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는 개인주의자를 요구한다 - 마광수 문화비평집
마광수 지음 / 새빛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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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나라 밖 마 선생들을 이야기한 바 있다. 대개 치열한 삶을 살다 간 이들이다. 이번에는 우리 안에 있는 마 선생을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마 선생은 누가 있을까. 난 주저 없이 스타크래프트 저그의 마에스트로 ‘마재윤’ 선수와 「즐거운 사라」의 마광수 교수를 꼽는다. 스타크래프트를 잘 모르는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마재윤 선수는 지금의 이재동 선수 정도의 커다란 활약을 보였던 저그의 귀재였다.^^ 지금은 약간 침체기지만 곧 다시 부활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마광수 교수. 사실 이 사람처럼 한국 사회 마녀 사냥에 제대로 희생당한 이도 드물 것 같다. 연예인으로 치면 과거 유승준과 지금의 재범정도? 일단 한 번 걸렸다 하면 사정없이 파멸시켜버리는 우리 사회의 저열하고 치졸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들이다.

비록 나도 글을 써서 벌어먹고 사는 인간이지만 기자들이란 종족, 작가라는 종족들이 한없이 경멸스러울 때가 많다. 직업상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물론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안 그래도 될 일에 오버해서 사람들을 죽이곤 한다. 펜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도 엄연한 살인이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곤 한다.

성, 섹스 문제를 생각해보자. 우리 현대사를 보면 그야말로 섹스 산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영원한 아름다운 혈맹인 미국의 섹스 문화와 그야말로 별의별 장르를 다 나눠가며 포르노 산업을 글로벌 비즈니스로 육성한 일본이 바로 옆에 있는 관계로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섹스 산업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아울러 정력에 좋다면 그야말로 모든 것을 전멸시켜버리는 한국 남성들의 야만성도 크게 한 몫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 상황에서 왜 유독 마광수, 장정일 같은 이들이 고난을 겪어야 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뒤에서 떠들지 않고 앞에서 떠들었기 때문이다. 감히 동방예의지국에서 상놈처럼 굴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는 상관없다. 그냥 앞에서 당당하게 떠드는 꼴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마 선생의 작품들이 청소년들에게 크게 유해하고 또 성 윤리를 타락시킨다고 떠들며 사회는 그를 매장시켜버렸다. 강단에서 쫓겨난 것은 물론 어이없게 수감생활까지 했다. 만약 마 선생이 사드와 같은 변태 행각을 실재로 벌였다면, 또한 그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가정이나 사회를 파탄 내지 위험하게 만들었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한 일은 그냥 자신의 생각, 담론, 상상을 글로 표현한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게 유죄가 되고 불법이 되고 죄악시 되는 것이 한국 사회였다.

지금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마 교수를 둘러싼 파문이나 여러 가지 논쟁들은 우습기만 하다. 그의 책이 제목처럼 정말 야할까? 그렇담 지금 이 사회는?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자~! 숨 한 번 크게 쉬고 지금부터 내가 한 번 아는 것만 떠들어볼까?

일제 시대부터 있었던 유곽에 대한 당시 지도층의 인식은 그렇다 치자. 박정희 정권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허가증까지 주며 해외관광객을 상대로 매춘을 강요했다. 그 자신도 육영수 여사의 죽음 이후 여러 여자들에게 이른 바 위로를 받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함께 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아예 섹스 산업을 크게 발전시켜 국민들을 본능에 충실한 무뇌아로 만들려 했다. 김대중 대통령 들어 그나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성매매촌을 없애려 했지만, 이미 성매매 관련 산업의 규모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까지 이른 후였다. 더구나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은 아예 생각도 않고 일방적으로 때려 부수려 했다. 무서운 생각이었고, 무서운 결과를 낳았다. 결국 지금도 전국 어디에서나 남성들은 마음만 먹으면 성매매를 할 수 있다. 상식이다.

그렇담 우리 사회의 성 인식을 볼까? 문화를 볼까? 과거 적어도 내 세대 정도까지는 이른 바 빨간 책을 돌려보고 포르노 비디오 테잎을 세운상가에서 작전하듯 몰래 구입해서 돌려 보곤 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클릭 한 방에 끝없이 포르노물이 쏟아진다. 성인 영화가 아니라 포르노물 말이다. 이것을 즐기는 연령층도 갈수록 낮아진다. 결국엔 중학생들이 집단으로 여학생을 강간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요즘 애들이 정말 문제가 많다고? 닥치시라. 이를 조장한 것은 기성 세대다. 아이들은 100% 어른을 따라 하기 마련이다. 온갖 문화가 모조리 섹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일반 댄스 여가수들은 섹시 컨셉이 아니면 나오지도 못하고, 그것도 이젠 중학생, 고등학생 가수들이 벗어 제낀다. 발육도 아주 좋아서 어른들은 군침을 흘리며 그들을 바라본다. 가수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본다. 당연한 것 아닌가?

