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Season 1 - EBS 지식채널e가 전해주던 5분의 감동을 이제 음악으로 만난다!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역시나 느린 녀석이다. 지금껏 5권까지 나온 책을 이제야 펼쳤다. 그동안 TV로만 봐왔던 ‘e’를 활자로, 그림으로 보는 것 역시 큰 감동을 준다. 짧은 시간 동안 결코 짧지 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 대단한 노력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생각을 하는 동물이다. 그 생각이 온전히 생존만을 위함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느낄 수 있다. 느낄 수 있음에 행복해야 하지만 때로는 느낄 수 있어 한 없이 고통스럽고 외롭기도 하다.

모두 40가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1권은 ‘e’의 시작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 혹은 알고는 있었지만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잔잔히 담아낸다. 그 사이 우리의 앎은 성찰로 바뀌게 되고 타인을 바라보는 눈과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게 됨을 알 수 있다.

화려함 뒤로 감춰져 있는 지독한 착취의 굴레, 인간이 만들어낸 지독한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고통받아온 또 다른 인간.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어루만져주려는 또 다른 인간의 몸짓.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진정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임을 새삼스럽게 말해주는 책이다.

지금 우리는 영락없이 미친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미친 세상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고 떠벌이는 이들 중, 진정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며 주변을 돌아보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겉모습에 치중한 이들은, 정작 우리 안의 고통은 외면해버리기 일쑤다. 그들에게 화려함과 즐거움은 한정적이다.

내가 봐도 순진한 구석이 있다. 아무래도 그런 듯하다.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을 끝까지 잘된 것이라 우기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들도 상식이 있고, 어느 정도 배웠다고 자부하는 이들일 텐데. 왜 저렇게 살까 생각하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아무리 기득권이요, 부와 명예요 해도 도대체 양심이라는 것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한다면, 끝까지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고 싸워온 인간들은 처자식 생각 안하는 철면피요, 철없는 군상인가. 일제 시기 독립운동 했던 이들은 죄다 어리석은 바보들에 불과한 것일까. 끝까지 시청을 지켜 죽음으로 민주주의를 외친 광주 시민들은 죄다 바보들이었을까.

여전히 난 어리석은 구석이 있다. 누가 봐도 다수에게 해로운 일들을 여지없이 정의요 경쟁력이요 국익이요 떠들며 관철시키려 하는 인간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찰나의 명예, 부를 위해 저렇게 큰 죄악을 저지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정녕 그들은 일신의 부귀와 안녕을 위해 이웃들에게 고통과 눈물을 강요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녕 자신이 저지르는 일들이 애국이요, 이웃사랑이라고 느끼기 때문일까.

무관심이 가장 큰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을 찍던 독재자를 찍던 투표하는 것이 적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해 극단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적어도 아예 무관심한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성찰하고 울어야 한다. 눈물이 창피해서, 아픈 게 두려워서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그 역시 무관심이다.

라인홀트 니부어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을, 바꿔야 하는 일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더불어 이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해달라고 신에게 간청했다. 비록 신을 믿지 않는다 해도 함께 간청한다. 오직 이 세 가지만 인간에게 허락하셔도 인간은 적어도 온전히 인간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전쟁을 하고 살육을 하고 강간을 저질러온 인간이다. 인류 역사 이래 평화로웠던 시간은 단 8%. 5000년의 역사 속에서 단 8%였다. 하지만 우리는 1941년 크리스마스이브의 기적을 가지고 있다. 평화는 인간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어찌 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강요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영원한 베트남의 ‘호 아저씨’ 호치민은 “민중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더 이상 혁명적인 이론이 될 수 없다. 혁명을 하고도 민중이 여전히 가난하고 불행하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제대로 된 혁명을 해왔으며, 꿈꿔왔을까.

생각하게 만들고 깨우치게 만들고 눈물을 떨구게 만드는 것이 책의 힘이자 임무이다. ‘지식채널e’는 때문에 정당한 책이다. 때문에 책다운 책이다. 브라운관을 통해 느낀 감동과 뼈저린 성찰. 그리고 분노와 어찔할 줄 모르게 되는 부끄러움.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적어도 이 정권이 지 잘났다고 떠드는 이 시간 동안만큼은 ‘지식채널e’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이 프로그램을 그렇게 싫어한다고 하는 이들이 난감하게 말이다. 훌륭한 프로그램을 위해 그야말로 하루 23시간 55분을 헌신하는 프로듀서와 작가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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