한마디씩 보태 만들어낸 책이다. 정말 재미없는 만화책이다. 작가들에겐 미안하다.
하지만 작가들의 죄는 아니다. 내용이 절대로 재미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게 재미있다고 깔깔거리는 사람은 분명 미친 넘이다. 확실하다.
이명박 정권은 지나가는 봉식씨나 돌돌이도 알고 있듯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가장한 1%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 사실상 정치라 하기도 민망하다. 그냥 살고 있다. 삽질도 좀 하고 포장도 좀 하면서 말이다.
때문에 이들이 정권 초기 밀어붙이려 한 수많은 법안들을 자세히도 아니고 대충만 훑어봐도 이들의 명확한 정체성과 목적의식이 드러난다. 그런 면에선 솔직하다. 물론 겉으로 포장한다고 하는 것은 모두 서민 운운 하는 소리지만, 그런 걸 진심으로 가슴에 안고 믿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서민들을 위한다고 떠들던 정부는 집권 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를 쳐드시라 안겨주셨고, 용산의 철거민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로 몰아 살해했으며, 방송법 개정을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 했다. 또한 불법 더하기 위법 더하기 무도하기까지 한 4대강 사업을 강행했고, 경제가 어렵다고 말한 ‘기밀 누설죄’로 무직인 네티즌을 구속했다.
살기 위해 일어난 노동자들의 파업을 피비린내 나게 진압했고, 시민단체들을 길들이기 위해 탄압과 회유를 일삼았다. 이런 와중에 세금 포탈범을 같잖은 이유로 사면시켜주며 “우린 한편이니까”키득키득 거린다.
하지만 국민들은 분노에 앞서 이미 지쳤다. 사는 게 힘들고 정치에 희망을 갖는 게 부질없어 보인다. 6월 2일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지만, 여전히 개혁진보세력에 대한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어찌해야 할까.
일단 난 “한나라당이 싫지만, 민주당은 더 얄미워!”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래서 한나라당 다시 찍을 거냐고. 대안이 싫다고 최악을 또 다시 경험할 거냐고. 진지하게 묻고 싶다. 아예 투표를 하기 싫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권리 행사가 아니라 한나라당에게 한 표 주는 것이다. 어찌 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계급적 자각이 뚜렷한 분들은 자기 소신으로 한나라당을 찍을 수 있다. 원래 부자 분들이 계급적 각성이 몇 백배 투철하지 않은가. 지난 공정택 교육감 선거 때를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들은 반드시 자기 계급의 이해관계에 맞게 투표한다. 그들이 자기 표를 버리는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나머지 사람들은 무언가. 80대 20을 넘어 이미 90대 10이 된 상황에서 자신이 90인 줄 모르고 10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함께 연대해 나갈 것인가.
책을 읽으며 내내 고심한 부분이다. 결국 신뢰와 보다 실질적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일단 각성과 성찰, 반성과 스스로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 적어도 그러한 고통과 각성 이후에 다시 국민들에게 신뢰를 부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믿는다. 그래야 한다. 반MB 연대로 일단 힘이 모이더라도 성찰과 반성 없는 연대는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와 경제 분야에 있어 괄목할만한 지식을 쌓아온 우리 국민들이지만, MB정부의 파렴치를 비교적 쉽게 설명한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복습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그러한 바람으로 작가들은 인세를 받지 않았으며, 출판사는 책값을 5천원으로 내렸다.
우리도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겠나.
정부의 바람대로 헌법 21조를 없애고 싶은 이들은 보지 말고 주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