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내일 - 1차세계대전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아이들의 전쟁 일기
즐라타 필리포빅 지음, 멜라니 첼린저 엮음, 정미영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덮고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있는 사이, 이스라엘이 유엔의 구호 트럭을 공격해 구호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008년 말부터 다시 불붙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지금까지 수많은 사망자를 만들어낸 채 끝날 줄 모른다. 새해에도 전쟁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다. 1차 세계대전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참혹한 전쟁의 한 복판에서 인간의 광기로 인한 최악의 시간들을 견뎌낸 아이들의 일기가 담겨있다. 때론 가해자의 입장에서, 때론 피해자의 입장에서 아이들은 전쟁을 바라보고 어른들의 오만한 살의를 느낀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정작 유심히 읽어야 할 이들은 어른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해자의 입장이라는 것은 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미군 병사 에드 블랑코를 말한다. 그는 베트남에서 20살을 맞이한다. 전쟁에 대한 낭만, 막연한 동경으로 베트남을 선택한 그는 그러나 그 곳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모습에 곧 전쟁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다. 살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민간인들에게까지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고, 결국 어린아이, 노인 할 것 없이 죽어가는 전장의 모습. 에드 블랑코는 전우의 죽음과 베트남 양민들의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특히 가슴 아팠던 것은 이스라엘 소녀 시란 젤리코비치와 팔레스타인 소녀 메리 해즈보운의 일기다. 오랜 세월동안 증오하고 경멸해 온 두 집단의 아이들이 느끼는 전쟁은 다르지 않았다. 그녀들은 오직 평화로운 삶을 원했다. 마음대로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 수 있는 자유,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사랑할 수 있는 자유까지.

하지만 그녀들은 자살 폭탄테러와 끊임없는 폭격에 시달리며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폭탄으로 눈알이 날아가 버린 어린 아기의 시신을 목격한 후 밤새 눈물로 지새야만 했던 시란과 자신의 집에서 마음대로 나갈 수 없고, 단지 위협을 위한 이스라엘 군의 총격과 탱크의 발포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봐야만 했던 메리. 이 두 소녀들은 모두가 피해자 였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전쟁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전쟁을 하지 않았던 시기는 평화의 시기가 아닌 전쟁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을 뿐이었다. 한반도를 제외하고는 냉전이 사라진 세계, 하지만 전쟁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아이, 여성, 그리고 노인들이었다. 그들이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했고, 가장 많이 죽임을 당했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말한다. 우리는 전쟁을 원한 적도, 누구를 증오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죽어가야 하냐고. 그 절규에 대답해야 하는 어른들은 그러나 침묵뿐이다. 인간은 언제나 누군가를 지배하고, 죽여야만 생존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그렇다’는 결론을 끌어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인간은 충분히 공존하며, 평화를 지키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이스라엘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미워하는 측면이 더 많다. 팔레스타인의 테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이스라엘의 아이들과 팔레스타인의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 미국의 아이들과 그들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생명은 귀하고,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며,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일본은 자위대를 해외에 파병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북한을 점령해야 할 미수복지로 상정하고 언젠가 백두산에 태극기를 꽃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막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포기해야 할 복지와 인간다운 삶에 대해 떠드는 것조차 금기시한다.  


온라인상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도 구속되는 시대이다. 인간다움이 사라지고, 인간이 오직 소비의 대상, 통제와 굴종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시대다.

책 속의 아이들은 과연 내일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한다. 아이들에게서 내일을 빼앗을 수 없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 구성원들에게서 자유와 희망, 그리고 반드시 와야만 할 내일을 빼앗을 순 없다. 모든 억압과 구속은 죄악임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이 땅의 지배자라 자처하는 이들은 말이다.

모든 전쟁에서 숨져간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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