육덕지다, 초글래머, 거유, 쌈박하다 뭐 이딴 대화들이 버젓이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다. 모든 여성들의 수명은 섹시미가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만이다. 무조건 섹시해야 하고 잘 빠져야 한다. 때문에 이 시대 여성들은 얼굴을 고치고 몸에 수없이 칼을 대야 한다. 그래야 면접이라도 볼 수 있다. 뚱뚱한 여성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성적 매력이 없는 아줌마는 이미 여성이 아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도층이라는 ‘지도충’들은 잊혀질만한 하면 성 추행 사건을 뻥뻥 터뜨리고, 돈 좀 있다는 것들은 해외로 원정 섹스 여행을 떠난다. 과거 돈 많은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했던 짓거리를 이젠 우리가 해외에 나가서 한다. 참 국위선양 하는 새끼들이다. 금메달 줄까.

드라마는 불륜이 아니면 스토리가 안 나가고, 모든 제품들도 여성들이 벗어 제껴야 팔린다. 자동차든 보험이든 소주든 여성과 그리 관련이 없어 보이는 상품들에 무조건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것도 다들 아시다시피 잘 빠지고 섹시한 여성이. 난 뚱뚱한 여성들이 주로 나오는 광고를 본 기억이 없다. 당신은 있는가?

올바른 성, 바른 성생활이라는 것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겠냐만 적어도 그마나 정상적인 성이 무엇이다 라고 가르쳐 주는 것은 이미 공교육의 역할이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성을 배워 나가고 부모들은 이를 방관한다. 인터넷 성인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게 막으면 끝이 아니다. 장난치나? 아이들은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성인물을 볼 수 있다.

길거리에는 성을 매개로 하는 산업이 넘쳐난다. 이젠 하다못해 키스방까지 등장한다. 유사 성행위를 통해 법망을 피해가는 동시에(물론 성행위도 가능하다), 짭짤한 수입이 가능하다. 노래방엔 란제리만 입는 여성들이 도우미라고 나오고(도대체 뭘 돕자는 것인지), 전국 모든 관광지, 이른 바 좋다는 곳에는 식당 다음으로 모텔이 많다.

성매매촌을 단속하고 없애고 이러니까, 인터넷 상으로 매매가 이루어지고, 길거리를 지나가면 휴대폰 번호가 적힌 성매매 광고 찌라시가 널린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맘만 먹으면 자신의 성을 팔 수 있고, 구매자들은 줄을 섰다. 가히 섹스의 왕국이고, 송강호가 말한 강간의 천국이다.

그런데, 마광수 교수의 그깟 소설 몇 권이 이 사회를 붕괴시킬까? 개소리다. 오히려 마 교수의 소설들은 성 담론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어떠한 섹스론이, 어떠한 성 담론이 이 시대를 더욱 밝게 할 수 있을지 진지한 성찰이 가능한 구실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위선자들이고, 쓰레기들이다. 감히 마 교수를 집어넣을 생각을 한 것은 파시즘과도 같았다. 광기였다.

워낙 힘 있는 것들이 관련되어 있다 보니 장자연 리스트 사건도 조용히 묻히고 있다. 한 어린 여배우가 자신의 생명을 버려가며 절규했던 현실. 그 현실은 바로 지금 이 시간에도 변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성 문화가 우리보다 몇 배는 발달했다고 하는 미국과 일본은 차라리 성 산업을 전면에 부각시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물론 워낙 자본주의를 신처럼 받드는 인간들이니 산업으로서의 가치도 진작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린 멀었다. 우리는 여전히 뒤에서 몰래 즐긴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이를 모를 것이라 믿는다. 웃긴다. 아이들은 이미 기성세대들의 머리 위에 있다.

마 선생의 고난의 삶은 어쩌면 아직은 요원한 우리 사회의 성담론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금지된 것에 끝없이 도전하는 것이 문학이라고 외치던 마 선생의 열정은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식어간다. 그가 변한 것일까. 아니다. 내가 보기엔 그는 이미 너무 지쳤다.

책은 그가 지금껏 써왔던 문화 비평을 담았다. 그의 생각에 동감을 하든 안 하든 읽어볼 만한 구절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성 알레르기에 걸려있는 이 시대 기성세대들과 문화인들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전통이란 이름으로 자유와 상상력을 말살하는 정책들도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아주 오래 전 글들도 있어 약간은 시대 상황과 동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읽고 생각할 만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마 선생과 나는 공통점이 있다. 나 역시 야한 여자가 좋고(솔직히 싫다는 남자 나와 보시라), 사라와 함께 즐기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사라는 침묵 속에 유배되어 있다. 이 시대 많은 남성들이 은밀히 즐기고 있지만, 사라는 아직 즐기지 못하고 있다.

이젠 사라를 풀어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겉과 속이 다 야해 오히려 천진난만”한 우리의 사라를 전통과 위선, 거짓과 억압 속에서 해방 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다양성을 잃어버린 사회는 곧 멸망의 문에 이르게 된다. 획일성을 단결과 화합으로 믿는 지금 이 정권에서는 더 어려운 일이겠지만, 성 담론에 대한 끝임 없는 대화와 고민은 오히려 성 범죄를 확연히 줄이게 할 것이다. 장담한다.

아~ 기분도 그렇고 오늘은 화끈한 야동이나 한 편 감상해야 겠다. 제목은 ‘수렁에 빠진 MB’정도면 어떨까.

** 이 리뷰는 온북리뷰에르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www.onbooktv.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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