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 - 세상의 모든 패배자에게 보내는 재기 멘토링
박성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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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 레오 스트라우스』의 저자 박성래 기자의 책이다. 미 대선을 얼마 앞둔 시점에 급하게 펴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레오 스트라우스』를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이 책 역시 약간의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친 책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기본기가 탄탄한데다 경륜을 겸비하고 있는 저자의 내공 탓인지 쉬운 문체로 오바마라는 인물과 미 정치판에 대한 간결한 설명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아쉬운 것은 어쩌면 오바마라는 인물에 대한 것일 테다.

부시 대통령의 실정이 적지 않았기에 미 국민들과 세계 모든 이들은 다음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혹은 미국의 정치인으로는 결코 부족하다고 할 수 없는 매케인마저 압도적으로 누르고 오바마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

게다가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파격적인 사실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오바마 신드롬이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태생적으로 미국 정치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오바마를 바라봤고, 그의 당선과 더불어 관련 서적들이 쏟아진 것도 그리 이상할 것은 없었다. 이 책도 그 중 흐름을 잘 탄 책이라 할 수 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검은”오바마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금 역시 다소 그 강도는 떨어졌다 해도 그는 세계적인 아이콘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대통령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있다.

하지만 저자에게 아쉬운 것이 바로 “검은”이라는 표현이다. 물론 흑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고, 오바마라는 인물의 인생 격정 역시 범상치 않았기 때문에 “검은”이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성도 가볍지는 않을 것이다. 마약에 찌들었던 흑인 혼혈 청년이 미국이라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에 모두들 경탄을 금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오바마는 검다는 것보다, 이제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어떠한 정책, 어떠한 비전을 보여줄 수 있나 살펴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의 모든 행동들이 정당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상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땡겨 받지 않았나. 무슨 일수도 아니고….

한국은, 부정하고픈 분들이 많으리라는 생각은 들지만, 미국에 상당히 구속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도 한 복판에 반세기 동안 작은 미국이 존재하고 있으며, 국가의 정책 대부분 미국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오바마의 당선 때를 기억해 봐도 알 수 있듯, 마치 조공을 갖다 바치는 제국을 바라보듯 우리는 미국의 눈치를 살핀다. 제후국의 설움이다. 더구나 우리 주변엔 미국 정도의 급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농후한 국가들이 적잖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미국의 정책이 결정적으로 우리의 미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아프간에 이명박 대통령이 파병하려는 것도 결국 조공에 다름 아니다. 아무리 거창한 명분을 들이대도(사실 파병에는 어떠한 명분도 어설퍼 보이긴 하다. 분단된 주제에 뭔 세계 평화를 나불거릴 수 있나.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는 이라크 파병을 거절했다 호되게 미국에게 당한 기억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깜짝 이라크 방문과, 병사를 붙잡고 뜨겁게 포옹한 후 눈물을 흘렸던 장면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 눈물의 의미를 우리는 여전히 충분히 모르고 있다.) 결국 주군의 명을 받들어 죽음의 전장으로 나아가는 제후국에 다름 아니다.

무조건 반미만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 반미를 외친다고 반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는 미국이라는 국가에 동화되어 왔다. 알게 모르게 미국은 더 이상 우리와는 떨어질 수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용미”라는 거창한 말들을 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을 이용하자? 희망사항일 뿐이다. 미국이 우리를 이용할 때 최대한 우리의 이익도 챙겨야 할 따름이다.

오바마는 취임 직후 “핵무기 없는 세계”를 표방하며 핵무기 감축에 나섰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핵무기가 가장 많은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를 감축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하지만 먼저 이중 잣대를 풀어야 함이 당연하다. 이스라엘이라는 사상 최대의 “악의 축”을 그대로 둔 채, 먼저 핵을 보유한 국가들의 권리는 그대로 간직한 채, 북과 같이 초보적인 핵무기 보유국만을 압박하고, 핵을 허용할 수 없다고 떠드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물론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정당성을 기대하는 것도 순진한 발상이지만, 최대한 국제적인 공조와 다각적인 평화 운동을 전개해 미국이 어쩔 수 없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미국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절대 “공짜”가 없다.

아직 오바마는 한반도를 모르고, 북을 모른다. 물론 남도 모른다. 최근 들어 조금 말을 안 듣는 한국이었지만, 이명박 대통령 이후에는 너무 말을 잘 들어 고민이다. 모든 것을 의지하려 한다. 귀찮을 정도다. 반면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의 방향과 다르게 가려고 안달이다. 태클이다. 보즈워스의 방북이 하루 연장된 것은 서해 충돌 이후 불편해진 미국의 심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짜증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에게. 한국에 와서도 잠만 자고 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사정을 했지만, 그랜드 바겐의 “그”자도 나오지 않았다. 화난 것이다.

미국을 알기에는 할리우드 영화 한 편, 최신 랩 음악 한 곡,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따위의 책과 잘나가는 미드 한 편으로 충분할 때도 있다. 하지만 역시 그보다 더한 노력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검은”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모습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 꾸준한 연구와 안목이 필요하다. 단순히 연설 잘하고, 핸섬한 정치인이 아닌 우리의 운명과 직결되는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시각으로 그를 봐야 한다.

미국 정치를 맛보기라도 할 수 있기엔 괜찮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또 다른 성과를 기대해 본다.

** 이 리뷰는 온북리뷰에르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www.onbooktv.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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