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택동 - 13억 중국인의 정신적 지주 살림지식총서 362
김승일 지음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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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0퍼센트 정도 과오를 범했지만, 그가 우리 인민을 위해 노력한 70퍼센트의 공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마오쩌둥에 의해 문화대혁명이라는 전대미문의 포악한 선동정치 속에서 엄청난 굴욕과 탄압을 받았던 덩샤오핑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천안문 광장의 자금성 정문 벽에 마오의 초상화를 그대로 걸도록 지시하였다. 지금까지 중국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다. 
 

 

모택동, 마오쩌둥. 그를 제외하고 중국 현대사를 논할 수는 없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위대한 공산주의 혁명가, 혹은 수천만 혹은 그 이상의 중국 인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냉혹한 독재자. 이렇게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지만, 여전히 중국 인민들에게 마오쩌둥이란 이름은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살림지식총서는 내가 즐겨 보는 시리즈 중 하나이다. 얇은 분량에 비해 적지 않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고, 그 분야 또한 정말 다양하다. 짧은 여행길이나 혹은 출근길에 부담 없이 몇 권 집어 들고 갈 수 있는 쏠쏠한 친구가 되어준다. 살림지식총서 362번째인 《모택동: 13억 중국인의 정신적 지주》역시 분량은 매우 적다. 내 속도로는 2~3시간 정도면 읽을 정도이다. 하지만 마오에 대해 궁금했던 ‘마오 초보자’가 읽기에는 적당한 듯하다. 이 책을 읽은 후면 ‘모택동 선집’, ‘중국의 붉은 별’, 그리고 최근에 발간된 장융의 ‘마오’ 등이 보다 친숙하게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레닌과 마오쩌둥은 그야말로 탐구의 대상이었다. 때론 그들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때론 비관과 증오를 낳게 만들었다. 하지만 히틀러와 스탈린에 대한 내 관심마저도  언제나 이들보단 높지 못했다. 북한의 어제와 오늘을 연구함에 있어서도 레닌과 마오는 빠질 수 없었다. 김일성과 함께 한 마오의 모습, 그리고 레닌주의와는 또 다른 공산주의 건설에 꿈을 걸었던 북한 정권 수립은 많은 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길지 않은 내 지나온 삶을 보면 적어도 꿈속에서는 한국의 지도자들을 만났던 적보다 공산주의 국가의 지도자나 지독한 독재자들을 더욱 많이 만났던 듯하다. 한국의 지도자라고 해야 백범, 장준하 정도였고, 대통령은 노무현이 유일하다.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을 비롯하여 공산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너무나 친숙했다. 꿈까지 국가가 통제한다면 진작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됐다. 오, 말하고 나니 조금 놀라.

중국 현대사에서 대장정, 문화대혁명, 대약진운동, 홍위병이란 단어들을 빼놓을 수 없듯, 마오쩌둥의 거대한 그림자 역시 지울 수 없다. 이제 혁명 4세대가 중국을 이끌고 있는 지금도 마오는 중국 인민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혹자는 이것을 박정희에 대한 한국인들의 향수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신적 지주라는 표현은 그렇게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그의 많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인민들은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높아진 국가의 위상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힘에 걸맞는 대우를 국제사회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위상이야 예나 지금이나 결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파고 속에서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이제 우리 바로 옆에서 다시금 또 하나의 거대한 제국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분단에 대한 책임 혹은 연관과 함께 언젠가는 이루어야 할 통일에 대해서도 중국은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아니 지금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핵 문제가 뜨거운 지금 중국의 입김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북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중국식 공산주의를 적절히 이용해 북을 통치했다면, 지금 김정일은 중국을 버팀목 삼아 경제를 유지하고, 또한 국제사회에서 일정한 비상구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중국은 한반도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중국에 대해 짐짓 많이 아는 척 하면서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중국 전문가가 몇이나 있는지, 상상하기 두려울 정도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했다 하더라도 아직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비교적 저렴하게 놀러 갔다 올 수 있는 나라, 재중동포, 흔히 말하는 조선족들로 상징되는 나라일 뿐이다. 동북공정으로 한동안 반중 감정이 일더니 이제는 한류가 먹힐 주요 대상지로 생각하고, 공략에 열을 올린다. 한국 연예인 몇몇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는다고 대륙을 정복했다고 떠든다. 정말 어처구니없고, 우스운 모습이다.

북의 최근 행보는 미국을 비롯하여 특히 한국 정부의 초등학생 수준의 대북정책이 불러온 결과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하지만 그 이유와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북은 북의 시간표대로 다만 가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그들은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그리고 정권의 유지를 위해 그들은 그렇게 갈 것이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도 그들의 시간표대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이 아니라 그 누가 방해한다 해도 그들은 갈 것이다. 하지만 북의 행보와 중국의 행보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중국이 움직이면 세계의 1/4, 1/5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곁에서 분단된 채 겨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걸음이 우리에겐 치명적일 만큼 중요한 이유다.

지금도 살아있는 마오의 정신 혹은 그 위상은 앞으로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비록 조금은 우스운 모양이지만 상하이의 벼룩시장에는 마오와 관련된 물건들이 쌓여 있다. 배지, 흉상, 조각, 각종 기념품, 훈장에 이르기까지. 물론 마오가 살아있던 당시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인민들은 결코 마오 동지를 잊지 않고 있다.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그리고 이제 다가올 시진핑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마오는 그들과 함께 했고, 또 함께 할 것이다. 우리는 마오로부터 시작된 중국 현대사를 다시금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중국의 미래가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짧지만 개괄적으로 마오의 생애와 현대 중국을 소개한 이 책은, 때문에 가볍지 않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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