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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의 책읽기 - 김광일의 책 읽어주는 남자, 하나
김광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이 영화 볼만해” 혹은 “이 책 한 번 읽어봐”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하는 편이 아니다. 스스로의 수준(?)을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도 있지만, 섣불리 추천한다는 것이 그리 맘에 든든하지 않았다.
반면 이 책 “빠삐용의 책읽기”의 저자는 “무인도에 들어가는 빠삐용이 책을 10권만 사다 달라고 저에게 부탁한다면 그때 골라주고 싶은 책들”이라며, 많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꽤나 자신 있는 추천이다. 어느 부분에는 책이 재미없다면 책값을 돌려주겠다는 말까지 한다.
저자가 자칭 타칭 국내 최고의 언론사라 자부하고 있는(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쓰레기다) 무슨 일보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역량 혹은 내공이 보통이 아닌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왠지 그의 자신 있는 추천이 100%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는 어쩔 수 없는 나의 선입견 때문일까.
저자처럼 많은 책을 읽지도 못했을 뿐더러, 스스로도 가슴이 무너지는 감동을 얻었던 책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책을 소개하는 책들의 미덕이 그러하듯이, 읽고 싶다고 느끼게 만든 책들이 여럿 눈에 보였고, 어떤 책들은 벌써 구해 방 한구석에 자리를 주었다. 이 책들도 언젠가는 읽게 될 것이다.
저자의 책 소개 중 사랑을 주제로 한 책들을 소개한 부분이 있다. 사랑은 참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누구라도 쉽게 정의내릴 수 없고, 또한 심판할 수 없다. 불륜이든, 근친이든, 그 보다 더한 극단적인 모습을 가졌던지, 사랑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의미한다.
한편 사랑은 정말 유치하다. 3류 신파극처럼 보일 때도 있고, 유행가 가사에 가슴이 무너지기도 한다. 평소 피식거리게 만들던 가사가, 구절이, 문장이 어느 날 문득 머릿속에서 살아나더니 떠날 줄 모른다. 난감하다. 그리고 지독히도 아프다.
저자가 소개한 책 중에 사랑에 관한 책들을 주문했다. 타고난 게으름과 무식, 그리고 주변의 눈치에 민감한 나이기에, 소개된 책들이 얼마나 유명한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느낀 감동, 재미, 허탈 그리고 비웃음의 단 4분의 1이라도 느끼고 싶다. 그래서 서둘러 책들을 구했다. 칼날 위에 서 있는 사랑이라는 문구가 치사하게 아프다.
앞서도 말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또한 남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주기도 하는 쓰레기 신문사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의 책 소개. 저자의 배경을 떠나 책을 읽어야 난 비로소 읽을 수 있었다. 내 편견이다. 고쳐야 할 나쁜 습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가수가 사생활이 문란해도 노래만 잘 하면 된다”와 거대 언론사의 문화부장이라는 직함과 책 내용을 전혀 무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는 분명 다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60권이 넘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 그의 박식함과 소양에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읽고 싶은 책들 적당히 메모해 두었다. 하지만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 가난한 이들의 따뜻한 이야기들은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고, 또한 당연하게 여겨져 더욱 아쉽다. 저자가 이와 같은 책들을 이어 낼 생각이라면 그때는 많은 흩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